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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동암 구본홍 2023. 8. 4. 13:42

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오늘 나무새가슴 과녁에 명암의 파문이 겹쳐 꽂힌다

내 속에 똬리 튼 그리운 바람새 

알집 같은 둥근 의자에 웅크린

저 등 굽은 산새, 아버지

 

왠지 금방 잿불처럼 꺼질 듯 위태롭다 

숲 울음 와글와글 스며들면

산새 아버지 오줌 지린 습한 팬티 생각이 난다

들숨 날숨 모으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속옷 꺼내 주시던

폐암 걸린 바람새 어머니,

 

허공에 그림자 내리지 않아도

오늘은 보인다! 저 능소화에 몸 비비는 바람의 모습

지난 메우지 못한  생의 쉼표를 가늠하며 

가벼운 산새 아버지 모습 바라보고 계신 바람새

 

끝과 끝 나란히 바람으로 내통하며

여울 물살같이 멀리 달아나는 생의 페이지

아버지란 이름 너무 높고 깊어서 

한 번도 업어보지 못했다

가깝고도 먼 것이 무엇이었을까 

절필한 내 목소리 능 고비 넘고 있다

잡목 숲 엉클어진 내력 이젠 알 것도같다

생의 바퀴에 지워진

낡은 백지의 청구서 내밀어도

세월이 늙어지도록 빚진 뼈 값 갚지 못한 채

공복의 빈속을 뒤집어 놓고 나는  

탈진 한 생을 당겼다 밀어본다

촘촘히 열 가시나무새 뿌리내렸던 산새  

이젠 그 갈잎 빛 말씀 찢어 덮고 계신다

잠시, 나는 만기로 저축해둔 꿈 하나

마이너스 통장에서 가만히 지우고 싶다

 

잡목 숲에 내려앉는 어둠 속을 데운다

생의 폭우 속에서도 남은 아버지 상처

숨찬 생의 고비 이제야 나의 무듬 임을 알겠다

나의 소리봉 정상은 어디쯤일까

꾸불텅한 생의 모서리 안으로

아직 여린 잎 매단 

나무새 나는 깡마른 하루가 촉촉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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