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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여백

동암 구본홍 2023. 8. 4. 13:14

생각의 여백

 

살아있는 것이 죽은 것인지

죽은 것이 살아있는 것인지

나는 지금 죽었어! 살아서

죽음으로 살아나는 것이고

살아있으므로 죽은 것

이상한 것 없지만 헷갈리는 말이다

헷갈리는 것은 생각일 뿐이다

이렇게 죽은 채로 살아있으므로

우리는 누구도 누구의 분신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널브러져 사는 비애 같은 것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안락한 의자에 앉아 책갈피 넘기며

한 줄 시 음미하고 있으면

죽음의 평온처럼 안락한 세상을 본다

지금 굶주림에 허덕이며

비포장 길 위로 걸어가면

아마 산 영혼이 그래도 좋은걸

보이지 않은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느끼고

어둠에서 밝은 빛이 타오르고

삶이 바로 영원한 죽음인 것을

 

죽은 자들이 전신에 메이크업한다

캄캄한 알갱이에다 삶 메이크업하고 있다.

살아서 마당 한 귀퉁이로 돌아가는 바람의 회유

바람은 내장 없는 몸통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존재하지 않는 시간 존재하는 시간으로 옮겨간다

남은 시간 허공의 무한이다

아! 생각의 촉수

문득, 오늘은 허공의 중심에 떠다니는 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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