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온 하늘 깨우는 소리 본문

동암 詩 모음

온 하늘 깨우는 소리

동암 구본홍 2023. 8. 5. 08:57

온 하늘 깨우는 소리 (북한산 밤골에서)

 

진 녹의 수다 왁자지껄 산 늑골 덮고 있는 초가을

장다리 죽 竹 바위 아래 다문다문 무릎 꿇듯

대역죄를 지은 것처럼 두 팔 벌리고 선 밤나무 그 그늘 깊이

필생의 고고한 소리 내고 부서지는 물의 마음 뽑아 든다

의족도 없이 잔돌 밭 고갈의 계곡  맨발 내딛던 

깃털 하나 자라지 못하는 뼈 없이 흐르는 모습 불러 새운다

 

땅 위 그 바위 아래 낡고 낡은 늙은 그리메

절곡의 푸른 입술 꽉 다문 채 낙낙 무언 수로

한 겹 돌의 피부가 될 때까지

부서져도 또 부서져도 바위 내공의 꿈 품고

수척 해 지는 산빛 씻어 아우르던 수직의 성루聲淚

두 눈 감지 못하고 하늘 모서리 맴도는 환청 

진창으로 자갈길 굽이굽이 돌아가는 

시린 발 두 손으로 꼭 붙잡고 흐르던 목쉰 외마디

따뜻하게 살자던 그 흐느낌의 냉기

하얗게 회오리 돌아 넘칠 때

한 가닥 햇살 등에 지고 앉아서

나는 나의 구멍 난 한쪽 들여다보는 대낮

보이지 않는 소리 속으로 나를 흘려보내고 있다

 

딱딱한 경피증의 바위 살갗 위로 고독의 톱니 쨍그랑 부서지면

물의 울음보다 깊은 바슬바슬 날로 서는 시린 가난의 입자

경멸하듯 했던 자갈밭 밟고 온 아픔 그 무덤 언저리에

내장을 뒤집어 머리카락처럼 구정물로 헝클어 놓곤 하지만

가슴 가까이 더 가까이 깊이로 저어 저 오는

겨울 냉 가시 새 뭉개고 있을 불새 지필 뜨거움의 물의 목청 

온 하늘 깨우고 가는 소리

그렁그렁 젖고 마름을 반복하던 갈마의 밤 골

눈동자 없는 그 차가운 바위 오지랖에

무릎 꿇은 살아 숨 쉬는 영혼의 소리

차가운 이빨 앙다문 채 이탈된 물 한 올 휘감고

작살처럼 꽃인 물 울음 베고 누워있다

태양의 피부를 찢는 저 적송

암반 등걸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어도

허공으로 걸어 나가는 뒤 돌아보지 않는 절규

성루聲淚,  남루함도 소중히 싸안고 

숙명처럼 아래로 더 깊이 섬기는 승천하는 눈물

 

나는 누군가 매어놓은

그물망에 누워  죽 빛 하루를 씻어 내리며

하나의 물 울음 뽑아 가만히 씹어본다

 

'동암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분 전 풍경  (0) 2023.08.05
늦여름 얼굴, 당신  (0) 2023.08.05
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0) 2023.08.04
생각의 여백  (0) 2023.08.04
바람의 형상  (0) 2023.08.0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