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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당신 옷 벗고 누워요

동암 구본홍 2022. 11. 15. 22:08

당신 옷 벗고 누워요

당신, 옷 벗고
당신의 몸은 건천乾川 장미꽃 무늬 침대 위에 누워요
흩트려진 지난 삶의 얼룩
내가 설거지할게요
비빔밥처럼 엉킨 오래된 녹슨 앙금 남은 세월에 녹여내고 

마른  생선 비늘처럼
당신 그 고왔던 피부 빛바래가지만
당신, 옷 벗고 누워요
거울빛 마음 위로 튤립 꽃무늬로 덮어 드릴게요

이빨 빠진 뚝배기처럼
당신 오른손 엄지 아리던 손톱 
삶의 도마 위에 남겨진 지문 속에 태양의 바퀴  나는 매일 굴려도
좀처럼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 수도꼭지 물소리로는

쓸쓸히 떨어져 나간 균열 매울 수 없어요
삶 속에 수런대는  파편들 불러 새워도
위태롭게 끓어 넘던 뇌혈관의 뾰루지 수술 자국
옆머리 헛된 예언 같은 바코드를 새긴 흉의 페이지에서

사라진 시간 몇 쪽 넘기자
소용없이 어리석게 나침판처럼 안내하던 불꽃만 원망하고 있어요
당신의 몸은 가을 잎 당신, 옷 벗고 누워요
내가 설거지할게요

어둠이 밝음처럼 유혹하던 삶의 뿌리들
죽기 전에  돌려놓아야 할 앙금의 각도 영으로 맞추고
어두워진 주위를 닦아 당신 앞에서 축축한 생 말리고 
따뜻하게 허기 달래지만
밥상에 앉아 편안히 받아먹던 일이 이젠 가슴앓이 되었어요
되감아 말며 죽처럼 보글보글 끓는 생의 부엌
당신이 솥이라면 나는 불꽃이 되고 싶었던 세월
그저 말없이 가문비나무처럼 한세월 서서 기다려  당신
이젠, 내가 삶의 무서리들 설거지할게요
당신, 당신 몸은 천둥소리 이젠 옷 벗고 누워요
따뜻한 마음으로 덮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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