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와이퍼(wiper)로 그리는 추상화 본문
와이퍼(wiper)로 그리는 추상화/구본홍
후미 등 유리 금 간 자동차 와이퍼 반복의 걸음에
차가운 관절 삐꺽 삐꺽 뜨거운 심음으로 꿰매온 일상들
그려지고 있는 골 깊은 막막한 저 발자국
어디 봄여름 가을 겨울 살과 뼈로 엮은
생의 수혈 아닌 게 어디 있나요
후두두 뚝 말간 눈빛 부서져
저 홀로 그렸다 지우는 물무늬
스쳐 지나가는 길섶 흩날리는 쓰레기
생각하고 싶지 않은 배경 빛으로 버정이고
바람 앞에 흔들리는 어깨 추 욱 쳐진 이정표
내 닮은 몸채로 서서
심장까지 끄집어내어
묵은 응혈의 찌꺼기 씻고 있는데요
하루의 끝을 접는
오대산 능선 구월의
쑥부쟁이 꽃만 슬픈 것이 아니지만요
듬성듬성 바다에 떠 있는 섬들같이
옛길에 걸터앉은 힘겨운 저 마른 슬픈 호흡들이
자동차 불빛에 혼불 성애로 맺히네요
울어도 얼룩이 없는 밤
낮고 길게 가라앉은 도로가 장이 잿빛 시간
휘어진 생각이 직립의 빗살무늬 곤두박질하는데요
말간 추상화의 입안에는
저리 환한 안개등 질주의 본능을 가르며
낡은 묵화처럼 해를 넘긴
가슴 속 못다 한 말 설움으로 쏟아부어도
빗물의 아우성과 가슴 속
살여울 이루다 간 빗물의 온기와
목쉰 바람의 입술로 울음소리 늘였다 줄였다 하던
아! 먼 이별로 떠돌던 영혼
휘청거리는 내가 그 이미 무채색으로
그려지고 있는 거 있지요
그림 속에 하얀 차선 따라 어디쯤 왔을까요
수평선을 향하여 선들이 하나 되고픈
방울방울 난타당하며
빛살 두어 촉 그려 넣지 못한
한 점 새벽 동녘에 서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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