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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와이퍼(wiper)로 그리는 추상화

동암 구본홍 2022. 11. 23. 08:50

와이퍼(wiper)로 그리는 추상화/구본홍

 

후미 등 유리 금 간 자동차 와이퍼 반복의 걸음에

차가운 관절 삐꺽 삐꺽 뜨거운 심음으로 꿰매온 일상들

그려지고 있는 골 깊은 막막한 저 발자국

어디 봄여름 가을 겨울 살과 뼈로 엮은

생의 수혈 아닌 게 어디 있나요

후두두 뚝 말간 눈빛 부서져

저 홀로 그렸다 지우는 물무늬

스쳐 지나가는 길섶 흩날리는 쓰레기

생각하고 싶지 않은 배경 빛으로 버정이고

바람 앞에 흔들리는 어깨 추 욱 쳐진 이정표

내 닮은 몸채로 서서

심장까지 끄집어내어

묵은 응혈의 찌꺼기 씻고 있는데요

하루의 끝을 접는

오대산 능선 구월의

쑥부쟁이 꽃만 슬픈 것이 아니지만요

듬성듬성 바다에 떠 있는 섬들같이

옛길에 걸터앉은 힘겨운 저 마른 슬픈 호흡들이

자동차 불빛에 혼불 성애로 맺히네요

울어도 얼룩이 없는 밤

낮고 길게 가라앉은 도로가 장이 잿빛 시간

휘어진 생각이 직립의 빗살무늬 곤두박질하는데요

말간 추상화의 입안에는

저리 환한 안개등 질주의 본능을 가르며

낡은 묵화처럼 해를 넘긴

가슴 속 못다 한 말 설움으로 쏟아부어도

빗물의 아우성과 가슴 속

살여울 이루다 간 빗물의 온기와

목쉰 바람의 입술로 울음소리 늘였다 줄였다 하던

! 먼 이별로 떠돌던 영혼

휘청거리는 내가 그 이미 무채색으로

그려지고 있는 거 있지요

그림 속에 하얀 차선 따라 어디쯤 왔을까요

수평선을 향하여 선들이 하나 되고픈

방울방울 난타당하며

빛살 두어 촉 그려 넣지 못한

한 점 새벽 동녘에 서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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