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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늦 가을 고추밭

동암 구본홍 2022. 11. 23. 17:23

 

늦 가을 고추밭/구본홍

 

말없이 어둠 속을

고요히 머리 숙인

두 눈 감은 묵언 수행 등뼈새운 저 가부좌

아무도

거두지 앉은

저 마른 슬픈 나체

 

불거진 복사뼈로

버티고 선 짧은 계절

꿰매온 생의 수혈 맵도록 살았어도

등굽은

살갖 차가운

외발로 선 이랑에

 

바람소리 수천 번

밭가장이 잿빛시간

휘어진 늑장안개 부서져 누워있다

마른 잎

젖어있어도

깨어져라 더 잘게

 

새들도 짐승들도

울음 썩던 네 선 자리

일몰의 말 한 마디 깨우치는 맨 발등

회색 빛

무언의 침묵

서릿바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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