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암 병동 004호실 본문
암 병동 004호실
의사 선생님은 시작의 전원을 켠다
깊은 곳에서 은밀히 자란 것들은
뿌리는 독하다
초음파 진단의 모니터에
악성 바이러스 분진들 얼룩져 있다
몸의 가장 불안한 환부를 공격한 해커
늑막까지 숨차 오르던 매일은 부정맥이다
혈액 검사의 수치는 한계를 벗어나 있다
수정 버턴은 오류의 맥박 소리를 체크하고 있다
시프트를 눌러 주세요. 체온이 올라가요
엄지손가락 호흡을 짚어가며 폈다 오므렸다
흰 마스크를 쓴 야간 당직 검색 창 밤새워 진료 중이다
수척한 몸의 하드웨어 방사선 그 빛 함 모금 투입하면
삭제된 프로그램 되살리지 못했다
몸속 언제부터인가 입주한 바이러스
붉은 장기 포획한 조직, 암癌 암癌 암癌 그 악성 서류철
둥글고 또 새로운 모습 눈이 없어도 잘도 번식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렇게 스스로 음모해 가는
적막한 열망보다 순도 높은 해커로 인해
온몸의 열량 다 빼앗긴 호흡 한 가닥 가늠하는 혈압계
팽팽하게 몸을 부풀리고 있다
복사하지 마세요. 위험해요.
선생님, 눈망울 마알간 목숨 다시 입력할 수 있을까요
버린 기억과 잃어버린 기억들이
나사못처럼 사각의 모서리로 틀어박힌다
어떤 쓸쓸한 네 바퀴의 자전 위에 누워
빛의 맹렬한 클릭 당하지만
악의 그늘이 너무 두껍다
충혈된 빗방울이
면회 온 가족의 눈알처럼 창문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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