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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낙화

동암 구본홍 2022. 12. 7. 11:47

낙화

 

 

말없이 쓰러진 생과 죽음 사이

차갑게 고개 숙이고

바람에 온 몸 맏긴 체

나풀나풀 마른 손 흔드네

예쁘게 우거졌던 두 형 풀들

노화의 골짜기

볕의 일말의 헤아리고

봄날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웠던 젊은 의욕들이

철 늦은 슬픈 꽃잎 뚝

생의 짧은 봄 한 철 기억을 지우네

한 세대를 함께 얼굴 마주 보며 살아온

두견이는 피나게 울어

고령 고개 넘는

나그네의 발길을 무겁게 하네

끝 향해 달려가는

몸 밖의 공명이야 다 내어 버리고

고령 고개 위에 가벼움이 무겁게

내 마음 쓰다듬으며 잠들면

들리지 않는 소리

잘 되고 못 되는 것도

되어가는 대로 내어 맡긴 채

누더기 몸뚱어리

생각의 뜨락에 펼쳐 말리며

장차 숨죽이며 살리라고

남은 이 한 몸 낙화 한 송이

세월의 밀물에 젖어

흙밥이 되어

영혼으로 스며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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