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4월 본문
4월,
봄볕이 촘촘하게 내리는 4월
나무들이 화들짝 잠에서 일어나 물끄러미 세상을 엿보는데
비둘기 한 쌍이 먹이를 찾아 길을 헤맨다
각박한 세상 빗 없는 봄은 그렇게 몽울몽울 핀다
소리 없이 활짝 핀 봄엔
우린 뭉클할 수 있을까
봉해두지 못한 웃음과 눈물만이 전생이 아니란 것을
저 비둘기는 세상 한쪽이 조금 기우뚱 하다는 걸
깨우치는 듯 꾸우꾸우 중얼거린다
사람들은 숲에서 나온 바람처럼 우우 건널목을 건너간다
놀란 비둘기는 공처럼 부양하고
푸른 신호등은 헐떡거린다
발밑에 밟히는 시름 벚꽃 잎들이 발목을 휘감고
삶이란 이렇게 머물 다 가는 것이라고 말없이 조용히
그들은 비로소 어깨에 힘을 내린다
비둘기는 전봇대에 앉아 비상의 날개깃을 다듬는다
나는 뒤축 닳은 세월로 아득한 삶의 속도를 가만히 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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