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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움트리

동암 구본홍 2022. 12. 11. 16:32

움트리

 

차갑게 아리던 품속

온몸 숨어 들은 시간

숨죽이며 잠근 빗장을 풀고

붉고 노란 토씨 손금처럼 새긴 채

파아란 빛 암기한 뼈마디를 세운다

학력 편차 없는 저들이

내면을 들킨 듯 수줍은 저 움트는 소리

 

들리는가.

 

매듭 풀린 맑은 물소리

박음질로 앞장서면

철렁철렁 가슴이 뛰겠네

산월 빛 달려와 입김 호호 불어주면

얼굴을 내미는 것

눈을 뜨는 것

어두운 귀도 열리는 것

말없이 헤어졌던 그들을 다시 보는 것

 

보이는가,

 

틈을 비집고 나온다는 것은

막히고 닫힌 곳에선 목마름도 감소해야 한다는 것

한때 긁히고 이지러진 상처 다독이고

연분홍 입술 순한 눈망울

다복다복 돌아온다는 것 들릴 듯 보일 듯

힁한 생각 깊이 빗질하듯 따스운 바람 쓸고 간다

산골짝 외딴집 봄빛 와달짝 시끄럽다

괜히 발바닥이 근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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