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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 시 본문

한국한시 모음

매월당 김시습 시

동암 구본홍 2022. 12. 18. 16:31
매월당 김시습

매월당 김시습

한시 모음 방

2013-02-15 17:54:27


 

      매월당 김시습 시

      다산 정약용선생 시 동림청선(東林聽蟬) 林亭蒙密不窺天 臥聽風枝嘒嘒蟬 임정몽밀불규천 와청풍지혜혜선 聲滿人間身尙隱 神飄空外坐如仙 성만인간신상은 신표공외좌여선 澁時艱似更張瑟 沸處紛如競渡船 삽시간사경장슬 비처분여경도선 爾亦知音難再得 選枝須近曲欄邊 이역지음난재득 선지수근곡란변 동림청선(東林聽蟬) 본문 무성한 숲 속의 정자 하늘도 안 보이는데 / 林亭蒙密不窺天 흔들리는 가지의 매미 소릴 누워서 듣노니 / 臥聽風枝嘒嘒蟬 소리는 인간에 가득하나 몸은 숨겨져 있고 / 聲滿人間身尙隱 정신은 허공을 날면서 신선같이 앉았네 / 神飄空外坐如仙 소리가 막힐 땐 고쳐 맨 비파 줄 소리 같고 / 澁時艱似更張瑟 한창 울어댈 땐 경도하는 배처럼 시끄러워 / 沸處紛如競渡船 너도 네 소리 알아 줄 이 다시 얻기 어려우리니 / 爾亦知音難再得 가지 골라 굽은 난간 가까이에서 울어 다오 / 選枝須近曲欄邊 3. 無題(무제) 매월당 김시습(號/梅月堂 金時習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산새들 지저귀고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苦厭人間強迎送(고염인간강영송) 抽此形骸臥碧洞(추차형해와벽동) 是非榮辱於吾何(시비영욕어오하) 松風吹破槐陰夢(송풍취파괴음몽) 長年好與煙霞住(장년호여연하주) 拾橡供廚送朝暮(습상공주송조모) 石床高枕睡陶然(석상고침수도연) 有夢不飛紅塵路(유몽부비홍진로) 사람들 억지로 맞고 보냄이 정말 싫어 이 몸을 뽑아내서 푸른 산 골짜기에 누웠다 시비와 영욕이 내게 무슨 소용일까 솔바람 불어와 홰나무 그늘 꿈을 깨운다 오랫동안 안개와 노을에 머물며 도토리 주워 음식 만들어 아침저녁 보냈도다 돌평상에 베개 높이 베고 편안하게 자는데 꿈속에라도 속세의 길로는 날아가지 않으리라. * 8. 중등백상루(重登百祥樓)-김시습(金時習) - 백상루에 다시 올라 重過此地無窮思(중과차지무궁사) 一望平原送落暉(일망평원송낙휘) 薩水故城殘靄散(살수고성잔애산) 晴川秋樹暮煙歸(청천추수모연귀) 空濠荒草埋翁仲(공호황초매옹중) 華表凝雲語令威(화표응운어령위) 獨倚畫欄無與語(독의화란무여어) 白鷗依舊向人飛(백구의구향인비) 다시 이 땅 지나니 떠오르는 생각 끝없고 멀리 보이는 평원에 지는 해를 보낸다. 살수 옛 성터에는 남은 아지랑이 흩어지고 청천강 가을 나무에는 저문 연기 돌아간다. 빈 못에 거친 풀은 옹중을 묻었는데 화표주는 구름에 엉겨 영위를 말하는구나. 그림 난간에 홀로 기대어 이야기 나룰 사람 없는데 흰 갈매기만 예처럼 사람을 보고 날아든다. * 9. 운주루(運籌樓)-김시습(金時習) - 운주루- 却敵奇謀樽俎間(각적기모준조간) 熊羆帳外列成班(웅비장외열성반) 山城風勁琱弓健(산성풍경조궁건) 海國煙消白馬閒(해국연소백마한) 車騎燕然初勒石(거기연연초늑석) 伏波交趾已征蠻(복파교지이정만) 運籌壯策人如問(운주장책인여문) 刀斗收聲門不關(도두수성문불관) 적 물리치는 기묘한 작전 술잔치에 있고 곰 같은 용맹한 것들이 장막 밖에 열지어 있다. 산성에 바람 거세나 옥으로 새긴 활이 튼튼하고 바다에 안개 사라지니 백마도 한가롭다 거기 장군은 연연산에 처음 돌에 새겼고 복파 장군은 교지에서 이미 오랑캐 정벌했다 계획을 썻던 큰 책략을 사람이 묻는다면 조두는 소리 없고 관문도 닫지 않았다 하라. * 10. 등벽란도루(登碧瀾渡樓)-김시습(金時習) - 벽란도 누대에 올라 碧瀾之水碧如油(벽란지수벽여유) : 漾漾溶溶雈葦秋(양양용용추위추) 白鷗慣人不飛去(백구관인불비거) 綠荇隨水相飄浮(록행수수상표부) 何處一聲漁笛遠(하처일성어적원) 誰家十里炊煙浮(수가십리취연부) 波寒日暮不能渡(파한일모불능도) 繫纜獨倚江邊樓(계람독의강변루) 벽란도 물 푸르기 기름 같은데 넘실거리며 출렁이며 갈대 핀 가을을 흐른다. 백구는 사람들과 낮이 익어 날라가지도 않고 푸른 마름은 물따라 서로 밀려 떠 다닌다. 어디인가, 한 마디 고기잡이 피리 소리 아득한데 뉘 집에선가 십리 장대 밥짓는 연기 자욱하다. 물결 차고 날 저물어 건너지 못하고 닻줄 매어두고 홀로 강가의 다락에 기대어섰다. * 11. 등대동루(登大同樓)-김시습(金時習) - 대동루에 올라 大同波上大同樓(대동파상대동루) 無限雲山散不收(무한운산산불수) 楓落浿江秋水冷(풍락패강추수랭) 霜淸箕堞暮煙浮(상청기첩모연부) 白鷗洲畔月千里(백구주반월천리) 黃葦渡頭風滿舟(황위도두풍만주) 因憶昔年興廢事(인억석년흥폐사) 登高一望思悠悠(등고일망사유유) 대동강 물결 위에 솟은 대동루에 끊없이 흩어진 운산을 거두지 않는다. 패강엔 단풍 떨어져 가을 물 싸늘하고 기자 성터엔 서리 맑아 저문 연기 떠돈다. 백구 모랫섬에는 달빛 뻗쳐 천리인데 황위도 나룻머리에는 배에 바람 가득하다. 때마침 옛 세월의 흥망을 생각하며 높은 데 올라 둘려보니 생각이 아득하여라. * 14. 추정(秋亭)-김시습(金時習) - 가을 정자 秋亭山氣好崢嶸(추정산기호쟁영) : 江上猩楓刮眼明(강상성풍괄안명) : 巖瘦不因嫌太富(암수불인혐태부) : 澗淸非是釣完名(간청비시조완명) : 寒花千朶經風曲(한화천타경풍곡) : 嫩苔一庭緣雨生(눈태일정연우생) : 點檢人間無勝事(점검인간무승사) : 林泉興味老多情(림천흥미노다정) : 가을 정자 산 기운이 좋고도 우뚝한데 강 위에 붉은 단풍 눈부시게 황하다. 바위가 여윔이 너무 부한 탓이랴 골짝물 맑음이 완전한 이름 낚음 아니다. 찬 꽃 천 떨기는 바람에 겪어 구부정하고 뜰에 가득한 고운 이끼는 비에 생긴 것이라. 인간 세상 살펴봐야 좋은 일이란 없는데 임천의 산간 흥미는 늙을수록 다정하구나. * 20. 취주(醉酒)-김시습(金時習) - 술에 취해 得酒無端喜欲狂(득주무단희욕광) : 百年人世定蹉跎(백년인세정차타) : 莊周初醒胡蝶夢(장주초성호접몽) : 元載新挑鼻準魔(원재신도비준마) : 花徑浪遊同蔣詡(화경랑유동장후) : 詩壇獨步似廉頗(시단독보사렴파) : 問山我是何爲者(문산아시하위자) : 宇宙開來知我麽(우주개래지아마) : 술 얻으면 무한히 기뻐 미칠 것 같아 한 백년 인생살이 정말 낭패이어라. 장주는 처음으로 나비 꿈에서 깨어났고 원재는 새로 코 큰 마귀에게 도발 당했어라. 꽃길에 마음껏 노닌 장후와도 같고 시단에서 염파처럼 독보적이었어라. 산에게 묻노니 나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우주가 생긴 이래로 나를 알아주는 자 있을까. * 26. 추일(秋日)-김시습(金時習) - 어느 가을 날에 庭際無人葉滿蹊(정제무인엽만혜) : 草堂秋色轉凄凄(초당추색전처처) : 蛩如有意跳相咽(공여유의도상인) : 山似多情翠又低(산사다정취우저) : 世事到頭之者也(세사도두지자야) : 閑情輸却去來兮(한정수각거래혜) : 欲談細話誰將伴(욕담세화수장반) : 銷得南山一杖藜(소득남산일장려) : 아무도 업슨 뜰, 길에는 낙엽 가득 작은 초가에 가을빛이 쓸쓸해져 간다. 메뚜기도 마음이 있는 흐느끼 듯 날뛰고 산들도 정이 많은 듯 푸러러지고 낮아진다. 세상사 머리에 이른 상황에서는 한가한 마음도 왔다가 가는구나. 자상한 이야기 함께 할 사람은 누구 이던가 남산의 한 청려장 지팡이 다 닳아 버렸구나. * 27. 추청(秋晴)-김시습(金時習) - 맑은 가을 날에 秋雨初晴枕簟涼(추우초청침점량) : 小窓時復閱篇章(소창시부열편장) : 吟三千首有餘樂(음삼천수유여락) : 想五百年無此狂(상오백년무차광) : 漢水風煙迷蝶夢(한수풍연미접몽) : 華山雲月沁詩腸(화산운월심시장) : 邇來嗔客關門坐(이래진객관문좌) : 不覺莓苔侵短墻(부각매태침단장) : 가을비 말 개니 베개와 돗자리 서늘하고 작은 창 가에 앉아 가끔씩 시를 다시 읽는다. 삼천 수를 다 읽어도 남아도는 흥겨운 여운 오백 년을 생각해봐도 이런 미친 이 없으리라. 한강에 자욱한 바람과 안개가 나의 꿈 흐리고 삼각산에 구름과 달은 시심을 씻어준다. 지금까지 손님을 꾸짖다 문 닫고 앉으니 벌써 이끼가 자라나 낮은 담장에 올랐구나. * 31. 월중문안(月中聞雁)-김시습(金時習) - 달 속 기러기 소리 듣고서 小堂秋夜月團團(소당추야월단단) : 閑聽征鴻獨倚欄(한청정홍독의란) : 斷續聲來天淡淡(단속성래천담담) : 聯翩影過路漫漫(연편영과로만만) : 玉關霜重邊衣冷(옥관상중변의랭) : 香幄風高錦衾寒(향악풍고금금한) : 到此情懷遽如許(도차정회거여허) : 牽愁且莫響雲端(견수차막향운단) : 작은 방 가을밤, 달은 둥근데 기러기소리 한하히 들으며 홀로 난간에 기댄다 하늘은 담담한데 끊어지고 이어지는 소리 길은 아득히 먼데 잇달은 날개 그림자 지나간다. 옥관에는 서리가 잦고 변방의 옷은 차고 향기로운 장막에 바람 높고 비단 금침도 차갑다. 이곳에 이르니 속 마음 급하기 이와 같으니 시름을 일으키니 구름 끝에서 소리 울리지 말라. * 32. 고안(孤雁)-김시습(金時習) - 외로운 기러기 一聲相失萬重雲(일성상실만중운) : 紫塞天高何處分(자새천고하처분) : 片影獨尋湘水闊(편영독심상수활) : 遙音偏向旅窓聞(요음편향여창문) : 低回暮雨誰相念(저회모우수상념) : 欲下寒塘不見群(욕하한당불견군) : 應羨晚鴉無意緖(응선만아무의서) : 荒城棲聚噪紛紛(황성서취조분분) : 만 겹 구름 속에서 한 소리 잃으니 만리장성 하늘 높은데 어느 곳에서 나뉘었나. 작은 그림자 홀로 찾은데 상수는 드넓어 아련한 소리 나그네 창가를 향해 들려온다. 나직이 고개 돌려보니 누가 서로 생각하나 차가운 못에 내리려도 제 무리들 보이지 않는다. 저녁 까마귀 아무런 생각 없음을 부러워하리니 거친 성 위에 깃들어 시끄러이 조잘거린다. * 34. 귀안(歸雁)-김시습(金時習) - 돌아가는 기러기 數聲歸雁點淸虛(수성귀안점청허) : 遙憶瀟湘萬里餘(요억소상만리여) : 關塞風高鳴漸遠(관새풍고명점원) : 江潭木落影偏疏(강담목낙영편소) : 曾離朔漠辭邊雪(증리삭막사변설) : 應帶天山寄遠書(응대천산기원서) : 好向洞庭深處宿(호향동정심처숙) : 楚人矰繳不饒渠(초인증격불요거) : 몇 소리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푸른 허공에 점찍은 듯 아득히 소상강 생각해보니 만 리도 넘어라. 변방의 바람은 높이 불어 기러기 소리 점점 멀어지고 강가의 잎 떨어진 나무들 그림자 성글구나. 일찍이 북방 사막을 떠나 변방의 눈을 하직하니 반드시 천산으로 부치는 먼 편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좋아라, 동정호 깊은 곳으로 가서 묵으리니 초나라 사람의 화살을 너에게 너그럽지 않으리라. * 35. 연연(燕燕)-김시습(金時習) - 제비들 燕燕飛飛過短墻(연연비비과단장) : 제비들 날아서 낮은 담장 지나가니 也無閑事爲誰忙(야무한사위수망) : 한가한 일이야 없겠지만 누구 위해 바쁜가. 靑山影裏獨穩步(청산영리독온보) : 청산의 그림자 속을 홀로 편안히 거닐고 翠竹陰中閑鎖房(취죽음중한쇄방) : 푸른 대나무 그림자 속을 한가히 방문을 잠근다. 古樹夕陽扶拄杖(고수석양부주장) : 고목나무에 석양이 비치는데 지팡이 짚고 섰는데 小亭秋日據胡床(소정추일거호상) : 작은 정자 가을 해에 높은 걸상에 걸터앉았다. 放歌大笑復自謔(방가대소부자학) : 마음껏 노래 부르고 크게 웃고 다시 떠들어대니 意氣老來猶激昂(의기노래유격앙) : 의기는 늙어가도 여전히 마음은 들떠있다. * 39. 만망(晚望)-김시습(金時習) - 저녁에 바라보다 草靑沙軟望中寬(초청사연망중관) : 풀은 푸르고 모래 부드러워 보기도 편한데 數朶芙蓉雨後巒(수타부용우후만) : 비 내린 뒤 산봉우리는 몇 송이 연꽃이어라. 逸馬引群馳野路(일마인군치야로) : 좋은 말 떼 지어 몰아 들길을 달리는데 懶牛牽紲臥江干(나우견설와강간) : 느린 소고삐 끌며 강가에 누워있다. 逍遙自喜吾生樂(소요자희오생낙) : 천천히 걸으며 내 삶의 즐거움을 즐기나니 寵辱多驚達者難(총욕다경달자난) : 총애와 욕됨에 자주 놀라 달관한 자 되기 어려워라. 投老歸歟何處好(투노귀여하처호) : 늙었거니 돌아가자, 어느 곳이 좋을까 香城楓岳碧雲漫(향성풍악벽운만) : 향성과 풍악에 푸른 구름 한가롭단다. * 44. 전가즉사2(田家卽事2)-김시습(金時習) - 농가에서 門靜鷄群啄晚禾(문정계군탁만화) : 문 앞은 고요한데 닭들이 늦벼를 쪼고 初聞南舍釀新醝(초문남사양신차) : 남쪽 집에서 새 술빚은 소식 처음 들린다. 擊壤歌罷催科少(격양가파최과소) : 풍년가 다했어도 세금 독촉 적으니 賽社人歸醉舞多(새사인귀취무다) : 동내 제사 사람들 취하여 춤추며 돌아간다. 區芋脆來兒共堀(구우취래아공굴) : 둔덕의 토란 연한데 아이들 모두 캐고 香橙熟處手親搓(향등숙처수친차) : 향긋한 귤 익는 곳에서 직접 따본다. 老翁喜說秧田熟(노옹희설앙전숙) : 늙은 노인 밭벼 익었다 기뻐 말하며 叱犢驅牛荷短蓑(질독구우하단사) : 짧은 도롱이 입고 송아지 재촉하며 소를 몬다. * 45. 전가즉사1(田家卽事1)-김시습(金時習) - 농가에서 一間茅屋倚山岡(일간모옥의산강) : 산등성이 한 간 초가집 場畔翁姑語正長(장반옹고어정장) : 마당가에 노부부 긴 정다운 대화. 未解平生榮爵祿(미해평생영작록) : 평생 영광과 벼슬 알지도 못하고 只誇卒歲富農桑(지과졸세부농상) : 다만 농사와 누에가 잘됨이 자랑. 溪橋日晚牛羊下(계교일만우양하) : 저문 개울가 다리에 소와 양 내려오고 秋壟風高禾秫香(추롱풍고화출향) : 바람 높은 가을 언덕에 향기로운 벼와 차조. 待得兒童沽白酒(대득아동고백주) : 아이가 술 사오기를 기다려 旋炊菰飯喚人嘗(선취고반환인상) : 바로 고미 밥 지어 사람들 불러 맛보리라. * 47. 희청(喜晴)-김시습(金時習) - 날이 갠 것이 기뻐서 雙燕呢喃報午晴(쌍연니남보오청) : 짝지은 제비 재잘거리며 갠 낮을 알리는데 庭花爛熳綴紅英(정화란만철홍영) : 뜰의 꽃은 난만하여 붉은 꽃봉우리 엮었도다. 槐陰濃綠可人意(괴음농록가인의) : 회나무 그늘 짙은 그늘 사람의 마음에 들고 天色淸和諳鳥聲(천색청화암조성) : 하늘 빛은 맑고 따뜻하여 새소리와 어울린다. 簇簇野雲如卷絮(족족야운여권서) : 모여든 들판의 구름 솜을 말아놓은 듯 하고 浪浪巖溜似鳴箏(낭랑암류사명쟁) : 출렁이는 바위에 고인 물은 거문고 소리 같아라. 日長庭院渾無賴(일장정원혼무뢰) : 해가 긴 정원에는 온통 아무런 소리 없고 自酌新泉煮小鐺(자작신천자소당) : 신선한 샘물 길러다가 작은 냄비에 차를 다린다. * 50. 우성(偶成)-김시습(金時習) - 우연히 짓다 櫪葉深深布穀啼(역엽심심포곡제) : 가죽나무 잎 무성한데 뻐구기 울고 山深五月尙凄凄(산심오월상처처) : 산이 깊은 오월 여전히 춥다. 朝來霧重巖光潤(조래무중암광윤) : 아침에 안개 짙고 바위빛은 윤택한데 晚後風過樹影低(만후풍과수영저) : 저녁 늦어 바람불어 나무그늘 나직하다. 老境唯思身似鶴(노경유사신사학) : 늙어감에 몸이 학 같았으면 생각하나 病餘方覺面如梨(병여방각면여리) : 병 난 뒤에 얼굴이 배 같음을 알겠다. 平生習氣消磨盡(평생습기소마진) : 평생의 버릇 닳아 모두 없어졌지만 未斷醉倒花下迷(미단취도화하미) : 꽃아래 취하여 헤매는 버릇 끊지 못했다. * 51. 취향(醉鄕)-김시습(金時習) - 취하여 醉鄕日月亦佳哉(취향일월역가재) : 취하니 세월마저 좋은데 依舊狂心傑且魁(의구광심걸차괴) : 언제나 미친 마음 높고도 크구나. 身世浮游微似稊(신세부유미사제) : 몸은 떠돌아 천함이 가라지풀 같으나 乾坤濩落大於杯(건곤호낙대어배) : 하늘과 땅은 넓어 술잔보다는 크구나. 二豪侍側從敎倣(이호시측종교방) : 두 호걸을 곁에서 모시니 따르라며 千丈流胸驀地來(천장류흉맥지래) : 천길 흐르는 가슴 속에 땅을 달려온다. 一斗百篇兒戲耳(일두백편아희이) : 한말 술에는 백편의 시가 아이들 장난 何人會得醉鄕恢(하인회득취향회) : 그 누가 취한 세상 넓은 줄 알기나 할까. * 61. 오려(吾廬)-김시습(金時習) - 내 집에서 從來吾亦愛吾廬(종래오역애오려) : 전부터 나는 내 집이 좋아 野性偏宜水竹居(야성편의수죽거) : 야성에 치우쳐 물가나 대숲에 산다. 問字僧來隨說字(문자승래수설자) : 글 묻는 중이 찾으면 글을 이야기하고 投書人到勉酬書(투서인도면수서) : 편지 보낸 사람이 오면 편지에 답한다. 溪流淺碧迷芳草(계류천벽미방초) : 개울물 얕고 푸르고 방초는 여기저기 山色蒨蔥擁古墟(산색천총옹고허) : 산 빛은 울창한데 낡은 집터가 끼었구나. 遠矚遐觀皆自得(원촉하관개자득) : 멀리 보고 아득히 봐도 모두가 만족하니 吾廬佳興足瀛壺(오려가흥족영호) : 내 집 좋은 멋에 신선고을처럼 족하도다. * 62. 옥루탄(屋漏歎)-김시습(金時習) - 새는 집을 탄식하다 屋漏淋泠意不平(옥누림령의부평) : 집에 물 새니 마음이 불편하여 拋書偃臥壓愁城(포서언와압수성) : 책 던지고 드러누워 근심을 눌러본다 廉纖疏雨千山暝(염섬소우천산명) : 오락가락 성긴 비에 천 산이 어둑하고 料峭長風萬樹鳴(요초장풍만수명) : 쌀쌀한 긴 바람에 일만 나무 울어대는구나 志士胸襟存節義(지사흉금존절의) : 지사의 마음 속엔 절의가 있는데 壯夫氣槪立功名(장부기개립공명) : 장부의 기개는 공명을 세우려 하는구나 功名節義皆吾事(공명절의개오사) : 공명과 절의는 모두 내 일인데 得失相傾恨莫幷(득실상경한막병) : 득실이 틀어져 아룰러 하지 못함이 한스럽다. * 79. 만성1(漫成1)-김시습(金時習) - 별 생각없이 짓다 窮山歲暮坐題詩(궁산세모좌제시) : 세모에 깊은 산에 앉아 시를 지으니 氷合松煤染硯肌(빙합송매염연기) : 얼음물에 솔 연기 합쳐서 벼룻돌을 채웠다 飢鶻下巖多壯氣(기골하암다장기) : 주린 매는 바위에 내려도 그 기운 씩씩한데 凍鴟蹲樹有奇姿(동치준수유기자) : 나무에 쭈구린 언 솔개 기묘한 모양이로구나 陶潛傲世那無醉(도잠오세나무취) : 도잠이 세상을 경시해도 어찌 취함이 없었으며 杜甫思君不廢詩(두보사군부폐시) : 두보는 임금님 생각하며 시를 그만 두지 않았다 自有胸呑雲夢趣(자유흉탄운몽취) : 스스로 가슴 속에 운몽호수를 살킬 멋 있나니 丈夫老去卽豪時(장부노거즉호시) : 대장부 늙어감이 곧 호방한 때이로다. * 80. 만성2(漫成2)-김시습(金時習) - 별 생각없이 짓다 早歲功名浪自期(조세공명랑자기) : 젊어서 공명을 부질없이 기약했는데 此身端合曳沙龜(차신단합예사구) : 이몸이이제는 모랫벌에 꼬리 끄는 거북과 같아 世情薄似蜩螗趐(세정박사조당혈) : 세상인적 엷기가 매미의 날개 같아서 閑夢甜於瓊玉飴(한몽첨어경옥이) : 한가한 꿈 달콤하기 경옥고의 엿과 같아라 裊裊淡煙凝石逕(뇨뇨담연응석경) : 하늘거리는 차가운 연기 돌길에 자욱하고 娟娟寒月上松枝(연연한월상송지) : 곱고고운 차가운 달은 소나무 가지 위에 떠있다 詩名老大將何用(시명노대장하용) : 시인 이름 늙어서 장차 무슨 소용이며 題遍南窓小壁時(제편남창소벽시) : 남쪽 창 작은 벽에 두루 쓰는 시간이로다. * 81. 유회(有懷)-김시습(金時習) - 회포가 있어 開落山花又一年(개낙산화우일년) : 피고 지는 산꽃에 또 일 년 지나고 古今人事正潸然(고금인사정산연) :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일은 눈물이 난다 展禽三黜元非皐(전금삼출원비고) : 전금이 세 번 쫓겨난 일, 원래 죄 아니고 正則孤忠豈有愆(정칙고충개유건) : 정측의 외로운 충성이 어찌 허물 되리오 禍福何須占以筮(화복하수점이서) : 화와 복을 어찌 시초로 점 칠 수 있나 窮通無不關於天(궁통무부관어천) : 궁하고 통하는 것 하늘에 관계되 않음 없도다 時行時止非由力(시행시지비유력) : 때에 행하고 시에 그치는 것은 힘으로 안되니 去矣吾耕負郭田(거의오경부곽전) : 돌아가자꾸나, 내가 성 아래 밭을 갈아보리로다. * 82. 추사(秋思)-김시습(金時習) - 가을 생각 秋思驅人睡不成(추사구인수부성) : 가을 생각에 잠 못 이루는데 小窓淸越讀書聲(소창청월독서성) : 작은 창으로 들리는 청량한 글 읽는 소리 十年舊事了無迹(십년구사료무적) : 십년 동안의 지난 일들 흔적도 없어지고 半夜百蟲鳴不平(반야백충명부평) : 깊은 밤 모든 벌레들 울면서 불평하는구나 白紙帳邊燈一點(백지장변등일점) : 흰 종이 휘장 가에는 껌벅이는 등 하나 碧梧桐上月三更(벽오동상월삼경) : 벽오동 나무 위에 삼경의 달 떠 있도다 古人如可重相見(고인여가중상견) : 옛사람을 다시 볼 만나 볼 수 있다면 欲把離騷問宋生(욕파리소문송생) : 이소경 가지고서 송옥에게 물어보리라. * 83. 우음(偶吟)-김시습(金時習) - 우연히 읊다 滿眼靑山不世情(만안청산부세정) : 눈에 가득한 푸른 산 세상 물정 아니니 多事已結歲寒盟(다사이결세한맹) : 일 많게도 이미 세한의 맹세 맺어버렸구나 蒲團烏几明窓靜(포단오궤명창정) : 부들 방석, 검은 책상에 밝은 창은 고요한데 紙帳淸香細靄橫(지장청향세애횡) : 종이 휘장 맑은 향기 얇은 안개 가로 날아 塵外極知身老大(진외극지신노대) : 세상 밖에 이몸 심히 늙은 줄 아지마는 人間無處立功名(인간무처립공명) : 인간세상 어디라도 부귀공명 세울 곳 없구나 暮雲初捲天如水(모운초권천여수) : 저녁 구름 처음 걷히니 하늘이 물같아 時聽長空雁一聲(시청장공안일성) : 때때로 높은 공중에, 기러기 울음소리 들린다 * 67. 십년(十年)-김시습(金時習) - 십년동안 十年泉石洗心肝(십년천석세심간) : 십년간을 자연에 마을 씻었어도 身世都如醉夢闌(신세도여취몽란) : 몸은 모두가 취한 듯 꿈꾸는 듯 하여라 未盡甘英窮海外(미진감영궁해외) : 달고 쓴 것 닿지 않아 바다 밖을 하하고 空留戲墨滿人間(공류희묵만인간) : 공연히 장난글 남겨 인간 세상 가득하도다 山阿眞隱前生願(산아진은전생원) : 산과 언덕에 숨어삶이 전생의 소원인데 雲水仙遊此日歡(운수선유차일환) : 구름 따라 물 따라 사니 이런 날이 기쁨이다 安得如椽王氏筆(안득여연왕씨필) : 어찌 서까래 같은 왕씨의 붓으로 一揮豪氣壓儒酸(일휘호기압유산) : 한번에 호기롭게 휘갈겨 선비의 고리타분함 눌러줄까. * 68. 서회(書懷)-김시습(金時習) - 회포를 적다 頭邊歲月苦奔流(두변세월고분류) : 머릿가의 세월 괴로이 달려 흘러가 不覺推遷又白頭(부각추천우백두) : 모르는 사이에 옮아 백발이 되었구나 雉岳去年鋤火種(치악거년서화종) : 지난 해, 치악산에서 화전 갈아 씨 뿌리고 鼇岑昔日治春疇(오잠석일치춘주) : 옛날에는 금오산에서 봄농사를 지었도다 飮峯啄澗吾生願(음봉탁간오생원) : 산에서 마시고 개울에서 먹는 것이 내 평생 소원 枉道從人已不求(왕도종인이부구) : 도를 어기로 사람들 따라도 이미 구하지 못하노라 更擬好山移住處(경의호산이주처) : 다시 좋은 산 본받아 거처를 옮겨가리니 碧雲秋色屬雙眸(벽운추색속쌍모) : 푸른 구름 가을빛이 두 눈동자에 와 닿으리라 * 74. 우제(偶題)-김시습(金時習) - 우연히 짓다 夜來風急紙窓鳴(야래풍급지창명) : 밤바람 급하여 종이 창을 울리고 閑聽空階落葉聲(한청공계낙엽성) : 한가히 빈 뜰에 낙엽지는 소리 듣는다 雲有機心舒或卷(운유기심서혹권) : 구름은 딴 마음 있어 펴다가 말아들고 月多情緖翳還明(월다정서예환명) : 달은 정이 깊어 가렸다가 다시 밝아진다 山城秋暮客初到(산성추모객초도) : 산성의 가을 저녁에 나그네 처음 오니 水國煙銷舟自橫(수국연소주자횡) : 바다에는 연기 걷히고 배만 가로 떠있도다 老我十年無事地(노아십년무사지) : 늙은 나는 십년 동안 일 없는 땅덩이라 一身終不釣功名(일신종부조공명) : 이 한몸 평생토록 공명을 낚지 못했도다. * 75. 독좌서회(獨坐書懷)-홀로 앉아 회포를 적다/김시습(金時習) 山房闃寂絶跫音(산방격적절공음) : 산방은 한적하고 사람 발소리 끊겼는데 蔌蔌時聞葉墮林(속속시문엽타림) : 우수수 숲에 낙엽지는 소리 들려오는구나 白鳥去邊秋色晚(백조거변추색만) : 흰 새 가는 곳에 가을빛도 저무는데 碧峯圍處暮雲深(벽봉위처모운심) : 푸른 봉우리 둘러싼 곳에 저문 구름 깊구나 衰遲自笑吾生樂(쇠지자소오생락) : 늙고 둔한 몸 스스로 웃으니 인생이 즐겁고 坦率寧懷處世心(탄솔녕회처세심) : 탄솔하니 차라리 세상에 처할 마음 생기는구나 昨夜風高天更遠(작야풍고천경원) : 어제밤 바람은 높고 하늘은 다시 멀어지니 雁行疏闊送淸吟(안행소활송청음) : 기러기 떼 아득하여 맑은 시를 보내주는구나. * 76. 소언(小言)-김시습(金時習) - 작은 소리 秋毫作紐繫蟭螟(추호작뉴계초명) : 강을 털로 끈 만들어 하루살이 묶었더니 撞著蚊眉墜薄翎(당저문미추박령) : 모기 눈썹에 부딪혀 얇은 날개 떨어졌도다 細析微塵裁物像(세석미진재물상) : 작은 먼지 가늘게 쪼개니 물건 모양 만드는데 精雕纖刺塑猴形(정조섬자소후형) : 정교하게 조각하여 작은 원숭이 형상 그렸도다 粉糜鏡面團團點(분미경면단단점) : 거울에 분가루 동글동글 찍어대니 輕霧空中細細零(경무공중세세령) : 가벼운 안개처럼 공중에서 가늘게도 떨어진다 坐看秋天蠅一箇(좌간추천승일개) : 앉아서 가을하늘 바라보니 파리 한 마리 있어 翩翩扣翼上靑冥(편편구익상청명) : 펄펄 날개치며 프른 하늘로 날아가는구나 * 77. 대언(大言)-김시습(金時習) - 큰 소리 碧海投竿釣巨鼇(벽해투간조거오) : 푸른 하늘에 낚시대 던져 큰 자라 낚으니 乾坤日月手中韜(건곤일월수중도) : 하늘과 땅, 해와 달이 내 손 안에 담겨있었다 指揮天外凌雲鵠(지휘천외릉운곡) : 하늘 밖 구름 위 나는 따오기 거느리고 掌摑山東蓋世豪(장괵산동개세호) : 산동의 세상 덮던 세상 호걸 손바닥에 쥐었다 拶盡三千塵佛界(찰진삼천진불계) : 삼천 진토 부처 세계에 다달아 보니 呑窮萬里怒鯨濤(탄궁만리노경도) : 만리 성난 고래같은 물결 삼켜버렸다 歸來浪笑人寰窄(귀래랑소인환착) : 돌아와 인간세상 좁음을 헛되이 비웃으니 八百中州只一毛(팔백중주지일모) : 팔백 가운데 고을에 다만 하나의 터럭이었다고. * 85. 장지(壯志)-김시습(金時習) - 원대한 꿈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사나이 큰 뜻으로, 뽕나무 화살 사방 쏘았는데 東丘千里負靑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 언덕 천리를 푸른 책 상자 지고 다녔도다 欲參周孔明仁義(욕삼주공명인의) : 주공과 공자를 따라 인과 의리를 밝히려 하고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손자와 오자의 병법을 배워 무위를 날리려 했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운수에 따라 소진처럼 정승의 인끈도 매달고 命窮正則賦騷章(명궁정칙부소장) : 운명이 궁하면 굴원처럼 이소경이나 지을 것이다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처럼 몰락되어 재주와 사려가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뜰며 노해함이 초나라 미치광이 접여같도다. * 86. 유유(悠悠)-김시습(金時習) - 여유로운 마음 萬事悠悠一夢間(만사유유일몽간) : 만사는 유유한 한 바탕 꿈속의 일 勸君高臥且加餐(권군고와차가찬) : 그대에게 권하노니, 편히 누워 많이 먹어라 身如逆旅心爲客(신여역려심위객) : 몸은 여관 신세, 마음은 나그네 처지 世似長途愁是關(세사장도수시관) : 세상은 먼 길 같고 근심은 관문 같아라 得酒莫辭多酩酊(득주막사다명정) : 술 얻으면 사양 말고 잔뜩 취하고 吟詩且欲喜盤桓(음시차욕희반환) : 시 읊으면 기뻐하며 이리저리 서성거리라 晚來雨過山堂靜(만래우과산당정) : 저녁에 비 지나가니 산당은 고요하고 搔首長歌澧有蘭(소수장가례유란) : 머리 긁으며, 풍 땅에 난초 난다 길게 노래하였다 * 88. 서감(書感)-김시습(金時習) - 감회를 적다 富貴生前身後名(부귀생전신후명) : 생전의 부귀와 죽어서의 명예 百年長是起愁城(백년장시기수성) : 인간평생 백년동안 근심이 여기서 인다 醉來偃臥方爲樂(취래언와방위락) : 취하여 누워보니 이것이 곧 즐거움이요 飽可閑眠始得榮(포가한면시득영) : 배부르면 한가히 잠잘 수 있어냐 영화로다 點點遠山明似黛(점점원산명사대) : 점점이 보이는 머나먼 산, 분명 눈썹같고 澄澄古澗淨如瓊(징징고간정여경) : 맑고 밝은 시냇물은 깨끗하기 구슬 같도다 幽居不用治生業(유거부용치생업) : 깊숙 곳에 살면서 생업에 힘쓰지 않으니 荷製新衣筆代耕(하제신의필대경) : 연잎으로 새 옷 만들고 붓으로 밭 갈리라. * 89. 훼예(毁譽)-김시습(金時習) - 헐뜯음 毀譽無虞自在身(훼예무우자재신) : 헐뜯거나 칭찬하거나 걱정없는 자유로운 몸 逍遙何處不通津(소요하처부통진) : 어느 곳에서 소요하면 나루터를 통하지 못하리오 道深如海看非遠(도심여해간비원) : 길이 바다같이 깊으나 바라보면 멀어보지 않고 事重於山約便塵(사중어산약편진) : 일이 산보다 중해도 요약하면 곧 티끌같도다 朝灌蔬園靑箬笠(조관소원청약립) : 아침에 채소밭에 물 줄 때는 푸른 대삿갓 쓰고 晚遊花逕白綸巾(만유화경백륜건) : 저녁 때, 꽃 핀 길에는 흰 실의 복건이로다 仍聞下界風波惡(잉문하계풍파악) : 그런대로 들으니, 인간세상 풍파는 엄악한데 半是歡娛半是顰(반시환오반시빈) : 그 반은 환락이요, 다른 반은 질투 때문이니라. * 90. 층등(蹭蹬)-김시습(金時習) - 미끄러져서 蹭蹬功名事已訛(층등공명사이와) : 공명에서 미끄러지니 일은 이미 틀렸거니 少年那計此中過(소년나계차중과) : 어려서 어찌 이러한 처지로 혼자 지낼 줄 알았으랴 靑山茅屋壯心在(청산모옥장심재) : 청산 속 초가집에 큰 뜻 품은 이 있겠지만 白髮老翁兒戲多(백발노옹아희다) : 백발 된 늙은이 아이들 같은 놀이도 많구나 小苑飛花藏小篋(소원비화장소협) : 작은 동산에 날리는 꽃 작은 바구니에 담아 淸溪流水壅盤渦(청계류수옹반와) : 맑은 개울 흐르는 물 막아 웅덩이가 되었구나 却訝無事還多事(각아무사환다사) : 무사한 처지가 다사로운 일 되었으니 도리어 이상하다 又摘殘蔬旋種茄(우적잔소선종가) : 다시 남은 나물 뜯어내고는 새로 가지를 심어본다. * 91. 담상유감(潭上有感)-김시습(金時習) - 못 위에서 느낀 바 있어 峯上靑楓千萬枝(봉상청풍천만지) : 산 위에 푸른 단풍 천만 가지 傷春情緖亂如絲(상춘정서란여사) : 애달픈 봄 심정은 실같이 어지럽다 巖花灼灼應無主(암화작작응무주) : 활짝 핀 바위의 꽃에는 임자가 없으리니 胡蝶雙雙亦可悲(호접쌍쌍역가비) : 쌍쌍히 나는 범나비도 슬퍼할 만하도다 人事那能如水鏡(인사나능여수경) : 사람의 일도 어찌 능히 물과 거울 같을까 烏雛誰復識雄雌(오추수부식웅자) : 까마귀 새끼를 그 누가 암수를 구별할 수있나 秦坑漢錮皆如此(진갱한고개여차) : 진나라 선배 묻음과 한나라 선비 가둠은 다 이와 같아 孰是眞吹孰竊吹(숙시진취숙절취) : 그 누가 진짜 피리 불고 누구가 가짜로 피리 불었겠는가. * 93. 배견(排譴)-김시습(金時習) - 비방을 물리치며 面壁觀空我豈能(면벽관공아개능) : 달마처럼 면벽 하고 생각하는 일에 어찌 능할까만 愛閑長是伴山僧(애한장시반산승) : 한가한 것 좋아하여, 오랜동안 산승들과 친구하였다 園蔬心嫩靑堪摘(원소심눈청감적) : 밭의 채소 속이 연하고 푸르러 따내기 적합하고 山薊苖肥軟可蒸(산계적비연가증) : 산의 엉겅퀴나물 살찌고도 연하여 쪄 먹을 만하다 養拙十年同鶴化(양졸십년동학화) : 옹졸하게 살아온지 십년에 학처럼 되어 天遊九萬似鯤騰(천유구만사곤등) : 넓은 하늘 구만 리에 곤이 하늘 날아오른 듯하다 傍人莫說無功業(방인막설무공업) : 옆 사람들아, 공업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早晚雲林話葛藤(조만운림화갈등) : 조만간에 구름 숲 속에서 갈등을 말하리라. * 94. 배민(排悶)-김시습(金時習) - 답답한 것을 물리치며 磊落東山一老翁(노락동산일노옹) : 화통한 동산의 한 늙은이 頹然閑臥北窓風(퇴연한와북창풍) : 쓰러진 듯 북창 바람에 한가히 눕워있다 草荒陶徑吟歸去(초황도경음귀거) : 세 갈래 길에, 풀은 거친데 귀거래사 읊으며 花落祗園悟色空(화낙지원오색공) : 지원정사에 꽃이 지니 색공임을 알겠노라 人世幾回雲雨變(인세기회운우변) : 인간 세상 몇 번이나 비구름 변하고 江山依舊畫圖中(강산의구화도중) : 강산은 옛처럼 그림 속에 있구나 日長庭院渾無事(일장정원혼무사) : 날은 긴데 빈 뜰에는 아무 일도 없고 徙倚南軒看竹叢(사의남헌간죽총) : 남쪽 마루로 옮겨 앉아 대숲을 바라보노라. * 95. 서감(書感)-김시습(金時習) - 감회를 적다 不向金門浪掛名(부향김문랑괘명) : 대궐 향해 부질없이 이름 걸지 않고 却來靑嶂解塵纓(각래청장해진영) : 물러나 청산에 돌아와 세상 구속 벗었다 花如識面逢人笑(화여식면봉인소) : 꽃은 얼굴 알아보듯 사람 만나면 웃고 鳥不知情隨意鳴(조부지정수의명) : 새는 정을 알지 못해 제멋대로 우는구나 小院樹陰靑裊裊(소원수음청뇨뇨) : 작은 집의 나무 그늘, 푸른 빛 간드러지고 滿園蔬菜綠菁菁(만원소채록청청) : 정원에 가득한 나물, 푸른 빛 짙어간다 一生可是無功業(일생가시무공업) : 내 평생 곧 아무 공적 없을 것이니 管却淸溪洗耳聲(관각청계세이성) : 맑은 시내에 귀 씻는 소리나 관리하리. * 97. 궁수(窮愁)-김시습(金時習) - 궁한 근심 窮愁如絮着旋粘(궁수여서착선점) : 궁한 근심은 솜같아 착 달라붙으니 除却淸吟不可砭(제각청음부가폄) : 맑은 노래가 아니면 치료할 수 없도다 懶性已如棲木鳥(라성이여서목조) : 게으른 근성은 이미 나무에 깃든 새 같아 營生何異上竿鮎(영생하이상간점) : 살려고 애쓰니 어찌 낚시에 물린 메기와 다른가 閑刳竹筧添寒井(한고죽견첨한정) : 한가히 대나무 홈통 쪼개어 찬 우물 끌어 와서 爲折松枝補短簷(위절송지보단첨) : 소나무 가지 꺾어 잛은 처마 보충한다 閉戶著書聊自慰(폐호저서료자위) : 문 닫아걸고 책을 쓰며 그럭저럭 자위하니 一庭疏雨正廉纖(일정소우정염섬) : 뜰에 성긴 비가 막 여기저기 뿌려지는구나. * 98. 우탄(寓歎)-김시습(金時習) - 탄식에 부쳐 堪嘆浮生早不休(감탄부생조부휴) : 한스러워라, 덧없는 삶 일찍 쉬지도 못하다니 十年書劍買閑愁(십년서검매한수) : 십년 동안 책 읽고 검술 배워도 수심만 사왔구나 老無可却靈方少(노무가각영방소) : 늙음도 물리치지 못하고, 좋은 방법도 없고 生不長延宰木幽(생부장연재목유) : 삶을 연장하지도 못하고, 무덤가 재나무는 무성하다 寵極定如芻狗擲(총극정여추구척) : 은총이 지극하여도 돼지나 개처럼 버려지고 窮來還似涸鱗游(궁래환사학린유) : 궁해진다면 마른 수레바퀴 자국에 노는 물고기 신세 人人盡說人間好(인인진설인간호) : 사람들마다 모두 인간세상 좋아고 하지만 春到人間肯暫留(춘도인간긍잠류) : 봄은 인간세상에 와서 잠시 머물다 가려하는구나. * 99. 감회(感懷)-김시습(金時習) - 내 마을 속 느낌 四十三年事已非(사십삼년사이비) : 마흔 세 살 전의 일은 이미 그릇되어 此身全與壯心違(차신전여장심위) : 한창적 마음과 전적으로 틀려진 이 내 몸이여 神魚九變騰千里(신어구변등천리) : 신령한 물고기 아홉 번 변해 천리를 날으니 大鳥三年欲一蜚(대조삼년욕일비) : 큰 새가 삼 년이 되면 한 벌레가 되려 한다 洗耳更尋東澗水(세이경심동간수) : 귀를 씻고 동쪽 골짝물 찾아가 療飢薄采北山薇(요기박채북산미) : 북산의 고사리를 캐어 요기하리라 從今陟覺歸歟處(종금척각귀여처) : 이제부터 돌아가 있을 곳을 말았으니 雪竹霜筠老可依(설죽상균노가의) : 눈 속 대나무, 서리 속 죽순은 늙어 의지하리라. * 100. 장세(壯歲)-김시습(金時習) - 한창 나이 壯歲功名頗自期(장세공명파자기) : 한창 나이에는 공명을 자못 바라면서 虞庭吁咈接咎夔(우정우불접구기) : 우나라 조정에서 반대하는 고요와 기처럼 하였다 老駒伏櫪心千里(노구복력심천리) : 늙은 말 마구에 엎드려, 마음은 천리를 달리고 病鶴開籠笑一枝(병학개롱소일지) : 병든 학이라도 새장 열리면, 옮겨 한 가지에서 웃는다 樗櫟不能爲世用(저력부능위세용) : 가죽나무는 세상의 쓰임이 되지 못하나 麒麟豈肯作人羈(기린개긍작인기) : 기린이야 어찌 세상의 구속을 받아들이랴 衰遲自笑狂豪甚(쇠지자소광호심) : 우습고나, 쇠하고 느려진 몸이 미친 호기 심해지나 落筆崢嶸勝舊時(낙필쟁영승구시) : 붓끝은 뺏뺏해져서 옛날보다 더 낫구나. * 107. 도승천포(渡昇天浦)-김시습(金時習) - 승천포를 지나며 浩渺煙波蘆葦潯(호묘연파로위심) : 갈대밭 물가에 넓고아득한 안개 舟人晚泊近楓林(주인만박근풍림) : 사공은 단풍숲 가까운 곳에 배를 댄다 雲生浦漵晚潮退(운생포서만조퇴) : 구름 이는 포구에 저녁 조수 밀려가고 木落洞庭秋水深(목낙동정추수심) : 나뭇잎 떨어진 동정호에 가을물 깊도다 嗚咽一聲何處笛(오인일성하처적) : 흐느끼는 피리소리 어디서 들려오는지 丁東雙杵幾家砧(정동쌍저기가침) : 쿵쿵하는 공이 소리, 어느 집 절구인가 乾坤不礙飄萍跡(건곤부애표평적) : 천지가네 막힐 것 없는 나부끼는 부평초 발길 剩得白雲千里心(잉득백운천리심) : 남은 일은 흰구름 얻어 천리를 가는 마음이도다. * 109. 추령(槌嶺)-김시습(金時習) - 추령에서 逕入山腰石角危(경입산요석각위) : 좁은 길 산허리로 들고 돌부리 위태한데 野花初謝子纍纍(야화초사자류류) : 들꽃이 지기 시작하자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十年往事夢初覺(십년왕사몽초각) : 지난 십년 일들 꿈속에서 처음 깨닭으니 百歲風光梁未炊(백세풍광량미취) : 백년 광풍에 짓는 조밥은 아직 익지도 않았구나 雙燕引雛低掠草(쌍연인추저략초) : 한 쌍의 제비 새끼 데리고 나직이 풀섶을 스치고 片雲拖雨恰催詩(편운타우흡최시) : 조각구름 비 몰고와 시 짓기를 재촉한다 登高可得槌千恨(등고가득추천한) : 높은 데 올라 천 가지 한을 망치질할 수 있다면 願上峯頭一展眉(원상봉두일전미) : 봉우리 높은 곳에 올라 눈썹 한 번 펴보고 싶구나. * 113. 우두원(牛頭原)-김시습(金時習) - 우두원에서 牛頭原上暮煙收(우두원상모연수) : 우두원에 저문 연기 걷히고 萬頃黃雲麥隴秋(만경황운맥롱추) : 넓은 들판 누런 구름, 보리두렁 가을이라 白鳥一雙飜落日(백조일쌍번낙일) : 흰 새 한 쌍이 지는 해에 날아간다 蒼波十里送歸舟(창파십리송귀주) : 십리 긴, 푸른 물결에 떠나는 배 보내니 江山處處詩添興(강산처처시첨흥) : 강산 여기저기에 시 짓기에 더욱 흥겨웁고 風月年年酒解愁(풍월년년주해수) : 해마다 풍월은 술 마시어 근심을 풀어준다 野水斷橋村逕曲(야수단교촌경곡) : 다리 끊긴 들판 물에 시골 길은 굽어있고 牧童相喚穩騎牛(목동상환온기우) : 목동은 서로 부르며 평온히 소 타고 돌아온다. * 114. 청평산(淸平山)-김시습(金時習) - 청평산에서 淸平山色映人衣(청평산색영인의) : 청평산 맑은 산빛, 사람옷을 비추고 慘淡煙光送落暉(참담연광송낙휘) : 참담한 연기 빛, 지는 햇빛 보냈구나 巖溜洒空輕作霧(암류쇄공경작무) : 바위에 떨어진 물 공중을 씻어 안개 되고 春蘿拱木碧成幃(춘라공목벽성위) : 봄 댕댕이는 나무를 둘러 푸른 장막 되었구나 玉沙瑤草人間遠(옥사요초인간원) : 옥 모래, 진기한 풀에 인간세상 멀리하고 琪樹瓊花世慮微(기수경화세려미) : 좋은 나무, 옥같은 꽃에 세상근심 적어진다 只好誅茅棲絶頂(지호주모서절정) : 다만 띠풀 베어내고 높은 언덕에 집을 짓고 從今嘉遯莫相違(종금가둔막상위) : 이제부터 숨어서 사는 기쁨을 어기지 않으리라. * 116. 도중(途中)-김시습(金時習) - 도중에-김시습 野逕高低曲轉蛇(야경고저곡전사) : 높고 낮은 들길은 뱀처럼 굽어있고 深林日暮有鳴鴉(심림일모유명아) : 저무는 깊은 숲에 까마귀 우는 소리 들리네 靑山不管是非事(청산부관시비사) : 청산은 시비의 일을 가리지 않고 白鳥自占深淺沙(백조자점심천사) : 백조는 저마다 깊고 앝은 모래벌 차지하였네 十里尖峯濃似畫(십리첨봉농사화) : 십리 이은 뽀죡한 산봉우리 그림같고 一溪流水碧於紗(일계류수벽어사) : 개울에 흐르는 물 비단보다 푸르다네 紅塵三尺君休返(홍진삼척군휴반) : 홍진이 석자나 되니 그대는 돌아가지 말지니 縱是明珠也有瑕(종시명주야유하) : 비록 명주라도 티가 있을 것이라네. * 118. 보제전음(普濟餞飮)-김시습(金時習) - 보제원에서 작별하며 술마시다 東風碧草雨新沐(동풍벽초우신목) : 聯騎公子餞行客(연기공자전행객) : 紅叱撥嘶嚼玉勒(홍질발시작옥륵) : 金叵羅飛泛春色(김파라비범춘색) : 鵾絃鐵撥響驪駒(곤현철발향려구) : 憑陵大叫呼五白(빙릉대규호오백) : 宴罷徘徊不忍別(연파배회부인별) : 女墻月上昏鴉集(여장월상혼아집) : 푸른 풀에 봄바람 불고, 비에 씻겨 새롭고 연이어 나온 말 탄 공자들이 가는 손을 작별한다 홍질발 말들이 옥자갈 씹어대고 금파라 술잔은 봄빛 띄워 보낸다 고니줄 거문고를 쇠채로 타니 이별의 노래 울리고 주사위로 <오>나오라, <백>나오라 크게 소리쳐 부른다 잔치가 끝나도 서성대며 차마 떠나지 못하는데 얕은 담장에 달 떠오르고 저녁 까마귀 모여든다. * 119. 왕심연허(枉心煙墟)-김시습(金時習) - 왕심 연기나는 곳 依依墟里靑煙生(의의허리청연생) : 桑柘陰陰鷄犬鳴(상자음음계견명) : 十里麥壟一樣綠(십리맥롱일양록) : 幾家繅車三兩聲(기가소거삼양성) : 梨花落處白酒香(이화낙처백주향) : 榕葉蔭中黃鸝鳴(용엽음중황리명) : 老婦城裏賣菜還(노부성리매채환) : 兒童喜迓跳柴荊(아동희아도시형) :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에 파란 연기 나고 산뽕나무 아래로 닭과 개가 울어대는구나 십리 보리밭 이랑이 모두가 파랗고 몇 집에서, 두세 번 울리는 고치켜는 소거차 소리 배꽃 떨어지는 곳에 흰 술 익는 향기 용나무 그늘 속에 들이는 꾀꼬리 울음소리 늙은 부인 성안에서 채소 팔고 돌아오니 아이들은 기뻐 맞으며 사립문으로 달려간다. * 120. 제단녹무(祭壇綠蕪)-김시습(金時習) - 제단에 푸른 풀 東城門外松萬株(동성문외송만주) : 松下祭壇多綠蕪(송하제단다록무) : 苞桑枝下兔領兒(포상지하토령아) : 淺草叢邊烏哺雛(천초총변오포추) : 無數野花自開落(무수야화자개낙) : 不盡細藤相緣扶(부진세등상연부) : 點也情懷莫之禁(점야정회막지금) : 風乎竟日空踟躕(풍호경일공지주) : 동문 밖에는 소나무 일만 그루 소나무 아래 제단에 우거진 푸른 풀 뽕나무 가지 아래는 토끼가 새끼 데리고 있고 얕은 풀섶에는 까마귀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인다 무수한 들꽃은 저절로 피고 지고 한 없이 가는 덩굴은 서로 얽혀 붙어있도다 증점이여, 그대의 회포 금할 길 없었으니 바람이 이는구나, 종일토록 헛되이 망설였다오. * 121. 고암니활(鼓巖泥滑)-김시습(金時習) - 고암의 진흙 미끄러워 稻畦雨足水亂漂(도휴우족수란표) : 沙石塡街浮溪橋(사석전가부계교) : 濁浪汨汨沒馬蹄(탁랑골골몰마제) : 靑泥滑滑齊牛腰(청니골골제우요) : 燕子銜將喜輕趫(연자함장희경교) : 蛙兒鼓吹恣騰跳(와아고취자등도) : 世路宦途亦如此(세로환도역여차) : 何當一洗令其澆(하당일세령기요) : 논두둑에 흡족한 비, 물은 넘쳐 흘러 모래와 돌이 거리에 차고 개울다리 뜬다 흐린 물결 출렁이고 말발굽도 묻히고 푸른 진흙 끄꺼러워 소 허리에 닿는다 제비들 먹이 물고 가볍게 날아다고 개구리들 울면서 마음대로 뛰어다닌다 이 세상 벼슬길도 이와 같으니 무슨 방법으로 한번 씻어 갈아낼 수 있을까. * 122. 입석맥랑(立石麥浪)-김시습(金時習) - 입석에 보리물결 萬頃芃芃含淺靑(만경봉봉함천청) : 綠波初漲雲浮汀(록파초창운부정) : 望中不盡翳遠野(망중부진예원야) : 割後無痕乾滄溟(할후무흔건창명) : 野雉藏深香穗潤(야치장심향수윤) : 雛燕掠去輕花零(추연략거경화령) : 不用鼓枻遡牛渚(부용고설소우저) : 眞一一勺通神靈(진일일작통신영) : . 넓은 들판 수북히 파란빛 머금어 푸른 물은 불어나고 물가엔 구름 비친다 눈길 가는 곳 끝없고 먼 들판 어둑하나 보리 다 벤 뒤엔 흔적 없는 마른 바다 되리라 들꿩은 깊이 숨고, 향기로운 벼이삭 윤기나고 새끼 제비 스쳐가니 가벼운 꽃 떨어진다 배를 저어 소내로 거슬러 갈 필요 없으니 참으로 한 구기이면 진령에도 통하리로다. * 123. 금계어약(金溪魚躍)-김시습(金時習) - 금계에 물고기 뛰놀고 圉圉洋洋吹細波(어어양양취세파) : 兩兩相戲遊盤渦(양양상희유반와) : 有時聚藻飜金尺(유시취조번김척) : 忽沫淸瀾拋玉梭(홀말청란포옥사) : 綠荇深處避人影(녹행심처피인영) : 碧草磯邊依蟹窠(벽초기변의해과) : 知汝得所濠梁間(지여득소호량간) : 香餌微緡其如何(향이미민기여하) : 느릿느릿, 펄펄 가는 물결 치며 둘씩둘씩 희롱하며 여울진 물에 논다 때때로 마름에 모여 금빛 몸 들척이니 갑자기 맑은 포말 일어 옥같은 베틀북 던진다 사람 그림자 피하여 푸른 미나리 속에 숨고 푸른 풀 낚시터에서는 게 구멍에 숨는다 너가 해자 다리 사이에서 얻는 줄, 내 안다마는 가는 줄에 매인 향기나는 낚시밥, 이를 어찌하나. * 124. 압봉노화(鴨峯路花)-김시습(金時習) - 압봉 가는 길의 꽃 春山寂寂春鳥啼(춘산적적춘조제) : 竹杖芒鞋遊山蹊(죽장망혜유산혜) : 萬點燕脂綴芳叢(만점연지철방총) : 數點紅雨流寒溪(수점홍우류한계) : 謝豹哀鳴亂山疊(사표애명란산첩) : 雄蜂狂唼繁枝低(웅봉광삽번지저) : 朗吟不覺攪花影(양음부각교화영) : 香霧霏霏行徑迷(향무비비행경미) : 봄산은 적막한데 새는 울고 대지팡이 짚신 신고 산길을 노닌다 만점 연지자국 꽃떨기에 찍혀있고 몇 방울 붉은 비, 찬 개울에 흘러간다 어지러운 첩첩 산에 두견은 슬피 울고 수벌은 비친 듯, 휘늘어진 가지에 입맞춘다 낭낭히 읊음에 꽃그늘 흔들리는 줄 모르고 향기로운 안개 뭉개뭉개, 가늘 길 잃겠구나. * 126. 원각사낙성회(圓覺寺落成會)-김시습(金時習) - 원각사 낙성회 給園初敝市街前(급원초폐시가전) : 聖曆鴻圖萬萬年(성력홍도만만년) : 毳服圓顱逢竺日(취복원로봉축일) : 緇巾曲領頌堯天(치건곡령송요천) : 香煙裊裊隨龍駕(향연뇨뇨수룡가) : 瑞氣緜緜繞佛邊(서기면면요불변) : 誰信逸民參盛會(수신일민참성회) : 五雲朶裏喜周旋(오운타리희주선) : 도시에 버려졌던 급원 절터가 성군의 큰 생각에 만년 가게 되었구나 솜옷에 둥근 머리, 부처 만나는 날 치건에 도포 입으니 요순시대 송축한다 향불연기는 임금수레 따라 너울거리고 상서로운 기운이 불상을 감싸는구나. 평범한 백성이 성대한 모임에 참여하다니 오색구름 꽃 속에 돌아다님이 즐겁구나. * 127. 신역연경(新譯蓮經)-김시습(金時習) - 새로 번역한 연화경 蓮經譯自九重深(연경역자구중심) : 一句頻迦出衆禽(일구빈가출중금) : 梵筴到秦言尙澁(범협도진언상삽) : 華言自什趣難尋(화언자십취난심) : 琅琅諦語昭雲漢(랑랑체어소운한) : 歷歷眞詮演妙音(역력진전연묘음) : 觀彼漢唐飜解迹(관피한당번해적) : 奘蘭能似我王心(장란능사아왕심) : <연화경> 번역을 구중 깊은 곳에서 하니 한 구절의 빈가가 뭇 새 울음보다 뛰어나다. 범어 서적이 중국에 이르렀으나 언어가 난삽하고 <구마라습>이 중국어로 번역했으나 취지 찾기 어려웠다 옥 같은 진리의 말은 은하처럼 밝고 역력한 참된 저울은 오묘한 음을 번역하였다. 한나라 당나라의 번역한 자취를 보니 <현장>과 <등란>이 어찌 우리 임금님 마음과 같으리오. * 142. 장지(壯志)-김시습(金時習) - 대장부 마음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 155. 우중민극(雨中悶極)-김시습(金時習) - 비는 내리는데 속은 답답해서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 159. 야심(夜深)-김시습(金時習) - 밤은 깊어가는데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 160. 월야독보정중(月夜獨步庭中)-김시습(金時習) - 달밤에 홀로 뜰을 거닐며 滿身風露正凄凄(만신풍로정처처) : 夜半鐘殘斗已西(야반종잔두이서) : 松鶴有機和月唳(송학유기화월려) : 草蟲牽恨向人啼(초충견한향인제) : 半窓孤枕燈花落(반창고침등화락) : 幽樹一庭簾影低(유수일정렴영저) : 侍者正眠呼不起(시자정면호불기) : 好詩吟了便旋題(호시음료편선제)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 167. 無題1(무제1)-金時習(김시습) - 무제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 168. 사청사우(乍晴乍雨)-김시습(金時習;1435-1493) - 개었다가 다시 또 비 내리네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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