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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海 - 韓龍雲선생 시 외 다수 본문

한국한시 모음

萬海 - 韓龍雲선생 시 외 다수

동암 구본홍 2022. 12. 19. 12:09
만해 한용운선생 시萬海 - 韓龍雲

만해 한용운선생 시萬海 - 韓龍雲

한시 모음 방

2013-05-24 09: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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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萬海 - 韓龍雲선생 시 매미 소리를 듣고 東京旅館聽蟬 佳木淸於水가목청어수 蟬聲似楚歌선성사초가 莫論此外事모론차외사 偏入客愁多편입객수다 나무 빛은 푸르러 물보다 맑고 여기 저기 매미 소리 초가(楚歌) 울리듯. 이 밖의 다른 일은 말하지 말게. 나그네의 이 시름 돋울 뿐이니. 영산포의 배 안에서(榮山浦舟中) 어적(漁笛) 소리 들리는 밤 강에는 달이 밝고 술집의 등불 환한 기슭은 가을. 외로운 돛배에 하늘이 물 같은데 사람은 갈꽃 따라 하염없이 흐르노니! 漁笛一江月 酒燈兩岸秋 孤帆天似水 人逐荻花流 구암폭포(龜巖瀑) 가을철 산에 폭포 급하니 뜬세상 늙은 몸이 부끄러워라. 밤낮으로 흘러서 어딜 감이랴 천고(千古)의 인걸들 그려 보느니. 秋山瀑㳍急 浮世愧殘春 日夜欲何往 回看千古人 번민(自悶) 잠들면 잠든 대로 꿈은 괴롭고 깨면 달빛 속에 끝없는 생각. 한 몸으로 이 두 적(敵) 어이 견디랴. 아침 되니 어느덧 백발 되었네. 枕上夢何苦 月中思亦長 一身受二敵 朝來鬢髮蒼 새벽 (曉日) 먼 숲에 안개 끼니 버들인 양하고 눈 내린 고목(古木)에는 꽃이 피었네. 이는 곧 자연의 시가 아닌가. 하늘의 조화는 끝을 모를레. 遠林烟似柳 古木雪爲花 원림연사유 고목설위화 無言句自得 不奈天機多 무언구자득 불내천기다 병상에서 病監後園 談禪人亦俗 結網我何僧 담선인역속 결강아하승 最憐黃葉落 繫秋原無繩 최련황엽락 계추원무승 선(禪)을 말하다니 속된 짓이요 그물 뜨는 이 몸이 어찌 중이리. 홀홀 낙엽짐이 가장 설거니 가을 매는 노(繩)가 없어 안타까와라. 새벽 경치(曉景) 하늘 높이 달 걸리고 나무에선 구름이 이는데 높은 산 저 숲에는 남은 밤 걸리었네. 요란히 울리던 종소리 그치니 끊어졌던 외로움 다시 이어지느니! 月逈雲生木 高林殘夜懸 撩落鍾聲盡 孤情斷復連 창가에 밤이 걷히고 나는 누운 채 시를 읊는다. 다시 잠들어 즐거운 나비 또 꿈 속에 매화를 찾는다. 山窓夜已盡 猶臥朗唫詩 栩然更做夢 復上梅花枝 온 산에 외기러기 날고 나무들은 몇 번이나 종소리 냈나. 낡은 집에 승려 홀로 있어서 젊었어도 늙은인 양 움츠리고 사느니! 千山一雁影 萬樹幾鍾聲 古屋獨僧在 芳年白首情 청정한 노래 (淸唫) 먼 물가에 외로운 꽃이 벌고 몇 개의 종 걸린 곳 대숲이 차군. 견성(見性)이 이미 된 줄 알지 못하여 오히려 사물을 처음 보듯 보느니! 一水孤花逈 數鍾千竹寒 不知禪已破 猶向物初看 본 대로 느낀 대로(1)(卽事) 여기 저기 남은 눈에 햇볕 한결 따스하고 먼 숲에 어린 것 봄의 기미(氣味) 분명하네. 앓고 나 바라보기에 느껴움은 이럴까. 殘雪日光動 遠林春意過 잔설일광동 원림춘의과 山屋病初起 新情不奈何 산옥병초기 신정불내하 본 대로 느낀 대로(2)(卽事) 산 밑에는 햇빛이 쨍쨍 비치고 산 위에는 어지러이 눈이 날린다. 한 산에 음양(陰陽)이 이리 다르니 시인이 있어 가슴 메인다. 山下日杲杲 山上雪紛紛 陰陽各自妙 詩人空斷魂 북풍이 일어 기러기 끊기고 백일(白日)에 나그네 시름은 차다. 고요히 천지를 두루 살피니 구름만 만고에 한가한 것을…… 北風雁影絶 白日客愁寒 冷眼觀天地 一雲萬古閒 무제(1)(無題) 시름으로 해 고요한 밤이 싫고 술이 다하매 추울까 겁이 난다. 천리 밖 그 사람 하도 그리워 마음은 그곳으로 달려가 서성거린다. 愁來厭夜靜 酒盡怯寒生 千里懷人急 心隨未到情 늙은 나이라 머리칼 짧아져도 해바라기 닮아서 뜻은 장하다. 산집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는데 매화는 벌어 봄밤이 향기롭다. 桑楡髮已短 葵藿心猶長 山家雪未消 梅發春宵香 구름 끊어지니 시를 얻고 눈 오는 날 술이 익는다. 서성거리며 천고(千古)를 생각노니 아, 길이 밝은 저 하늘의 달! 雲斷詩成韻 雪來酒動香 縱步思千古 靑天明月長 땅이 야위어 구름 가늘고 가난 탓이랴 매화가 더디 핀다. 은사(隱士)의 마음은 사슴 같아서 매양 닭과 개와 함께 노닌다. 地瘠雲生細 家貧梅發遲 幽人心似鹿 鷄犬每相隨 기슭의 대숲은 옥인 양 희고 시내에 구름 끼니 옷을 펼친 듯. 아무래도 저 산에 눈이 오겠는데 이따금 어디론지 까마귀가 날아간다. 岸竹立千玉 磵雲臥一衣 他山雪意重 時見寒鴉飛 흐르는 이 물은 영웅의 눈물 지는 꽃은 재사(才士)의 시름이거니 청산이 좋다고 이르지 말라. 시내라 숲은 해골투성이임을! 流水英雄淚 落花才子愁 莫道靑山好 溪林半觸縷 돌에 부딪쳐 시내는 소리 내고 달이 흐림은 구름 탓이 많네. 그대 그려 마음은 날아가서 한 해 다 가도 돌아올 줄 모르네. 溪響每因石 月陰半借雲 思君心獨往 抵歲不相分 매화를 비추는 달 학이 지키고 구슬이 흐르는데 솔바람 소리! 내 마음은 대나무를 닮은 탓인지 느끼는 것 있어도 말을 잊는다. 鶴守梅花月 玉流松柏風 堪憐心學竹 得眞失之空 무제(2)(無題) 명검(名劍)은 갈기 전에 날카롭고 좋은 꽃은 진 뒤에도 향기로운 것. 어여쁘다 하늘의 둥두렷한 달 홀로 내 마음 길이 비치느니…… 名劒磨前快 好花落後香 可憐天上月 獨照片心長 회포를 읊음 懷唫 此地雁群少 鄕音夜夜稀 空林月影寂 寒戌角聲飛 衰柳思春酒 殘砧悲舊衣 歲色落萍水 浮生半翠微 기러기도 이곳에는 적은 탓인지 밤마다 기다려도 고향 소식 드물고 달뜨면 숲에 그림자 쓸쓸한데 국경이라 바람 타고 번지는 피리 소리. 시든 버들 보면 봄 술 생각나고 다듬이 소리 남아 새옷 없음 안타까와…… 한 해가 또 마지막 가려는데 반평생을 보낸 것 산등성이구나. 9,홀로 거닐며 孤遊 一生多歷落 此意千秋同 丹心夜月冷 蒼髮曉雲空 人立江山外 春來天地中 雁橫北斗没 霜雪關河通 일생에 기구한 일 많이 겪으니 이 심경은 천추(千秋)에 아마 같으리. 일편단심 안 가시니 밤달이 차고 흰머리 흩날릴 제 새벽 구름 스러짐을. 고국 강산 그 밖에 내가 섰는데 아, 봄은 이 천지에 오고 있는가. 기러기 비껴 날고 북두성 사라질 녘 눈서리 치는 변경 강물 흐름을 본다. 고기잡이의 뱃노래 巴陵漁父棹歌 舟行天似水 此外接淸歌 韻入月明寂 響飛夜靜多 知音問白鷺 歸夢滿晴蓑 更聽滄浪曲 撫纓憶舊波 배가 가니 하늘은 물과 같은데 그 더욱 맑은 노래 들려 올 줄야! 가락은 달빛 속을 누벼 고요하고 소리는 밤의 적막 헤쳐 흐르네. 지음(知音)이 그 누군지 백로에 묻고 도롱이에 가득 싸인 고향 달리는 꿈. 다시 창랑(滄浪)의 노래 들려 오기에 관끈 어루만지며 옛 산천 그리느니…… 송청암에게 贈宋淸巖 相逢輒驚喜 共作秋山行 日出看雲白 夜來步月明 小石本無語 古桐自有聲 大塊一樂土 不必求三淸 - 時宋求仙 만나니 놀라운 중 반갑기도 반가와 함께 가을 산을 찾아들었네. 해 뜨면 구름의 흰 빛을 보고 밤에는 달빛 속을 거닐기도 하고. 돌멩이야 본래 말이 없어도 오래 된 오동에선 맑은 소리 나는 것. 이 세상이 곧 낙토(樂土)이거니 구태여 신선 되기 바라지 말게. - 이때 송(宋)이 신선 되기를 원했다. 어느 일본 절의 추억 曺洞宗大學校別院 一堂似太古 與世不相干 幽樹鍾聲後 閑花茶藹間 禪心如白玉 奇夢到靑山 更尋別處去 偶得新詩還 절은 고요하기 태고(太古) 같아서 세상과는 인연이 닿지 않는 곳. 종소리 끊인 뒤 나무들 그윽하고 차 향기 높은 사이 한가한 햇빛. 선심(禪心)은 맑아서 백옥인 양한데 꿈만 같이 이 청산 이르른 것을. 다시 별다른 곳 찾아 나섰다가 우연히 새로운 시 얻어서 돌아왔네. 가을 새벽 秋曉 虛室何生白 星河傾入樓 秋風吹舊夢 曉月照新愁 落木孤燈見 古塘寒水流 遙憶未歸客 明朝應白頭 빈 방안 어느덧 환해지고 은하 기울어 다락에 들어온다. 가을 바람 옛 꿈을 불고 새벽달은 내 시름을 비춘다. 낙엽진 나무 사이 등불 하나 뵈고 낡은 못으로 차가운 물이 흐른다. 안 돌아오는 나그네 생각하여 내일 아침이면 흰머리 되리라. 높은 데 올라서登高 偶思一極目 躋彼危岑東 人去靑山外 舟行白雨中 長河遇酒少 大雪入詩空 風落枯桐急 殘陽映髮紅 조망을 즐기려 해 높은 뫼 올라가니 사람은 점 같아서 산 저쪽에 사라지고 소낙비 내리는 그 속 돛단배가 가누나. 장강을 가노라면 술 만나기 드물렷다. 펄펄 날리는 눈 시에 들어 녹는 것을! 오동에 바람은 세차고 낙일(落日) 머리 물들여…… 한가한 노래閑唫 中歲知空劫 依山別置家 經臘題殘雪 迎春論百花 借來十石少 除去一雲多 將心半化鶴 此外又婆娑 중년(中年)에 인생의 헛됨을 알아 산을 의지해 따로 집을 마련했다. 섣달이 지나 남은 눈에 시를 쓰고 봄을 맞아 온갖 꽃을 즐긴다. 돌멩이 여남은 개 빌어다 쌓아 자꾸 꾀는 구름을 막고, 내 마음 어지간히 학이 되었는 듯 이 밖에서 덩실덩실 춤추며 산다. 눈 내린 새벽雪曉 曉色通板屋 怱怱不可遊 層郭孤雲去 亂峰殘月收 寒情遶玉樹 新夢過滄洲 風起鍾聲急 乾坤歷歷浮 고운 새벽 빛 판자집에 스미니 너무 당황해 나가 놀지 못하네. 한 점의 구름 성 위로 옮아 가고 어지러운 저 봉우리 달이 넘어가…… 추운 마음, 눈에 덮인 나무를 휘돌고 아득히 창주(滄洲)를 지나는 새 꿈! 바람 일어 종소리 급한데 아, 역력히 천지가 떠 있구나. 동지冬至 昨夜雷聲至 今朝意有餘 작야뢰성지 금조의유여 窮山歲去後 故國春生初 궁산세거후 고국춘생초 開戶迓新福 向人送舊書 개호아신복 향인송구서 群機皆鼓動 靜觀愛吾廬 군기개고동 정관애오려 엊저녁 뜻밖에도 우레 소리 들리더니 오늘 아침 기쁜 중 끝없는 생각. 궁벽한 산중에 또 한 해가 가고 이 나라에 처음으로 봄이 생기는 때, 문을 열어 새해의 복을 맞고 친구에게 해가 묵은 편지를 띄운다. 자연의 조화 곳곳에 움직이거니 고요히 바라보며 내 집에 정이 간다. 본 대로 느낀 대로(3) 卽事 朔風吹白日 獨立對江城 孤烟接樹直 輕夕落庭橫 千里山容滴 一方雪意生 詩思動邊塞 侶鴻過太淸 태양을 몰아치듯 삭풍이 부는 속에 강변의 성을 대하여 서면 한 무더기 안개 나무에 맞아 치솟고 얇은 어스름 뜰에 내린다. 천리에 산 그림자 지는 때 여기는 눈이라도 내릴 듯한 기색. 시정(詩情)이 국경을 싸고 도는데 기러기 떼지어 하늘 날음을 보노니…… 본 대로 느낀 대로(4) 卽事 一庵何寂寞 塊坐依欄干 枯葉作聲惡 飢烏爲影寒 歸雲斷古木 落日半空山 獨對千峰雪 淑光天地還 조그만 암자 태고(太古)처럼 고요한데 홀로 난간에 기대어 앉으면 마른 나뭇잎 서글피 소리내고 주린 까마귀 그림자가 차다. 구름은 돌아가다 고목(古木)에 끊기고 지는 해 반쯤 서산에 걸려…… 온 산에 쌓인 눈 마주 보자니 봄 기운 천지에 돌아오는 기색! 본 대로 느낀 대로(5) 卽事 烏雲散盡孤月橫 遠樹寒光歷歷生 空山鶴去今無夢 殘雪人歸夜有聲 먹구름 걷히는 곳 둥두렷한 달 찬 그 빛 먼 나무 곱게 적시고 학도 날아가고 고요한 산엔 누군가 잔설(殘雪) 밟고 가는 발소리. 紅梅開處禪初合 白雨過時茶半淸 홍매개처선초합 백우과시다반청 虛設虎溪亦自笑 停思還憶陶淵明 허설호계역자소 정사환억도연명 홍매(紅梅) 꽃이 벌어 중은 삼매에 들고 소낙비 지나가매 차도 한결 맛이 맑아…… 호계(虎溪)까지 전송하고 크게 웃다니! 잠시 도연명의 인품 그리어 보네. 홀로 있는 밤獨夜 二首 天末無塵明月去 孤枕長夜聽松琴 一念不出洞門外 惟有千山萬水心 밝은 달 하늘 가로 기울어지고 이 긴 밤 홀로 누워 듣는 솔 소리. 잠시도 동문(洞門) 밖을 안 나갔건만 산수(山水) 찾는 버릇은 그대로 남아 있네. 玉林垂露月如霰 隔水砧聲江女寒 兩岸靑山皆萬古 梅花初發定僧還 숲에 맺힌 이슬 달빛에 싸락눈 같고 물 건너 들려 오는 어느 집 다듬이 소리. 저 산들이야 하냥 저기 있으련만 매화꽃 필 적이면 고향 찾아 돌아가리. 구곡령을 지나며過九曲嶺 過盡臘雪千里客 智異山裡趁春陽 去天無尺九曲路 轉回不及我心長 천리 밖 섣달 눈을 다 보내고서 지리산 깊은 골짝 봄볕에 길을 가면 하늘에 닿을 듯한 구곡령 길도 뒤틀린 내 마음의 그 길이엔 못 미치리. 규방의 한春閨怨 一幅鴛鴦繡未了 隔窓微語雜春愁 夜來刀尺成孤夢 行到江南不復收 원앙새 수놓다가 끝도 못 내고 창 건너 속삭임에 더욱 애태워…… 잠이 들면 밤새도록 꿈은 꿈대로 강남에 가 돌아올 줄 까맣게 잊네. 나비蝴蝶 東風事在百花頭 恐是人間蕩子流 동풍사재백화두 공시인간탕자류 可憐添做浮生夢 消了當年第幾愁 가련첨주부생몽 소료당년제기수 봄바람에 꽃을 찾아 분주하거니 아마도 사람이면 탕자(蕩子)쯤 되리. 가뜩이나 꿈인 세상 꿈을 덧붙여 그 당시의 어느 시름 씻었단 말인가. 매화 꽃잎觀落梅有感 宇宙百年大活計 寒梅依舊滿禪家 回頭欲問三生事 一秩維磨半落花 우주의 크나큰 조화로 하여 선원(禪院) 가득 예전대로 매화가 벌어…… 머리 돌려 삼생(三生)의 일 물으렸더니 한가을 유마(維摩)네 집 반은 꽃 졌네. 봄꿈春夢 夢似落花花似夢 人何胡蝶蝶何人 蝶花人夢同心事 往訴東君留一春 꿈은 낙화 같고, 꽃은 되레 꿈인 것을 사람은 왜 나비 되고 나비는 왜 사람 되나. 이 모두가 마음의 장난이거니 동군(東君) 찾아 이 한 봄을 못 가도록 만들고자. 번민을 풀다遣悶 春愁春雨不勝寒 春酒一壺排萬難 一酣春酒作春夢 須彌納芥亦復寬 봄시름과 봄비는 으스스 춥기에 봄술 한 병으로 만난(萬難) 물리쳐…… 봄술에 취하여서 봄꿈 이루니 개자씨에 수미산 넣어도 남네. 개인 날唫晴 庭樹落陰梅雨晴 半簾秋氣和禪生 정수락음매우청 반염추기화선생 故國靑山夢一髮 落花深晝渾無聲 고국청산몽일발 락화심화혼무성 나무들은 뜰에 그림자 떨구고 장마비 개니 발로 스미는 가을 기운 선(禪)인 양 써늘하다. 고국 산천은 꿈속이면 바로 거긴데 대낮에 지는 저 꽃 소리도 없어…… 산의 대낮山晝 群峰蝟集到窓中 風雪凄然去歲同 人境寥寥晝氣冷 梅花落處三生空 봉우리 창에 모여 그림인 양하고 눈바람은 몰아쳐 지난해인 듯. 인경(人境)이 고요하고 낮 기운 찬 날 매화꽃 지는 곳에 삼생(三生)이 공(空)이어라. 구암사의 초가을龜岩寺初秋 古寺秋來人自空 匏花高發月明中 霜前南峽楓林語 纔見三枝數葉紅 옛절에 가을 되니 마음 절로 맑아지고 달빛 속 높이 달린 박꽃이 희다. 서리 안 와 남쪽 골짜기 단풍나무 숲 서너 가지 몇 잎새가 겨우 붉어져…… 가을 밤비秋夜雨 정(定)에 드니 담담하기 물 같은 심경 향불 다시 피어나고 밤도 깊은 듯. 문득 오동잎 두들기는 가을비 소리 으스스 새삼스레 밤이 차구나. 床頭禪味澹如水 吹起香灰夜欲闌 상두선미담여수 취기향회야욕란 萬葉梧桐秋雨急 虛窓殘夢不勝寒 만엽오동추우급 허창잔몽불승한 회포述懷 마음은 빗장 잠근 집과 같아서 무엇 하나 묘한 경지 든 적이 없어…… 천리 밖 오늘 밤도 또한 꿈임을 달빛 속에 가을 나무 어지러이 춤추네. 心如疎屋不關扉 萬事會無入妙微 千里今宵亦一夢 月明秋樹夜紛飛 선방 뒷뜰에 올라登禪房後園 양쪽 기슭 괴괴하여 번거로움 없고 풍광(風光)에 취하다 보니 때도 잊는다. 절 안에 미풍 일고 햇볕 찌는 듯한데 가을 향기 끝없이 옷에 감기네. 兩岸寥寥萬事稀 幽人自賞未輕歸 院裡微風日欲煮 秋香無數撲禪衣 들길을 걸으며野行 쓸쓸히 말을 몰아 석양을 가면 강 둔덕 버드나무 노래진 잎새. 머리를 돌려도 고국 길 안 뵈고 만리라 가을 바람 고향 생각뿐! 匹馬蕭蕭渡夕陽 江堤楊柳變新黃 回頭不見關山路 萬里秋風憶故鄕 우연히 지나니 낡은 나루터 물에서는 잔 고기들 꼬리를 치고 구름은 서풍 좇아 밀려 가는데 해질녘 홀로 서서 가을을 본다. 尋趣偶過古渡頭 盈盈一水小魚游 汀雲已逐西風去 獨立斜陽見素秋 가을 밤에 빗소리를 듣고秋夜聽雨有感 영웅도 신선도 아니 배운 채 국화와의 인연만 공연히 어겨…… 등불 밑에 흰머리 무수한 이 밤 떠돌기 서른 핼세, 빗소리, 가을비 소리! 不學英雄不學仙 寒盟虛負黃花緣 靑燈華髮秋無數 蕭雨雨聲三十年 한강 漢江 한강에 와서 보니 강물은 길고 깊은 물결 말 없는데 가을빛 어려…… 모르괘라, 들국화는 어디 폈는지. 때로 서풍 타고 향기 풍기네. 行到漢江江水長 深深無語見秋光 野菊不知何處在 西風時有暗傳香 창가를 스치는 비바람獨窓風雨 사천리 밖에서 홀로 애태우노니 가을 바람 불 적마다 흰머리 생겨…… 낮잠을 놀라 깨니 사람 안 뵈고 뜰에 가득 비바람 몰아치며 가을의 소리! 四千里外獨傷情 日日秋風白髮生 驚罷晝眠人不見 滿庭風雨作秋聲 시 쓰는 버릇을 웃다自笑詩癖 시(詩)로 해 야윔이 달긴 달아도 얼굴에 살 빠지고 입맛도 잃고. 세속을 떠난 양 자처도 하네만 이 또한 병이로세 내 청춘 삼킨. 詩瘦太酣反奪人 紅顔減肉口無珍 自說吾輩出世俗 可憐聲病失靑春 산가의 새벽山家曉日 일어나니 창 밖에는 눈이 날리어 온 산을 메웠구나 이 새벽녘. 마을 집 아늑하여 그림 같은데 샘솟는 시정(詩情)에는 병도 잊느니…… 山窓睡起雪初下 况復千林欲曙時 漁家野戶皆圖畵 病裡尋詩情亦奇 눈꽃 內院庵有牧丹樹古枝受雪如花因唫 달빛 아니라도 눈은 고운 것 고목에 꽃이 벌어 향기 풍기네. 가지 위 차가운 저 정령(精靈)이야 길고 긴 내 시름관 무관한 고움! 雪艶無月雜山光 枯樹寒花收夜香 分明枝上冷精魄 不入人愁萬里長 문틈 사이로 본 세월備風雪閉內外戶窓黑痣看書戲作 추위를 막고자 문틈 바르니 낮인데도 방안엔 어둠이 깔려 책 펼쳐도 이(二)와 삼(三)이 구분 안 가기에 눈을 감고 어디가 남, 어디가 북인지를 생각도 했네. 風雪撲飛重閉戶 晝齋歷歷見宵光 對書不辨二三字 闔眼試思南北方 산가(山家)의 방문이 조화옹되어 여닫는 데 따라서 주야 바뀌네. 자기 집 명암도 애매하거니 우습네, 달력 지어 파는 그 사람! 山堂門戶化翁作 開闔便看晝夜新 自家不解明暗理 還笑人間賣曆人 추운 적막寒寂 요즘은 날이 추워 문을 닫고 산수(山水)를 제대로 찾지도 못한다. 눈바람 집을 메워 고요도 고요한데 봄술 들며 낙매(落梅)를 보는 듯 선미(禪味)에 취한다. 不善耐寒日閉戶 觀山聽水未能多 불선내한일폐호 관산청수미능다 雪風埋屋人相寂 禪如春酒散梅花 설풍매옥인상적 선여춘주산매화 요즘은 날로 추위 심해지는데 앞을 막는 것은 은산(銀山)과 철벽(鐵壁)! 하늘을 나는 학(鶴)도 아닌 몸 마음의 구름 못 헤쳐 안타깝다. 閑居日日覺深寒 坐中鐵壁復銀山 却恥吾身不似鶴 禪心未破空相看 병상에서 病監後園 談禪人亦俗 結網我何僧 담선인역속 결강아하승 最憐黃葉落 繫秋原無繩 최련황엽락 계추원무승 선(禪)을 말하다니 속된 짓이요 그물 뜨는 이 몸이 어찌 중이리. 홀홀 낙엽짐이 가장 설거니 가을 매는 노(繩)가 없어 안타까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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