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마지막 남긴 말 본문

동암 낙서 방

마지막 남긴 말

동암 구본홍 2024. 10. 28. 12:22

마지막 남긴 말

 

인생은 마라톤

삶의 바퀴에 첫발 내디디고

숨 가쁜 생의 레이스 끝에

나는 이제 종점에 도착했다오

내 몸 깊이 지니고 있던 암 덩어리도

내 손에 쥐고 있던 욕심도

그렇게 간절히 보고파 했던 사랑도

모두 모두 이승의 길목에 놓아두고

가볍게 떠납니다

슬퍼하지 마오

때가 되면 다시 만나리

불기 속 한 몸 던져

나는 한 줌의 구름 되었다가

넓고 평화로운 하늘나라에서

훨훨 날아다니다가

바람이 되고 비방 울이 되어

다시 돌아오리

길 섪 야생화가 되고 풀꽃이 되어

삶의 길을 바라보리

언젠가 잎이 되고

줄기가 되고 뿌리가 되고 꽃이 되어

우린 또 만나리

저 먼저 떠나갑니다

이승의 문이 닫히고

이젠 저 맑고 평온한 나라로 가볍게 날아갑니다

그림자 없는 빛으로

어둠의 별을 형제 삼아 저세상에서 편안하게 누리리오

이제 안녕

가볍게 보내주신 영혼들이여 안녕

'동암 낙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나무 의자  (0) 2024.05.29
그날 밤에  (0) 2024.04.17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1) 2023.08.17
알콩달콩 살고픈  (0) 2022.12.24
흔들리면서  (0) 2022.12.1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