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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농심/동암 휘이휘이 언덕아래 하늘 뜻 감내하는 눈물 고인 천수답 은빛 햇살 내리치면 철철이 탄 속내조차 모르는 어린 새들 진 울음으로 훑고 간 논두렁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 사발로 곰삭히는 에이 살이 갚아도 다 갚지 못한 잡초 같은 농가 빚 저놈의 자갈논에 가슴에이는 맹꽁이 울음 울대치는 아픔처럼 큰 소리로 끓고 있다 오 유월 검녹빛 볏닢 만장같이 펄럭인다
붉은 입술 한 잎/동암 수묵 빛 그늘 안으로 시간의 행간 사이사이 꽃 피어도 향기 없이 적막한 긴 응시 고추잠자리 느낌표로 나른다 마른 가지에 걸려있는 저 외딴 기억 같은 풀꽃 바라보기조차 아리다 마지막, 눈도 귀도 버린 채 섶도록 유영하는 낡은 일상들 바스락바스락 구겨진 마음 한 벌 가볍게 내려놓고 물소리 핥으며 메마른 귀 씻는다 쪼그려 앉은 햇살 위로 올올이 헤진 기억 핏빛 애환 희오리 쳐 걸어 나와 먼 길 속으로 외마디로 날아간다 시큰둥 저문 길 얼쩡대며 등 굽은 노송들이 울담 넘어 우웅 울 때 하루 치 뙤약볕 중력을 잃고 헤면다 매운 가슴 뚫고 돋아나는 진솔의 흰 환란 마른 풀잎 누워 잠든 절벽을 타고 오르는 매운바람 숨 가쁘다 녹태 낀 울음소리 차가운 귓가로 탈속 脫俗의 몸부림 매캐하게 젖어 든..
웃음소리 흥건하다 명절날 고향 가는 고속도로 맥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팻말 요리조리 따라가면 숭숭숭 뚫린 터널들이 짐승처럼 웅크린 길 어버이 살다 가신 그립던 고향 달려가면 땀 절인 갈빛바람 묵정밭을 갈고있다 돌밭 길 그 정든 길들 어디쯤에서 반기는지 한 세기 고향땅은 벌래먹은 나뭇잎처럼 이곳저곳 파헤쳐진 채 적막만 걸려있고 오늘은 웃음소리로 온 마을을 덮고있다 돌담 켜켜이 목이 쉰 옛 님들 넋이 쌓인 굽은 길 돌아가면 돌팔매질 해대던 한 그루 늙은 살구나무 단풍잎 뚝 날 반긴다 떠날 때 발목 붙들고 꼭 돌아오라던 미루나무 수호신처럼 묵묵히 고향마을 지키고 서서 투명한 들개미치 향 귀속가득 담는다 고향은 언제나 포근한 어머니 품안 오라는 이 없어도 좋으리 따뜻한 내자리 떠나는 발걸음 마다 눈망울이 벌겋다
무인도/ 구본홍 투명한 울음 핥고 간 터진 곳 그늘 사이 아득했던 물길이 헤죽헤죽 웃고 있다 삭풍에 움츠린 가슴 외로움 닦아낸다 이랑의 결을 따라 빗장을 열어젖힌 갯바우 틈새마다 시간의 실뿌리들 닫혀 진 편견의 벽을 헐어내야 하는 것을 세월로 곰 삭이던 고적한 눈자위로 홀로 남은 저 적막에 글썽이는 침묵들이 비로소 한 생을 벼려 소망 이고 선 자리 남해안 큰 섬 사이 오롯이 기다려 준 어릴 적 꿈을 꾸던 저 학섬 그 언덕에 흘러간 기억의 숲이 고스란히 서있다 뱃길도 내어주지 않던 고고한 그 섬도 물소리 귀를 헹구며 얇은 속살 지워내고 세월이 짙어질수록 고집 풀린 그 누공屢空 자유의 거센 입김 몰아치며 지나가는 머얼리 저 머얼리 단 하나의 외침 같이 사유의 수평선에 서서 노려보는 작은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