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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풋감도 떨어지고 홍시도 떨어 지더라/ 동암 울지 마라 웃지 마라 살다 보면 바람 세월 누구라 할 것 없이 풋감도 떨어지고 홍시도 떨어 지더라 세상사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어디 있더냐 살다보면 사는 데로 좋고 나쁜 것이 호흡 한 장 차이더라 숨 한번 길게 쉬면 악도 선이 되는 것을 어이해서 그렇게 숨 가쁘게 살았는가 강을 건너 산을 넘어 바람이 부는 데로 물이 흘러가는 데로 강물처럼 바람처럼 너도 가고 나도 가는 것을 나 또한 한 뿌리 생명인 것을 작은 풀잎처럼 엎드려 그렇게 살아 가는 것을 삶에도 때론 반음(半音)이 있는 것을
늦 가을 고추밭/구본홍 말없이 어둠 속을 고요히 머리 숙인 두 눈 감은 묵언 수행 등뼈새운 저 가부좌 아무도 거두지 앉은 저 마른 슬픈 나체 불거진 복사뼈로 버티고 선 짧은 계절 꿰매온 생의 수혈 맵도록 살았어도 등굽은 살갖 차가운 외발로 선 이랑에 바람소리 수천 번 밭가장이 잿빛시간 휘어진 늑장안개 부서져 누워있다 마른 잎 젖어있어도 깨어져라 더 잘게 새들도 짐승들도 울음 썩던 네 선 자리 일몰의 말 한 마디 깨우치는 맨 발등 회색 빛 무언의 침묵 서릿바람 덮는다
무효/동암 북악산 흐린 날에 구절초 반기 우는 길섶에 쉬어 가면 산까치들 울어 되던 그 나무 지는 잎들이 어깨를 따립니다 숨 고르며 막대 짚고 언덕 베기 오르라면 모래알 구른 소리 엿 듣던 굴참나무 다시는 그 나무아래 아니 서려 합니다 안개 깊은 골짝에는 날 반기는 새는 없고 잎 다진 나무위에 까치집만 차갑구나 어허라 영원한 내 것 무엇이 내 것인고
花石亭 / 栗谷 李珥 五言律詩 季秋 (晩秋 : 늦가을 ) 林亭秋已晩 騷客意無窮 임정추이만 소객의무궁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 원수연천벽 상풍향일홍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 산토고륜월 강함만리풍 塞鴻何處去 聲斷暮雲中 새홍하처거 성단모운중 숲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저무니 소객의 시상은 끝이 없다 . 먼 물줄기 하늘에 잇닿아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구나 .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하고 강은 만리풍을 머금었네 . 변방의 기러기 어디로 가는고 소리가 저녁 구름 속으로 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