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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이별 돌뿌리에 사랑받던 산국화 한그루 꽃잎 허공 떠올리며 실눈 뜬 밤이 깊던 그이의 마음 밖으로 맨발로 헤매인다 내가 쌓은 낡아서 따뜻한 꼭지 위로 눅눅한 산국향기 무더기로 토해내던 아직은 여운의 향기 방황하는 발길이다 양지 곳에 물 한 모금 구애받아 심지를 심던 목마르게 움트느라 가을빛으로 수련대도 멀미로 남루한 꽃빛 눈썹 떨며 한철 범한 따뜻했던 내 자리 향기마저 얼룩지는지 한 잎 국향 화사하게 안기던 낭자한 꽃피 마알간 적의의 심지 슬그머니 눕는다
암 병동 004호실 의사 선생님은 시작의 전원을 켠다 깊은 곳에서 은밀히 자란 것들은 뿌리는 독하다 초음파 진단의 모니터에 악성 바이러스 분진들 얼룩져 있다 몸의 가장 불안한 환부를 공격한 해커 늑막까지 숨차 오르던 매일은 부정맥이다 혈액 검사의 수치는 한계를 벗어나 있다 수정 버턴은 오류의 맥박 소리를 체크하고 있다 시프트를 눌러 주세요. 체온이 올라가요 엄지손가락 호흡을 짚어가며 폈다 오므렸다 흰 마스크를 쓴 야간 당직 검색 창 밤새워 진료 중이다 수척한 몸의 하드웨어 방사선 그 빛 함 모금 투입하면 삭제된 프로그램 되살리지 못했다 몸속 언제부터인가 입주한 바이러스 붉은 장기 포획한 조직, 암癌 암癌 암癌 그 악성 서류철 둥글고 또 새로운 모습 눈이 없어도 잘도 번식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렇게..
찡하게 출렁인다./ 동암 가을 그늘 깊어질 때 나도 찡하게 어둡고 커피 한잔 옆에 두고 생각들이 단풍든다 모두가 사늘히 식는 울림이 큰 절기다 내가 자동차 타는 것이 찡하고 내가 걸어가는 것이 찡하고 내가 앉아있는 것이 찡하고 내가 누워있는 것이 찡하고 내가 느끼고 보이는 것들이 다 찡하다 내가 나 보는 것이 찡하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당신 잠자는 걸 봐도 찡하고 내가 시집 읽을 때도 찡하고 내가 시 쓸 때도 찡하고 내가 나의 삶 뒤돌아보면 찡하고 내가 남은 나의 생 생각하면 찡하다 가을엔 들에 핀 작은 야생화를 보면 찡하고 가을엔 가을 새 울음 들으면 찡하고 가을엔 가을비 내리는 것 바라보면 찡하고 가을엔 음악 소리가 찡하다 가을엔 병든 사람 보면 찡하고 가을엔 노숙자 바라 보면 찡하고 가을엔 웃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