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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신춘문예 당선 시
[2007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활 정상혁 '활'하고 무사처럼 차분히 발음하면 입 안의 뼈들이 벼린 날처럼 번뜩이고 사방은 시위 당겨져 끊어질 듯 팽팽하다 가만히 입천장에 감겨오는 혀처럼 부드럽게 긴장하는 단어의 마디마디 매복한 자객단처럼 숨죽인 채 호젓하다 쏠 준비를 하는 순간 모든 게 과녁이다 호흡 없던 장면들을 노루처럼 달리게 하는 활활활 타오르게 하는 날쌔고 깊은 울림 허공의 누군가가 '활'하고 발음했는지 별빛이 벌써부터 새벽을 담 넘어가 내일로 촉을 세운 채 쏜살같이 내달린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눈길을 걷다 이서원 앞 서간 어머니의 가슴 아린 발자국 길 혼자서 더듬더듬 그믐밤 걸어간다 눈 내린 책갈피에도 무릎 꺾어 세우며 손끝에 힘을 모아 온몸으로 읽는 음절 어두운 마음속을 뇌문..
동암 詩 모음
2022. 11. 21. 11:37
자조 (自嘲)
허균 시 자조 (自嘲) 春色滿長安 游人興未闌 춘색만장안 유인흥미란 攔街飛絮亂 霑袖落紅殘 난가비서란 점수낙홍잔 玉笛宵爭品 金壺曉不乾 옥적소쟁품 금호효불건 空憐病司馬 描得雪梅看 공련병사마 묘득설매간 봄빛이 장안에 가득해 노니는 이들은 흥이 아직 다하지 않았으니 버들개지들은 길을 막으며 어지럽게 흩날리고 떨어지는 꽃잎은 옷소매에 묻어 시드네 피리 소리들은 밤새워 서로 겨루고 술병 속의 술도 새벽까지 마르지 않았는데 병든 사마 *의 모습만 보기 애처로우니 눈 속에 핀 매화만 그려서 볼 뿐이라네
한국한시 모음
2022. 11. 21.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