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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허물고 홀로 남은 기둥/구본홍 수척한 모가지에 빛살 돌돌 감으서 서로들 손 맞잡고 덮힌 매질 용서하던 알싸한 적막 깨물던 버틴 축 긴 한숨 상처 난 눈빛으로 가만히 어루만지면 그간 숱한 허물 헹궈 기억에서 벗겨내고 가슴에 못 박혀 울던 녹슨 올을 파낸다 한사코 앉힌 무게 뿌리 깊이 뿌린 한 숨 사무치게 뼈 시려도 오늘을 기다렸다 한 시대 소용돌이친 애써 지운 그 흔적 그늘진 묵은 얼굴 하나하나 지워가며 인내하며 버티면서 갖은 인고 안으로 삭인 연두빛 어리는 기운 숨고르며 모운다
牧隱목은시고 제7권 / 시(詩) 독야(獨夜) 8수(八首) 처자식은 경치 좋은 데 놀러가고 / 婦兒游勝境 늙은 나는 집을 지키고 있노라니 / 老病守窮廬 아직껏 정신 빼어남이 기뻐라 / 尙喜精神秀 이와 머리털은 성글거나 말거나 / 從敎齒髮疎 평생을 그럭저럭 지낼 뿐이니 / 平生聊爾耳 필경에는 정히 어찌할거나 / 畢竟定何如 기억컨대 승죽을 얻어먹을 적엔 / 記得隨僧粥 연기 놀 속에 목어가 움직였었지 / 烟霞動木魚 늙은 목은은 기심 잊은 지 오래라 / 老牧忘機久 연래엔 집이 얼음처럼 청결하네 / 年來室似氷 여러 애들은 한창 곤히 자는데 / 衆雛方爛睡 긴 밤에 등불은 꺼지려 하누나 / 長夜欲殘燈 아직 삼업을 맑히지 못했거니 / 但未淸三業 어찌 이승에 떨어질 수 있으랴 / 何曾落二乘 산 놀이엔 봄이 점점 좋아지는데..
겨울 연밭/구본홍 마음에 가둔 것을 비워내는 수행중이다 안거安居 마친 계절에 살갗을 찢고나가 참았던 속울음들이 비애의 늪에 잠겨서 오랫동안 침잠했던 초록빛 묵언들이 천길만길 걸어서 입적하는 뒷모습 세상의 모든 마지막이 이렇다고 말 하듯 바람을 끌어 덮어도 드러나는 시린 발목 얼마를 더 찬 어깨를 떠밀리고 넘어져야 깊숙한 네 등 푸른 멍 들여다볼 수 있을까 처절해서 차라리 아름다운 절망의 숲 어깨위에 쌓인 먼지 바람결에 툭툭 털며 깨끗이 비워낸 몸이 다소곳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