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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그리움
그 많은 느낌표들 어디에서 숨 죽이고 있을까 지금의 보고픔으로 울어되는 한 올의 숨 내일 오기전 무채색 홀씨로 바람에 싫어 날려 보내리 그 차가운 봉분위로
동암 詩 모음
2022. 11. 22. 15:12
그는 간다 멀리
붉은 처마를 뒤집어 보이던 꽃송이도 해죽해죽 웃던 푸른 잎들도 처마 단 속으로 오줌이 말라 붙은 것 같은 얼룩진 먹 구름도 거푸적 거푸적 아무 일 없는 듯 울다가 웃다가 허공 내 저어며 알수 없는 곳으로 간다 바람 바람이 되어 그는 간다 아무 말 없이 간다
동암 詩 모음
2022. 11. 22. 15:08
생의 乾期
생의 乾期(건기) 앞에 몸의 짐이 버겁다 밝음이 기울고 어둠이 스미는 길 생각의 쇠치뽑아 불면의 늪에 걸어 놓고 씨줄 날줄로 짠 생의 올들 하나 둘 버리고 싶은 하루 장마철 가믐처럼 생이 목 말라 간다.
동암 詩 모음
2022. 11. 22. 15:03
눈 내리는 설 전날 밤
눈 내리는 설 전날 밤 시골 고향 집이 자꾸 눈에 밟힌다 뒤란 장독대에 그늘 드리우던 무성한 푸른 잎의 고욤나무 그 아래 구수한 손맛의 내 어머니 생각이 맵다 밤이면 찬별이 쏟아져 내리던 거울 빛 우물에 어리던 얼굴들 언제나 이맘때면 맷돌질 소리 사갈사갈 들릴 듯한 기억으로 지금 하얀 무늬로 사르락사르락 도시의 좁은 골목길에는 눈이 내리고 손님방에 선 가슴엔 그리움들이 풍랑에 부표처럼 흔들린다 십 남매 오글오글 누에고치처럼 누운 머리맡에 놓여있던 고구마 가마니 손가락으로 날줄 씨줄을 헤집어 헐렁한 허기를 채우던 그 사랑채 방 텅 빈 마당 귀퉁이에 마른 숨소리로 세월의 행간을 갈아 눕히고 있던 주인 잃은 쟁기 녹슬어 세월의 휘호 리에 날 무딘 지문으로 걸려있을 그곳 봉홧불처럼 가물거리듯 꺼지지 않는 그리움..
동암 詩 모음
2022. 11. 22.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