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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梅花落處疑殘雪 柳葉開時任好風 매화락처의잔설 유엽개시임호풍 매화꽃이 떨어져 흰빛이 잔설인가 의심이 날 정도다 버들잎 싹틀때 호풍 (봄 바람 )에 내맡긴다 . 文情淸若林間竹 人品峻於天外山 문정청약림간죽 인품준어찬외산 글 정취 숲속 대처럼 맑고, 사람 품격 하늘가 산보다 우뚝하네 無窮花發三千里 韓國春光億萬年 무궁화발삼천리 한국춘광억만년 무궁화가 삼천리에 피니 한국 봄빛이 억만년일세 無藥可醫郷相壽 有錢難買子孫賢 무약가의경상수 유전난매자손현 약으로는 가히 정승의 수를 연장할 수 없고 돈은 있어도 어진 잔손을 사기는 어렵다 半窓月落梅無影 三徑風來竹有聲 반창월락매무영 삼경풍래죽유성 창에 반쯤 걸린 달이지니 매화 그림자 없어지고 한밤 중 바람에 대나무의 맑은 소리 들리도다. 山欲渡江 江口立 水將穿石石頭廻 산욕도강 강구..
연꽃은 진흙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가 않다 속은 비어있어도 겉은 곧고 넝쿨도 가지도 치지 않는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빛은 가까울수록 우아하다 꼿꼿하고 깨끗하게 서 있다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업신여겨 함부로 할 수는 없는 꽃, 자 자태
해마다 행사처럼 올해도 세미원 찾아와서 되 푸른 잎 붉은 연꽃 예전과 다름없이 그대로인데 넋을 잃고 꽃을 바라보는 외로운 나그네 연꽃처럼 만발했던 마음 옛과 다름없으되 엷어진 머리털이 희어졌구려 몸은 늙었으되 마음은 언제나 멀수록 더욱 맑게 풍기는 향기처럼(香遠益淸 향원익청) 세월의 무상함을 수줍은 듯 붉은 꽃 피워 올리고 있네
흔적/동암 지난 폭우의 고통으로 흰 이빨 드러낸 꺾인 나뭇등걸 자벌레 바쁘게 몸을 재고 떨어진 마른 잎들이 수의처럼 입혀질 때 숲속엔 소리 없이 장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몇 가닥 남은 혈류에 햇살의 칼날 닿자마자 스스로 안도의 한숨과 함께 몸 누이는 나무, 진즉에 고통 덜어주었어야 했던 허리뼈를 탈골 시킨 나무들이 염을 하듯 나뭇등걸을 어루만지고 몸을 타고 오르던 보랏빛 칡꽃 넝쿨은 거친 숨 내뱉으며 천형을 온몸으로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상여 매듯 어깨에 메고 숲을 급히 빠져나간 물줄기 흘러간 자국마다 드디어 생의 이력만 둥글게 묘비처럼 남은 밑동 불구의 몸 환상통 앓았던 흔적의 고통 굳은 각질로 떨어져 있고 그동안 수없이 허공에 산란한 잎들은 조문하러 다녀간 듯 공중 핑그르르 돌다 몇 잎 살포시 엎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