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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파열음

동암 구본홍 2022. 11. 30. 16:10
   
파열음/동암  
   
  있잖아, 맑은 유백의 빛을 고집하던 둥근 그 집요
  집에 들여놓았지
  하루 몇 번 그와 키스를 해야 편안한 잠자리에 들곤 했었지
  근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쨍~ 전신의 힘을 모아 울리는 그 비명
  그제야 속내 다 드러내더군
  죽은 나목의 뼈 운구하는
  흙의 제 뿌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앙다물던 유언장 환히 보이는
  뾰족하고 날 선 자리
  그래 맞아,
  언젠가 돌아갈 그 날 위해
  나날 뜨겁게 속 대우고 차게 얼리면서
  수정처럼 단단하게 결집하던 너
  나도 너처럼 깨어져 버리고 싶을 때 있어서
  저 눈 좀 봐
  딱딱하게 사육당하고 있었잖아
  사육하던 주인은 홀가분하게 그를 버려서
  온갖 사유 출렁이던 자리
  저렇게 가벼워질 수 있을까?
  둥굴고 깊었던 여정 이처럼 요약 할 수 있는구나
  맞아, 진정한 너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거지
  편안하구나
  물거품의 둥근 입자가 되려고 누워있는 그를 바라보면
  기억의 뒤꼍 아무런 슬픔도 없다는 듯
  바람결 낮은 한숨 소리 지우는 파열음
  부서져라 더 잘게 부서져라
  한 줌 흙밥으로 受胎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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