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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삶은 다 그물 속에 있네

동암 구본홍 2022. 12. 11. 09:39

그물이 그물을 가두고

매듭도 실오라기도 없는 그물

걸음을 덮네

아버지가 쳐 놓은 그물에

아버지 날개를 옭아매고

밥상을 차리는 아내의 그물이

그물 속에서 손을 내미네

아내의 걱정은 그물이네!

그물이 첩첩산중이네

책 속에도 전화벨 소리에도

그물이 촘촘한 세상이네 

그물이 말을 하네

꿈을 낚는 그물

아름다운 빛 그물에 땀을 흘리네

철학은 그물에서 빠져나가네

동네 어린아이들이

길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물을 쳐 놓고

대형 물고기를 낚으려 하네

애야 여기는 뼈 없는 짐승들뿐이야

마른 땅 위에서

짐승들이 헤엄을 치네

그물에 걸려 숨을 몰아쉬네

아~ 불쌍하다고 말을 해야 할까

아버지 아들이 또

그 아들이 그물을 치고

그물을 헤쳐 나가고 있네

땀을 뻘뻘 흘리며

산에 오르네

다리에 근육 강직의 그물에 걸려 

허우적허우적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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