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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겨울 오면

동암 구본홍 2022. 10. 23. 16:15
겨울 오면 그리움 촉수들 일어선다/동암
   
  문 틈으로 스며 든 찬 바람 온 몸으로 덮고
  긴 겨울 밤 지새우며 가난의 독한 삶 뽑아 올리시던
  어마니의 하얀 속울음 같은
  눈으로도 깨물어지지 않는 갈대숲 울음 듣는다
  고요마져 더 차게 몸을 낮추고
  한 번 딱 한 번 오르고 싶었던 노랗고 붉은 겸손들
  일어서지 말라 발기 하지 말라
  잠 들게하는 함성 그 무게 휘몰아칠 때 마다
  밤을 끌고 가던 어머니 한숨 같은 망초꽃 마른 눈물
  차가운 면홀 속으로 빨려가고
  허기 못 참고 와락 뭉개지는
  기나 긴 그림자도 야위워 가는 삶의 언덕 위엔
  허공을 쪼개 허기 눌러 잠재우시던 그 때 그 촉수 새우고
  어머니 누른 앞치마 때국물 얼룩 방울방울 도배물지듯
  한 잎 두잎 사락사락 나무들이 똥을 눈다
  돌담 낮은 무덤 속 까지
  겨울, 당신이 들면
  깊었던 그림자 흩어진 자리엔
  햇살의 문장들은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고
  허공에 드리우던 푸른 의문의 부호들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늘 한페이지 닦아내는 풀잎 앓는 소리
  아! 울엄마가 보고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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