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기다리지 마라 본문
기다리지 마라 | |
기다리지 마라 | |
이별한 그 사람 기억에 지워진 걸 모르니 | |
기다린다는 것은 암벽화처럼 되는 것이니 | |
바람소리 물소리 삼키며 침묵하게 되는 것이니 | |
불평도 표정도 없이 망부석처럼 되는 것이니 | |
공연히 다시 올 수 없는 사람 기다리지 마라 | |
겨울이면 찬바람 가슴으로 품고 | |
여름 뜨거운 햇살 풀빛으로 삼키며 | |
깊은 산속 적막강산처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니 | |
가을이면 기다리다 지친 나뭇닢이 얼굴 붉히며 떨어지는 것이니 | |
기다리지 마라 | |
살다보면 생각 데로 되는 일이 어디 있드냐 | |
괜히 기다림의 올들 생각의 깊이에 담그지 말라 | |
기다림의 페이지에 물 들이지 말아라 | |
사는 것이 이별하며 사는 것이니 | |
그립고 그리워도 지워지는 것이니 | |
누이야 | |
나는 바람이 머무는 곳에 머물다 가리 | |
아마도 그곳엔 그리운 얼굴들이 있음을 | |
구름같이 별빛같이 | |
잡히지 않는 이젠 기다리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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