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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흔적

동암 구본홍 2022. 10. 24. 21:56
흔적/동암
   
   
  진난 폭우의 고통으로 흰 이빨 드러낸
  나무등걸 자벌레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떨어진 마른 잎들이 수의처럼 입혀질 때 쯤
  숲 속엔 소리 없는 장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몇 가닥 남은 혈류에 햇살의 온기 닿자마자
  스스로의 안도의 한숨과 함께 몸 잃어키는 나무,
  진즉에 고통 덜어주었어야 했던
  허리뼈를 탈골된 나무 염을 하듯 나무등걸를 감고 오르던
  보랏빛 칡꽃 넝쿨은 거친 숨 내뱉으며
  야윈 온 몸를 간신히 붙들고 있다
  상여 어깨에 메고
  숲을 급히 빠져나간 물줄기 흘러간 자국마다
  드디어 생의 이력만 묘비처럼 남은 속 뼈
  불구의 몸 굳은 각질로 떨어져 있고
  그동안 수없이 허공에 산란한 잎들은 
  공중 핑그르르 돌다 몇 잎 살포시 엎드렸다 주춤주춤 물러난다
  숲의 변방에서 불구의 시간 견디고 떠난
  방점사이로 칙칙하고 습한 시간 헹구며 바람이 다녀간다
  이빨자국 선명한 소복의 나무들이 슬픈 그늘 한 뺌 두 뺌 내어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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