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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한시 감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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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한시 감상

동암 구본홍 2023. 12. 8. 12:21

정약용과 그의 한시 감상-3

 

二疊2(이첩2)-丁若鏞(정약용)
두 번째 차운하다

 

釣游斯地自桑蓬(조유사지자상봉) : 한창 시절부터 이곳에서 낚시질하였고
鐵馬延緣接水鍾(철마연연접수종) : 철마산 길게 뻗어와 수종사에 이어졌네.
管領雲山三百曲(관령운산삼백곡) : 운산 삼백 굽이를 맡아서 다스려
回頭風浪一千重(회두풍랑일천중) : 머리 돌려보니 풍랑은 일천 겹이네.
觚稜跂望同秋燕(고릉기망동추연) : 대궐을 바라보는 마음 가을 제비 같고
經卷叢殘奈夏蟲(경권총잔내하충) : 성현의 책들 많으나 견문 좁은 여름벌레임을 어찌할까
今日逢君話文字(금일봉군화문자) : 오늘 그대를 만나 문자를 얘기하니
弇園疑對李攀龍(엄원의대이반룡) : 마치 감원의 시 잘 지는 이반룡을 마주한 듯하네.

 
三疊2(삼첩2)--丁若鏞(정약용)
세 번째 차운하다

 

短發殘莖一任蓬(단발잔경일임봉) : 짧고 쇠잔한 머리털 흐트러지게 버려두고
藥爐欹側傍茶鍾(약로의측방다종) : 기울어진 화로 곁에 찻잔을 겸했네.
鸚鸕酒算須三百(앵로주산수삼백) : 앵로 술잔은 삼백 배를 기울여야 하거니와
虎豹天門本九重(호표천문본구중) : 호랑이들 지키는 천문은 본래 아홉 겹이라네.
末路生涯同鋌鹿(말로생애동정록) : 말로 생애는 다급해진 사슴과 같고
老年懺悔在雕蟲(노년참회재조충) : 노년의 참회는 자잘한 기예에 있네.
今秋大有金山計(금추대유금산계) : 올 가을엔 금산에 갈 계획이 크게 있으니
逝挹瓊漿酹瀑龍(서읍경장뢰폭룡) : 가서 구슬 잔에 물을 떠서 폭포에 제사지내리라.

 
四疊4(사첩4)-丁若鏞(정약용)
네 번째 차운하다

 

野外深棲託藋蓬(야외심서탁조봉) : 들 밖에 깊이 명아주와 쑥을 의탁해 사니
歸來長樂不聞鍾(귀래장락불문종) : 돌아와선 장락궁 종소리를 듣지 못하네.
花濃夕步巡三帀(화농석보순삼잡) : 꽃이 고와서 저녁엔 세 바퀴를 돌아 거닐고
山暖春衣去一重(산난춘의거일중) : 산이 따뜻하여 봄 옷 한 겹을 벗었네.
身後文章書墨鰂(신후문장서묵즉) : 죽은 뒤에 남기지 않기 위해 묵즉으로 기록하고
世間腸胃食黃蟲(세간장위식황충) : 세상 사람의 위장은 황충같은 벌레도 먹는다네.
殘年漸熟溫存計(잔년점숙온존계) : 남은 인생은 점차 편히 보존할 계책을 익히니
螻蟻如今慣制龍(루의여금관제용) : 개미가 이제는 용을 제압하기에 익숙하게 되었네.

 
出淸平洞口(출청평동구)-丁若鏞(정약용)
청평의 동구를 나오면서

 

石逕騎牛十里廻(석경기우십리회) : 돌길에 소를 타고 십 리나 돌아 나와
壽藤披豁洞天開(수등피활동천개) : 묵은 등나무 넝쿨 헤치니 계곡이 열리는구나.
澄江一面漣漪水(징강일면련의수) : 맑은 강물 전체에 잔물결 이니
曾作淸平瀑布來(증작청평폭포래) : 일찍이 청평 폭포에서 내려온 물이로구나.

 

五疊5(오첩5)-丁若鏞(정약용)
다섯 번째 차운하다

 

夫子之心猶有蓬(부자지심유유봉) : 선생님의 마음엔 아직 막힌 마음이 있으니
莫云流水會牙鍾(막운유수회아종) : 흐르는 물로 참된 친구 만났다고 말하지 말라
古今愁髮三千丈(고금수발삼천장) : 고금에 시름하는 머리털은 삼천 길이요
只尺詩城百二重(지척시성백이중) : 지척에 시의 성벽은 한없이 겹치었네.
已道中原交鴈雉(이도중원교안치) : 이미 중원의 사대부와 사귈 것을 말했는데
不過窮海註魚蟲(불과궁해주어충) : 고작 궁색한 조선의 문자하는 사람만 되었네.
向來馬訾沈篇翰(향래마자침편한) : 지난번 마자수에 서적을 빠뜨린 것은
應是觀江賄怒龍(응시관강회노용) : 응당 강구경하며 성낸 용에게 뇌물을 주네.

 
簡寄閑村趙逸人(간기한촌조일인)-丁若鏞(정약용)
한촌 조 일인에게 적어 부치다

 

龍門寺下別(용문사하별) : 용문사 아래서 서로 헤어지니
秋樹憶蕭森(추수억소삼) : 가을 나무 쓸쓸하기만 했었네.
白屋移何易(백옥이하역) : 초막집 옮기기가 어찌 쉬우랴
靑山隱更深(청산은경심) : 푸른 산에 숨어삶이 더욱 깊어 졌네.
俗淳蘇酒渴(속순소주갈) : 풍속이 순후하니 술 부족 해소되고
村僻恣詩淫(촌벽자시음) : 마을 궁벽하니 마음대로 시를 짓네.
蒲柳慚衰弱(포류참쇠약) : 부끄러워라, 창포와 버들처럼 약한 몸으로
空懷五嶽心(공회오악심) : 공연히 다섯 큰 산을 구경하려 한다네.

 
淸平寺觀瀑4(청평사관폭4)-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서천 폭포)를 구경하다
 
殷地西川瀑(은지서천폭) : 크나큰 땅 서천의 폭포여
祈星太乙壇(기성태을단) : 태을단에선 별에 기원하노라.
建瓴天下勢(건령천하세) : 동이의 물은 천하의 힘이요
危榻日中寒(위탑일중한) : 높은 걸상은 낮에도 춥구나.
龍尾螺螄轉(용미라사전) : 용꼬리는 나선형으로 돌고
犧尊饕餐蟠(희존도찬반) : 술그릇엔 식 탐하는 짐승이 서려있구나.
分流三百道(분류삼백도) : 삼백 가닥으로 나뉘어 흐르지만
究竟一飛湍(구경일비단) : 끝내는 한 여울이 된다네.

 
淸平寺觀瀑3(청평사관폭3)-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와룡담 폭포)를 구경하다
 
鐵壁先天鑄(철벽선천주) : 견고한 절벽은 이미 자연으로 만들어지고
銅函一矩方(동함일구방) : 아늑한 웅덩이는 정사각형인데
更添新雨力(경첨신우력) : 새로 내린 비의 힘을 를 다시 보태어
因沸太和湯(인비태화탕) : 태화탕을 부글부글 끓여대는구나.
銳欲穿山入(예욕천산입) : 예리함은 산을 뚫고 들어갈 듯하고
喧能撼樹涼(훤능감수량) : 시끄러움은 숲을 흔들어 서늘하게 하는구나.
遊人多錯過(유인다착과) : 나그네가 잘못 찾아오는 일 많으니
叢翳護龍光(총예호용광) : 나무숲이 가리어 용의 광채를 보호하는구나.
 
淸平寺觀瀑2(청평사관폭2)-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구송정 폭포)를 구경하다

 

天垂雙練帶(천수쌍련대) : 하늘은 두 가닥 폭포를 드리우고
山出九松亭(산출구송정) : 산은 구송의 정자를 내놓았구나.
飄忽飛仙駕(표홀비선가) : 신속함은 하늘 나는 신선의 수레 같고
平鋪演戲庭(평포연희정) : 널리 퍼지면 연극 마당 같구나.
急聲愁變怪(급성수변괴) : 급한 소리는 변괴인가가 걱정되고
餘力見調停(여력견조정) : 남은 힘은 평온해짐을 보겠구나.
灑落風林氣(쇄락풍림기) : 시원하게 떨어지네, 시원한 바람 숲의 기운이여
渾令宿醉醒(혼령숙취성) : 숙취에서 완전히 깨어나게 하는구나.

 
淸平寺觀瀑1(청평사관폭1)-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경운대 폭포)를 구경하다

 

百變渟流勢(백변정류세) : 멎고 흐르는 형세 수없이 변하나
由來一道泉(유래일도천) : 그 유래는 오직 한 줄기 샘이라네.
走時誰迫汝(주시수박여) : 달아나듯 흐를 때는 누가 널 다그쳤는가.
留處忽蕭然(류처홀소연) : 머무른 곳은 문득 쓸쓸하구나.
怊悵花俱往(초창화구왕) : 꽃이 함께 따라가는 것은 서글퍼지고
雄豪石不遷(웅호석불천) : 호걸답게도 돌은 조금도 옮겨가지 않는구나.
須知出山日(수지출산일) : 알겠노라, 물이 산을 나가는 날에는
浩淼作平川(호묘작평천) : 아득히 평평한 냇물을 이루겠구나.

 
昭陽亭懷古(소양정회고)-丁若鏞(정약용)
소양정에서 옛일을 회상하다

 

漁子尋源入洞天(어자심원입동천) : 어부가 무릉도원 찾아가듯 고을로 들어가니
朱樓飛出幔亭前(주루비출만정전) : 화려한 누각이 나는 듯이 수레 앞에 나타나네.
弓劉割據渾無跡(궁유할거혼무적) : 궁씨 유씨 나누어 차지했으나 그 자취가 전혀 없고
韓貊交爭竟可憐(한맥교쟁경가련) : 한과 맥이 서로 다투었으나 끝내 가련할 뿐이네.
牛首古田春草遠(우수고전춘초원) : 우수의 옛 땅에는 봄풀이 아득하고
麟蹄流水落花姸(인제유수낙화연) : 인제의 흐르는 물엔 떨어진 꽃이 고와라
紗籠袖拂嗟何補(사농수불차하보) : 아, 깁으로 싸고 소매로 떠는 것이 무슨 보탬이 되리오.
汀柳斜陽獨解船(정유사양독해선) : 석양에 강가의 버드나무에서 홀로 닻줄 푼다.

 
牛首州和成都府(우수주화성도부)-丁若鏞(정약용)
우수주에서 두보의 <성도부>시에 화답하다

 

命僕理歸楫(명복리귀즙) : 하인 시켜 돌아갈 배 다스리니
水風吹衣裳(수풍취의상) : 강바람이 옷에 불어오는구나.
暮宿牛首村(모숙우수촌) : 저물어 우수촌에서 자고
顧瞻詳四方(고첨상사방) : 자세히 사방을 두루 살펴보노라.
嗟玆樂浪城(차자락랑성) : 아, 이 낙랑성이여
冒名云貊鄕(모명운맥향) : 맥향이라는 이름이 얻었지만
木皮不能寸(목피불능촌) : 나무껍질은 한 치 크기로 자라지도 못하고
地暄發生早(지훤발생조) : 땅이 따뜻하여 초목이 빨리 자라
首夏葉已蒼(수하엽이창) : 초여름이면 나뭇잎이 이미 푸르네.
鳲鳩樹樹喧(시구수수훤) : 뻐꾸기는 나무마다 울어대고
黃鳥弄柔簧(황조농유황) : 꾀꼬리는 유연한 가락을 울리는구나.
南韓昔巡撫(남한석순무) : 신라왕이 엣 적에 순무하고부터
漢使川無梁(한사천무량) : 한 나라 사신의 발길이 끊기었도다.
勒石久埋沒(륵석구매몰) : 비석마저 오래도록 묻혀 버려서
小水梁若濊(소수량약예) : 작은 물의 교량이나 예맥의 일은
其名本無光(기명본무광) : 그 이름이 본래 드러나지 않았다네.
國史有誰讀(국사유수독) : 우리나라 역사가 있어도 누가 읽을 사람이 있을까.
登覽深悲傷(등람심비상) : 올라 보니 마음이 매우 슬퍼지는구나.

 
幾落閣和石櫃閣(기락각화석궤각)-丁若鏞(정약용)
기락각에서 두보의 <석궤각>시에 화답하다

 

絶峽破積陰(절협파적음) : 깊은 골짝에 쌓인 그늘 헤쳐보니
晨霞照江赤(신하조강적) : 새벽노을 강물을 붉게 비추네.
高臨不測淵(고임불측연) :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못 아래로 보고
仰蒙將落石(앙몽장락석) : 올려보니 돌은 떨어질 듯하네.
名都此北門(명도차북문) : 이곳이 명도의 북쪽 문이라
嚴扃鎖鐵壁(엄경쇄철벽) : 철벽으로 엄격하게 닫아 놓았네.
輕舟漫自棄(경주만자기) : 가벼운 배는 멋대로 버려 두고
躡屩隨山客(섭교수산객) : 짚신을 신고서 산의 나그네를 따른다네.
魄慄不敢前(백율불감전) : 혼이 떨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新泥印虎跡(신니인호적) : 새로운 범 발자국이 진흙에 찍혀있네.
水石本閒事(수석본한사) : 자연경치 구경은 원래 한가한 일인데
顧爲誰所迫(고위수소박) : 생각해보건대, 그 누구에게 다그침을 받았던가.
性好那可節(성호나가절) : 내 맘에 좋으니 어찌 절제하리오.
糜麈悅林澤(미주열림택) : 사슴은 본디 숲과 못을 좋아한다네.
賢哉李自玄(현재이자현) : 훌륭하도다, 이자현은
深山自此適(심산자차적) : 깊은 산에서 스스로 이렇게 유유자적하였구려.
 
馬跡山和鹿頭山(마적산화록두산)-(정약용)
마적산에서 두보의 <녹두산>시에 화답하다

 

暮投馬跡山(모투마적산) : 날 저물어 마적산에 투숙하여
酒醒喉更渴(주성후경갈) : 술 깨자 다시 목이 마르도다.
園亭迓風涼(원정아풍량) : 동산의 정자에서 바람을 맞으니 시원하니
卽此已披豁(즉차이피활) : 여기는 바로 확 트인 곳이구나.
四隣競勞問(사린경노문) : 사방에서 서로 와서 위문하는데
少長禮弗越(소장예불월) : 노소가 다 예를 정중히 하는구나.
長松蔭崇阿(장송음숭아) : 낙락장송은 높은 언덕 그늘지우고
嘉穀連平闊(가곡연평활) : 좋은 곡식은 넓은 들에 가득하여라.
緬懷司馬徽(면회사마휘) : 멀리 사마휘를 생각하니
水鑑淸映發(수감청영발) : 거울 같은 물에서 맑은 빛이 발하는구나
博學復精硏(박학복정연) : 널리 배우고, 정밀히 연구하여
疑殆鮮所闕(의태선소궐) : 의심스럽고 위태한 것 빼먹지 않았도다.
踽踽宇縣內(우우우현내) : 나는 천하에 외로운 처지로
獨成支離兀(독성지리올) : 혼자서 꼽추와 다리병신 겸했는데
履玆生長村(이자생장촌) : 생장하던 이 마을에 다시 돌아와 보니
憶念柏下骨(억염백하골) : 그 옛날 백하골이 생각나는구나.
惜無臥龍冠(석무와룡관) : 아수운 것은 오룡관 없어
隱此乳虎窟(은차유호굴) : 이 무서운 곳에 숨은 것이로구나.
大器多晩成(대기다만성) : 큰 인물은 흔히 늦게 이뤄지나니
賢聖罕早達(현성한조달) : 현인과 성인들은 일찍 이루어진 이가 드물었으니
魯叟恨苗秀(노수한묘수) : 노수는 싹트는 것을 한하였고
五十希延活(오십희연활) : 오십 살까지 살기를 희망했다네.
遺經尙自隨(유경상자수) : 우경은 오히려 스스로 따라서
每照空樑月(매조공량월) : 매번 빈 들보의 달에 비추어본다.

 
昭陽渡和水廻渡(소양도화수회도)-丁若鏞(정약용)
소양도에서 두보의<수회도>시에 화답하다

 

牛馬立渡頭(우마립도두) : 소와 말들은 나룻가에 서 있고
沙水復平安(사수복평안) : 백사장 흐르는 물은 평온하구나.
氣色近都邑(기색근도읍) : 풍경이 점점 도읍에 가까워지니
曠莽無險難(광망무험난) : 넓게 트이어 험난한 곳은 없도다.
江繞朱樓鬯(강요주루창) : 강이 둘러있어 붉은 누각 훤하고
山遠平蕪寬(산원평무관) : 산이 멀어 편평한 들판 넓도다.
便娟有柔態(편연유유태) : 부드러운 자태가 있어 예쁘고.
麤惡羞狂瀾(추오수광란) : 추악하여 광포한 파도에 부끄럽구나.
土性利稻棉(토성이도면) : 흙질은 벼와 목화에 알맞아
終古無饑寒(종고무기한) : 예부터 의식은 굶주림이 없었도다.
仙源抵雪嶽(선원저설악) : 이 물 근원이 설악산에 이르렀다가
到此九折盤(도차구절반) : 여기까지 아홉 번을 굽어 돈다.
吾聞洗蔘水(오문세삼수) : 내가 들으니 산삼을 씻은 물은
不令津液乾(불령진액건) : 나루의 물이 마르지 않게 하는구나.
寤寐五色泉(오매오색천) : 자나깨나 오색천의 물을
何由得一餐(하유득일찬) : 어떻게 해서라도 한번 얻고 싶어라

 
新淵渡和桔柏渡(신연도화길백도)-丁若鏞(정약용)
신연도에서 두보의 <길백도>시에 화답하다

 

愛此仙源水(애차선원수) : 이 선원의 물은 사랑스러워
本出長安橋(본출장안교) : 본래 장안사 장안교에서 나온 것이데.
夙昔名山願(숙석명산원) : 평소 명산을 구경하고 싶은 소원
到老竟蕭蕭(도노경소소) : 늘그막에도 끝내 이루지 못했네.
今行可窮覽(금행가궁람) : 이번 길에야 다 구경하게 되니
衣帶遠飄颻(의대원표요) : 허리띠가 멀리 바람에 나부끼네.
吾聞狌首峽(오문성수협) : 내가 성수협의 물소리를 들어보니
灘瀨益宣驕(탄뢰익선교) : 여울이 더욱 위세를 부린다네.
悵然中改路(창연중개로) : 초연하게 중도에 길을 바꾸어
後期不可要(후기불가요) : 후일의 기약은 바랄 수도 없네.
妻孥絆閒身(처노반한신) : 처자식이 한가한 몸 구속하니
愧赧顔發潮(괴난안발조) :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지네.
遙遙桔柏渡(요요길백도) : 머고 먼 저 길백 나루
詩句兩寂寥(시구양적요) : 두보의 시구 다 적적하기만 하네
空羨賈客船(공선가객선) : 공연히 부러운 건 그 장삿배에
蜀薑交海椒(촉강교해초) : 촉강과 해초가 섞여 있는 것이라네.

 
石門和劍門(석문화검문)-丁若鏞(정약용)
석문에서 두보의 <검문>시에 화답하다

 

二儀忽昭廓(이의홀소곽) : 하늘과 땅이 갑자기 환해지고
野色噫何壯(야색희하장) : 아! 들 빛이 어이 그리 웅장한가.
悚息俄縱弛(송식아종이) : 두려워 숨죽이다 바로 마음 풀리어
散朗疑所向(산랑의소향) : 너무도 산만하고 밝아 향할 곳을 모르겠네.
蕞爾曾亦國(최이증역국) : 작지마는 또한 나라였기에
天作有殊狀(천작유수상) : 하늘이 지은 것이 특별함이 있네.
石門復奇譎(석문복기휼) : 돌문은 또 기괴하기도 하여
漁人常夜傍(어인상야방) : 어부가 밤이면 늘 그 곁에 있다네.
緬思興廢跡(면사흥폐적) : 아득히 흥망성쇠의 자취를 생각하니
千載動哀愴(천재동애창) : 천 년 후에 비애를 느끼네.
金湯旣失守(금탕기실수) : 금성탕지의 방어를 잃음으로써
土人恣誅放(토인자주방) : 그 지역 사람들이 제멋대로 죽이고 내쳤네.
韓漢競奕棋(한한경혁기) : 조선과 중국이 서로 힘을 겨루어
蚤莫紛得喪(조막분득상) : 불일간에 득실이 분분하였네.
廉鑡逞智詐(염착령지사) : 염치라는 이는 간사한 지혜를 부렸지만
樂浪竟不王(락랑경불왕) : 낙랑에서 끝내 왕 노릇을 못 했네.
策書雖未具(책서수미구) : 대책서는 비록 갖춰 있지 않지만
英俊莫相讓(영준막상양) : 영준함은 서로 내리지 양보하지 않았네.
微滅隨流水(미멸수류수) : 흐르는 물 따라 모두 쇠멸하고
寂黙餘靑嶂(적묵여청장) : 푸른 산만이 묵묵히 서 있다네.
哀哉夷貊事(애재이맥사) : 슬프도다, 이맥의 일이여
俛仰一惆悵(면앙일추창) : 굽어보고 쳐다보며 한번 탄식한다네.
 
懸燈峽和龍門閣(현등협화용문각)-丁若鏞(정약용)
현등협에서 두보의 <용문각>시에 화답하다

 

懸燈古蘭山(현등고난산) : 현등산은 옛 난산이라
絶壁戴焦土(절벽대초토) : 절벽이 탄 흙을 이고 있네.
兩厓欲相撞(양애욕상당) : 양쪽 절벽이 서로 닿을 듯하여
束峽昏萬古(속협혼만고) : 좁은 골짜기 만고에 어둡다네.
直愁礙人肩(직수애인견) : 어깨 부딪칠까 걱정되고
江流通一縷(강유통일루) : 강물은 한 실오라기처럼 통하네.
高葉搖天風(고엽요천풍) : 높은 나뭇잎은 하늘에서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崩湍掀地柱(붕단흔지주) : 거센 여울물은 땅 기둥을 흔드네.
攢峯蝕太陽(찬봉식태양) : 뭇 산봉우리는 태양을 삼키고
淸晝騰霾雨(청주등매우) : 맑은 낮에도 흙비가 날리네.
決知陷鬼門(결지함귀문) : 도깨비 구덕에 빠질 것만 같은데
歸路將焉取(귀로장언취) : 돌아갈 길을 장차 어디서 찾을지
山脊稍彎環(산척초만환) : 산등성이는 약간 활처럼 동그랗고
水勢開夾庾(수세개협유) : 물 형세는 협유를 열어 논 듯하네.
漸聞鷄犬聲(점문계견성) : 점차 닭 울고 개 짖는 소리 들리고
籬落遠可數(리락원가수) : 멀리 인가의 울타리를 헤아릴 수도 있네
 
 三嶽和五盤(삼악화오반)-丁若鏞(정약용)
삼악에서 두보의 오반시에 화답하다

 

崔崔席破嶺(최최석파령) : 높고 높은 큰 저 석파령은
是蓋三嶽餘(시개삼악여) : 대체로 삼악산 줄기라네.
雖無娟妙峯(수무연묘봉) : 비록 아름답고 묘한 봉우리는 없지만
捍禦頗不疎(한어파불소) : 국경의 방비는 조금도 소홀하지 않네.
王調與崔理(왕조여최리) : 왕조라는 사람과 최리라는 사람이
浪作釜中魚(랑작부중어) : 공연히 솥 안의 고기가 되었네.
漢吏空越海(한리공월해) : 한나라 관리가 고연히 바다 건너왔으니
鬱鬱安能居(울울안능거) : 답답하여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漠漠淸流關(막막청류관) : 아득하다, 저 청류관
草木嫩初舒(초목눈초서) : 초목의 새싹이 막 돋아나네.
亭郵杳相望(정우묘상망) : 역참은 아득히 바라보이는데
榛莽誰能除(진망수능제) : 우거진 잡초를 누가 제거할 것인가.
古城餘斷堞(고성여단첩) : 옛 성은 끊어진 가퀴만 남아있고
破寺寄空墟(파사기공허) : 부서진 절은 빈터에 붙어있네.
因知人世間(인지인세간) : 이로서 알겠네, 세상살이가
處處委蘧廬(처처위거려) : 곳곳마다 여관에 붙여짐을 알겠네
 
超然閣和飛仙閣(초연각화비선각)-丁若鏞(정약용)
초연각에서 두보의 비선각시에 화답하다

 

側岸吹長風(측안취장풍) : 언덕 곁으로 긴 바람 불어오니
麥芒偃衆毫(맥망언중호) : 보리 까끄라기 여러 털 드러누웠네.
人虎相與居(인호상여거) : 사람과 범이 서로 같이 살아
籬柵締縛牢(리책체박뢰) : 울타리에 견고하게 얽어매어있네.
飛棧接崩磴(비잔접붕등) : 높은 잔도는 무너진 비탈길을 있고
黝潭蹴素濤(유담축소도) : 푸른 못은 하얀 파도를 튕겨 내는데
不見牛馬行(불견우마행) : 마소가 다니는 것 보이지 않고
唯聞麏麚號(유문균가호) : 노루들의 우는 소리만 들리네.
關鎖此重疊(관쇄차중첩) : 변방의 산이 이렇게 단단히 막혀
貊國天上高(맥국천상고) : 예맥 나라가 하늘 위에 높았네.
彭吳攀帝命(팽오반제명) : 팽오는 황제의 명을 받들고 와서
鑿通何太勞(착통하태노) : 길 뚫느라 어이 그리 수고했던가.
危峭下礌石(위초하뢰석) : 가파른 산에서 돌덩이가 떨어진다면
性命將焉逃(성명장언도) : 이 목숨을 어떻게 보전하리오.
罾船泛中流(증선범중류) : 고기잡이배는 중류에 떠 있고
信宿羨汝曹(신숙선여조) : 밤을 묵은 너희들이 정말 부럽다네.

 
虎吼阪和木皮嶺(호후판화목피령)-丁若鏞(정약용)
호후판에서 두보의 목피령시에 화답하다

 

開頭屈雲北(개두굴운북) : 첫머리 굴운의 북쪽은
峽深無成村(협심무성촌) : 골짝이 깊어 마을이 없네.
惡灘號惶恐(오탄호황공) : 황공탄이라 불리는 사나운 여울이
哮怒當山門(효노당산문) : 산 어귀에 당하여 포효하며 분노하네.
玆是瀑布類(자시폭포류) : 이것은 곧 폭포의 종류이니
不可湍瀨論(불가단뢰론) : 여울이라고 할 수 없네.
靜天生疾飆(정천생질표) : 고요한 하늘에 빠른 바람 일어나
瀟瀟忘春暄(소소망춘훤) : 소슬하여 따스한 봄을 잊게 하네.
目眩心腎駭(목현심신해) : 눈이 어지럽고 심장이 놀래어
山嶽愁同奔(산악수동분) : 산악도 같이 치달을까 걱정스러워.
神威震木道(신위진목도) : 신기한 위엄은 나뭇길을 진동시키고
聲聞特最尊(성문특최존) : 그 이름 그 명성은 특별히 가장 높네.
艱崎度絶險(간기도절험) : 어렵게 험한 곳을 지나서
復得整乾坤(복득정건곤) : 다시 하늘과 땅이 바로잡히니
林木色昭明(임목색소명) : 숲의 나무 빛은 밝고
波濤霽狂昏(파도제광혼) : 파도의 사나움도 잔잔하네.
囊也咎作舟(낭야구작주) : 지난 날 배 만든 일을 허물하노니
直欲誶軒轅(직욕수헌원) : 곧장 황제헌원씨를 책망하고 싶네.
喘息思小憩(천식사소게) : 숨이 하도 가빠 조금 쉬려고
繫纜依山根(계람의산근) : 닻줄 매고 산기슭 의지해 있네.
黃黧赴綠陰(황려부록음) : 누런 꾀꼬리 녹음으로 날아들어
蔥然時景繁(총연시경번) : 푸르구나, 계절 풍경 무성도 하네
新晴水更肥(신청수갱비) : 날이 막 개자 물은 다시 불어나고
草沒沙無㾗(초몰사무량) : 풀이 덮여 모래톱은 흔적도 없네.
虎吼差可怕(호후차가파) : 호후차가 무서운 곳이란 말
船中聞者存(선중문자존) : 일찍이 배 안에서 들은 사람 있네.
命酒嚼乾肉(명주작건육) : 술 불러 마른 고기로 안주하면서
且以收飛魂(차이수비혼) : 몹시 놀란 넋을 수습한다네.

 
早發南一原和同谷縣(조발남일원화동곡현)-丁若鏞(정약용)
일찍 남일원을 출발하며 두보의 동곡현시에 화답하다

 

不風且曳纜(불풍차예람) : 바람 안 불면 장차 닻줄 끌고
得風斯掛席(득풍사괘석) : 바람이 불면 곧 자리에 돛을 걸어라.
每懷煙波叟(每懷煙波叟) : 연파의 늙은이를 생각할 때마다
苕霅泛其宅(초삽범기택) : 초계와 삽계에 그 집을 띄웠다.
東過水石村(동과수석촌) : 동쪽으로 수석 고을을 지나니
尙想檗溪僻(상상벽계벽) : 오히려 벽계의 후미진 곳이 생각난다.
哲人重神養(철인중신양) : 철인은 정신수양을 귀중히 여겨
恥爲形所役(치위형소역) : 몸을 이기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네.
國境縱褊小(국경종편소) : 우리 국토가 비록 좁아도
竟逸多可適(경일다가적) : 뜻 흥겨우면 갈 곳은 많다네.
雪嶺舒經枝(설령서경지) : 눈 내린 고개에는 지난 해 가지에 잎 피리니
蓄藏奇泉石(축장기천석) : 기괴한 돌과 샘을 감추고 있어서라네.
戀結似焦渴(연결사초갈) : 그리운 마음에 목이 타
志欲沾一滴(지욕첨일적) : 마음은 한 방울 물이라도 마시고 싶네.
阨窮無所得(액궁무소득) : 운수가 궁색하여 얻은 것은 없으나
尙能外欣慼(상능외흔척) : 기쁨과 슬픔은 떠날 수가 있건만
惜此軀殼鈍(석차구각둔) : 애석한 건 이 몸뚱이가 정말 둔하여
無由徧行跡(무유편행적) : 사방을 두루 다닐 행적 없다네.
勉爲水中鳧(면위수중부) : 힘써 물에 뜬 오리가 되어서
仰冀雲間翮(앙기운간핵) : 구름으로 날기를 바랄뿐이네
 
獨立(독립)-丁若鏞(정약용)
홀로 서서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은 쓸쓸하고 저녁 여울 물소리 애절하고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산란한 마음 어쩔 수 없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바람에 나는 기러기 행렬 기울었다 다시 갖춰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송이는 터지고도 선뜻 피지 못하네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간을 유람하려가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작은 배를 낚싯대에 띄어 보려네.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몸은 이미 늙었고
短檠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만 옛날처럼 책 더미를 비추네.

 
雲月(운월)-丁若鏞(정약용)
구름과 달

 

堆堆黑絮勢豪雄(퇴퇴흑서세호웅) : 쌓이고 쌓인 검은 솜 같은 구름 기세 웅장하여
孤月無援泛太空(고월무원범태공) : 외로운 달은 도우는 이 없어 홀로 큰 공중에 떴있네
以逸待勞應善計(이일대노응선계) : 편안함으로서 수고로음을 대하는 것이 좋은 계책이거늘
怪他奔入亂雲中(괴타분입난운중) : 어지러운 구름 속으로 달려드는 저 달이 괴이하네.
月一雲多未可爭(월일운다미가쟁) : 달은 하나인데 구름은 많아 싸울 수가 없네.
吐呑離合任雲情(토탄리합임운정) : 뱉고 삼키고 떠나고 합함을 구름의 마음에 맡겼는데
頑雲度了無餘翳(완운도료무여예) : 이제 완악한 구름 지나가고 가린 것 없어져
領得靑天到曉明(영득청천도효명) : 푸른 하늘 차지하자 날이 이미 밝아졌구나
 
抵寺(저사)-丁若鏞(정약용)
절에 이르러

 

澗口薄薄寒照沒(간구박박한조몰) : 개울 어귀 가물고 차가운 해 넘어가고
山風蕭蕭吹鬚髮(산풍소소취수발) : 산바람 소슬한데 바람은 내 수염에 불어온다.
靑楓丹欇遞組絢(청풍란섭체조현) : 푸른 단풍과 붉은 까치콩 서로 꼬여있고
壽藤怪蔓恣詰屈(수등괴만자힐굴) : 괴이한 다래에 덩굴은 구불구불 마음대로구나.
暗水琮琤石氣冷(암수종쟁석기냉) : 맑은 물 사이로 졸졸 흘러 돌은 차갑고
塵脾俗腸頗自醒(진비속장파자성) : 먼지 끼고 속된 내 속이 시원하구나.
浮圖泐破蜂作窠(부도륵파봉작과) : 불탑은 무너져 벌들이 집을 짓고
偶人老朽菌生頂(우인노후균생정) : 다 썩은 허수아비 이마에 버섯이 돋고
入門蕪廢見香臺(입문무폐견향대) : 문안에 들어서니 사방은 황폐하고 향대만 보이네.
足令信者興愴哀(족영신자흥창애) : 부처님 믿는 자는 누구나 슬픈 생각 일어나네.
學士新銘有顔色(학사신명유안색) : 학사의 새 비명에 안색이 도니
扶藜讀碑重徘徊(부려독비중배회) : 청려 지팡이 짚고 비문 읽으며 이리저리 배회하네.

 
穉子寄栗至(치자기률지)-丁若鏞(정약용)
자식이 밤을 부쳐오다

 

頗勝淵明子(파승연명자) : 도연명 자식보다 조금은 낫도다
能將栗寄翁(능장률기옹) : 아비에게 밤 부쳐왔으니
一囊分瑣細(일낭분쇄세) : 한 주머니 하찮은 것이지만
千里慰飢窮(천리위기궁) : 천리 밖 배고픔을 위로해서 겠지
眷係憐心曲(권계련심곡) : 아비 생각 잊지 않은 그 마음이 예쁘고
封緘憶手功(봉함억수공) : 봉할 때의 그 손놀림이 아른거리네
欲嘗還不樂(욕상환불악) : 먹으려 하니 되레 마음에 걸려
惆悵視長空(추창시장공) : 물끄러미 먼 하늘을 바라다보네.

 
有歎(유탄)-丁若鏞(정약용)
한탄스러워

 

去國張平子(거국장평자) : 나라 떠난 평자 장형이 있었고
思家杜少陵(사가두소릉) : 집 생각하던 두소릉도 있었다네.
無緣貽玉案(무연이옥안) : 옥소반을 줄 사람 없으니
何處置淸氷(하처치청빙) : 어디에 이 맑은 얼음을 놓아둘까.
澗樹仍同色(간수잉동색) : 시냇가 나무들은 모두 같은 색
山雲自數層(산운자수층) : 산에 구름도 층층이 여러 층이네.
空令狐鼠輩(공령호서배) : 공연히 여우와 쥐 같은 무리들
憑恃自欺凌(빙시자기릉) : 믿고서 스스로 날뛰게 만든다네.

 
薄醉(박취)-丁若鏞(정약용)
조금 취하여

 

薄醉排炎瘴(박취배염장) : 얼근하여 무더운 기운은 모르겠으나
長風憶水亭(장풍억수정) : 바람 잘 닿는 물가 정자가 그리워지네
性豪憐鷙鳥(성호련지조) : 성품 호방하여 매와 수리가 가엾어
身繫羨浮萍(신계선부평) : 매여있는 몸 부평초 처지가 부러워라
病習張機論(병습장기론) : 병들었기에 장기의 의서 내용을 익히고
飢抛陸羽經(기포육우경) : 배가 고파 육우의 줄기는 버렸었네.
鄕愁與國計(향수여국계) : 고향 생각과 나라 걱정에
朝暮視滄溟(조모시창명) : 아침 저녁 넓고 푸른 바다만 바라본다네.

 
遣興(견흥)-丁若鏞(정약용)
기분풀이

 

蠻觸紛紛各一偏(만촉분분각일편) : 함부로 부딪히며 분분하여 제각기 옳다하니
客窓深念淚汪然(객창심념루왕연) : 객창에 누워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솟는구나.
山河擁寒三千里(산하옹한삼천리) : 산과 물은 고작해야 삼천 리가 한정인데
風雨交爭二百年(풍우교쟁이백년) : 비바람 일으키며 서로 이백 년을 싸우웠구나.
無限英雄悲失路(무한영웅비실로) : 수많은 영웅호걸 길을 잃고 슬퍼했고
幾時兄弟耻爭田(기시형제치쟁전) : 어느 때나 형제들이 밭을 다투는 것 부꺼럽게 여길까
若將萬斛銀潢洗(약장만곡은황세) : 저 은하수 퍼내려서 말끔히 씻어버리면
瑞日舒光照八埏(서일서광조팔연) : 밝은 햇살 밝은 빛이 온누리에 비추리라
 
田園(전원)-丁若鏞(정약용)
전원에서

 

田園偕隱結心期(전원해은결심기) : 전원에서 함께 숨어살자 마음을 굳혔더니
不意人生有別離(부의인생유별리) : 생각지도 않게 인생에는 이별이 있구나
春去空懷松葉酒(춘거공회송엽주) : 봄이 가니 공연히 송엽주가 생각나고
月明誰聽木蘭詞(월명수청목난사) : 달은 밝은데 누가 목란사를 듣고있는가
孤鶯坐樹應須友(고앵좌수응수우) : 외로운 꾀꼬리는 나무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
雙燕營巢好養兒(쌍연영소호양아) : 제비는 쌍쌍 집을 지어 새끼를 잘 기르리라.
莫把閒愁催白髮(막파한수최백발) : 쓸데없는 수심으로 백발을 재촉 말고
時將手札慰相思(시장수찰위상사) : 수시로 서찰 써서 그리움을 달래자.

 
遣悶(견민)-丁若鏞(정약용)
시름을 달래다

 

輕陰閣雨日曈曨(경음각우일동롱) : 가벼운 구름 살짝 끼었다 뒤이어 해가 돋아
小圃穿籬接水筒(소포천리접수통) : 울을 뚫고 대통에 물을 끌어 채마밭에 대었다네
萵葉綠時飛鷰母(와엽록시비연모) : 상추잎이 푸르를 때 제비는 날아들고
芥臺黃處睡鷄翁(개대황처수계옹) : 겨자 새움 누른 곳에서 장닭은 졸고 있네
野氓食土寧知樂(야맹식토녕지락) : 들판에서 흙을 먹는 농민이 어찌 낙을 알거나
君子畸人莫恨窮(군자기인막한궁) : 남다른 군자라면 가난함을 한하지 말아야지
山裏鋤園作家戒(산리서원작가계) : 산 속에서 밭매도록 집안 단속 그렇게 하고
不敎辛苦一經通(불교신고일경통) : 고통스럽게 경전 알려고 하지 않게 해야겠네

 
愁(수)-丁若鏞(정약용)
근심

 

山葛靑靑棗葉生(산갈청청조엽생) : 산에는 칡덩굴 푸르르고 대추잎 나고
長鬐城外卽裨瀛(장기성외즉비영) : 장기성 바깥은 바로 작은 바다라네
愁將石壓猶還起(수장석압유환기) : 수심은 바위로 눌러놓으려도 다시 일고
夢似煙迷每不明(몽사연미매불명) : 꿈길은 연기처럼 언제나 희미하기만 하네
晩食强加非口悅(만식강가비구열) : 늦게 밥을 더 먹는 것 밥맛 있어 아니고
春衣若到可身輕(춘의약도가신경) : 봄옷이 오면 몸이 한결 가벼울 거야
極知想念都無賴(극지상념도무뢰) : 생각 생각 모두가 부질없는 생각이로세
良苦皇天賦七情(량고황천부칠정) : 정말로 괴로운 것은 하늘이 내게다 칠정을 준것이네

 
煙(연)-丁若鏞(정약용)
담배

 

陸羽茶經好(육우다경호) : 육우가 남긴 다경도 좋고
劉伶酒頌奇(유령주송기) : 유령의 주송도 특이하도다
淡婆今始出(담파금시출) : 담배가 지금 새로 나와서
遷客最相知(천객최상지) : 귀양살이하는 자에게 제일이네
細吸涵芳烈(세흡함방열) : 가만히 빨아들이면 향기 물씬하고
微噴看裊絲(미분간뇨사) : 가늘게 내뿜으면 하늘하늘 실이 되네
旅眠常不穩(여면상불온) : 여관 잠자리가 늘 편치 못하여
春日更遲遲(춘일갱지지) : 봄날이 더욱 지루하기만 하네

 
鳥嶺(조령)-丁若鏞(정약용)
새재

 

吾觀陰雨備(오관음우비) : 내가 보기엔 사전의 대비책이
最於鳥嶺堅(최어조령견) : 무엇보다 새재 굳게 지카는 최선책이었네
重關鐵葉扉(중관철엽비) : 이중 관문에 철로 만든 문짝
樓櫓摩中天(루노마중천) : 치솟은 망루도 하늘에 닿을 듯 하고
天險旣難越(천험기난월) : 이 천험의 요새지는 넘기도 어렵다네.
人謀何獨偏(인모하독편) : 사람들의 생각이 어찌하여 홀로 치우쳤을까
若遂廢亭障(약수폐정장) : 요새가 만약 아예 없었던들
便可高枕眠(변가고침면) : 덩그렇게 베개 베고 잠잤을 수 있었겠지
荊榛暗風磴(형진암풍등) : 바람부는 어두운 돌비탈에 잡목 우거지니
誰與通人煙(수여통인연) : 누가 무슨 수로 안개 속에서 남과 통래할 것인가
攻守無常勢(공수무상세) : 공격과 수비는 상황 따라 달라야지
膠柱難調絃(교주난조현) : 교주고슬로는 줄 고르기 어려운법이라
秋風廓無翳(추풍곽무예) : 추풍령도 확 트여 막힘이 없어
八羊平如田(팔양평여전) : 팔양령도 평평하여 밭 같구나
隄防正在此(제방정재차) : 막아야 할 곳이 정작 여기인데
疏闊自昔賢(소활자석현) : 옛날부터 그리 엉성하게 터놓다니
亡羊莫補牢(망양막보뢰) : 염소 잃고 우리 고치지 말고
得魚休忘筌(득어휴망전) : 고기 잡았어도 통발은 잊지 말아야지
暫憩松根石(잠게송근석) : 소나무 뿌리 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長嘯望山巓(장소망산전) : 산꼭대기 바라보며 읊조려 보노라.

 
石隅別(석우별)-丁若鏞(정약용)
석우촌에서 이별

 

蕭颯石隅村(소삽석우촌) : 쓸쓸하다, 석우촌
前作三叉岐(전작삼차기) : 먼저 가야 할 길 세 갈래로 갈리었네
二馬鳴相戲(이마명상희) : 두 마리 말 장난하며 서로 소리며
似不知所之(사불지소지) :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느가 보다
一馬且南征(일마차남정) : 한 마리는 남으로 갈 말이고
一馬將東馳(일마장동치) : 한 마리는 동으로 달려야 할 말이라네
諸父皓須髮(제부호수발) : 삼촌들께선 머리와 수염 하얗고
大兄涕交頤(대형체교이) : 큰 형님은 눈물이 턱에 흘러내린다
壯者且相待(장자차상대) : 젊은이들이야 장래에 다시 만날 수도 있겠으나
耆耋誰得知(기질수득지) : 노인들 일이야 누가 알 것인가
斯須復斯須(사수복사수) : 잠깐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白日已西敧(백일이서기) : 해가 이미 서산에 기울었네
行矣勿復顧(행의물복고) : 가자꾸나, 다시는 돌아보지 말고
黽勉留前期(민면유전기) : 애써 다시 만날 기약을 한다네

 
詠木氷(영목빙)-丁若鏞 (정약용)
나무의 얼을꽃을 읊다

 

江邊千萬樹(강변천만수) : 강가의 천만 그루 나무
一夜盡成翁(일야진성옹) : 하룻밤 사이 모두 늙은이로 변했네
投合緣同氣(투합연동기) : 기운이 투합하여 저리 어울려
雕鎪賴鉅工(조수뢰거공) : 조각된 모습 대단한 장인 솜씨같네.
輕搖風絮白(경요풍서백) : 솜같이 하얗게 바람에 가벼이 흔들리고
寒透日華紅(한투일화홍) : 차가운 날씨에 햇빛 붉게 투시되어 보이네
退老身何補(퇴로신하보) : 늙어 물러난 몸 어대에 보탬될가
深居樂歲豐(심거악세풍) : 깊이 들어앉아 풍년이나 즐겨보세

 
李廷年學官見訪(이정년학관견방)-丁若鏞 (정약용)
이정년 학관이 방문하다

 

敦厚聞先訓(돈후문선훈) : 돈후한 성품을 선생님 통해 들었더니
經過見素心(경과견소심) : 겪어보니 그의 마음 알겠네
語從詩律細(어종시율세) : 그의 말은 시와 같이 자상하고
貌得典刑深(모득전형심) : 모습은 법도가 몸에 깊이 베어있네
小醉庭花影(소취정화영) : 뜰에 핀 꽃 그늘 아래서 잠시 취했다가
孤歸井柳陰(고귀정류음) : 우물가 버들 그늘로 혼자 돌아간다
騷人盡窮老(소인진궁노) : 시인묵객 모두가 궁하고 늙어
倚杖一沈吟(의장일침음) : 지팡이 짚고서 한 번 중얼거려 읊어보네

 
元 陵輓詞(元 릉만사)-丁若鏞(정약용)
영조 임금 만사

 

蠟炬連宮陌(납거연궁맥) : 횃불 궁중 길에 늘어서고
龍輴度御溝(용순도어구) : 임금님 상여 대궐 도랑을 건너간다.
山巒猶自立(산만유자립) : 산봉우리 혼자 서 있고
江漢不能流(강한불능류) : 강물도 목이 메어 흐르지도 못하는구나.
德澤涵窮蔀(덕택함궁부) : 덕성과 은혜를 궁한 백성 흠뻑 끼치고
眞游屬寢丘(진유속침구) : 진정으로 휴식하려 능침으로 돌아가시네.
嗚呼信英主(오호신영주) : 아! 진실로 훌륭한 임금이셨네
謨烈照千秋(모열조천추) : 그 뛰어난 정책 천추에 빛나리라
 
陪家君還苕川(배가군환초천)-丁若鏞(정약용)
아버지를 모시고 소천으로 돌아오다

 

春風滿天地(춘풍만천지) : 봄바람 온 세상에 가득 하고
拍拍吹人衣(박박취인의) : 산들산들 옷깃에 불어오는구나.
自玆返鄕里(자자반향리) : 이로부터 고향 땅에 돌아가면
寧復有是非(령복유시비) : 그 어찌 시시비비 다시 있으리.
園田一二頃(원전일이경) : 우리집 남새밭 한두 이랑
土軟蔬果肥(토연소과비) : 토질 부드러워 채소 과일 탐스럽다
剓爒雖不備(이료수불비) : 찌고 구운 고기야 준비하지 못했지만
亦足充吾饑(역족충오기) : 또한 주린 창자 채울 만은 하다네.
勞心養鷄豚(노심양계돈) : 노력하여 닭 돼지 기르며 산다면
王政可無違(왕정가무위) : 왕도 정치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陶然樂天倫(도연악천륜) : 흐뭇하게 천륜을 즐기니
此事良所稀(차사양소희) : 이 일이야말로 정말 귀한 것이라네.
 
冬日領內赴京踰鳥嶺作(동일영내부경유조영작)-丁若鏞(정약용)
아내와 서울로 가던 중 조령을 넘으며

 

嶺路崎㠊苦不窮(영노기허고불궁) : 고갯길은 험하디 험하여 끝없이 이어지고
危橋側棧細相通(위교측잔세상통) : 높고 기울어진 절벽 다리를 조심조심 지나간다
長風馬立松聲裏(장풍마입송성이) : 거센 솔바람 소리에 말이 주춤거리고
盡日行人石氣中(진일행인석기중) : 종일토록 길가는 사람 바위 기운 속을 지난다.
幽澗結冰厓共白(유간결빙애공백) : 깊은 골짜기가 얼어 비탈과 함께 희고
老藤經雪葉猶紅(노등경설엽유홍) : 시들은 덩굴 지나간 눈발에 잎이 오히려 붉네.
到頭正出鷄林界(도두정출계림계) : 입구에 이러니 마침내 계림의 경계 벗어나
西望京華月似弓(서망경화월사궁) : 서쪽으로 서울 바라보니 달은 그믐달이구나.

 
到荷潭(도하담)-丁若鏞(정약용)
하담에 도착하여

 

南郡山川美(남군산천미) : 남녘 고을은 산천이 아름답고
東阡歲月移(동천세월이) : 동녘 밭은 세월이 변하였구나.
却將新婦至(각장신부지) : 문득 신부 데리고 고향에 오니
空惹里人悲(공야리인비) : 고연히 마을 사람 슬픔을 자아낸다.
松下來誰問(송하래수문) : 솔 밑에 찾아온 자 누군지 물어보고
莎邊坐共遲(사변좌공지) : 잔디 가에 한참 동안 함께 앉았다네.
飛飛點衣雪(비비점의설) : 날리는 눈송이는 옷에 떨어져
悽愴似庚寅(처창사경인) : 처량한 이내 마음은 어머니 돌아가신 경인 년과 같다네

 
舟橋行(주교행)-丁若鏞(정약용)
배다리의 노래

 

漢水何其廣(한수하기광) : 한강의 물은 넓고 넓어 끝이 없고
其深不可量(기심불가량) : 그 깊어서 잴 수도 없도다.
有時起駭波(유시기해파) : 이따금 거센 물결 일어나면은
中有蛟龍藏(중유교룡장) : 그 속에 교룡이 숨어 있다네.
千艘織如練(천소직여연) : 천 척의 배 베 짜듯 늘어섰으니
孰謂川無梁(숙위천무량) : 어느 뉘 다리 없는 강이라 하는가.
聖孝結舜慕(성효결순모) : 우리 임금 효성은 순임금 효성을 간직하시어
每歲覲隋岡(매세근수강) : 해마다 선친 묘소 참배하신다.
漢文馳峻坂(한문치준판) : 한 문제 험한 언덕 달리려 할 제
袁盎戒垂堂(원앙계수당) : 원앙이 수당으로 경계했노라.
恭知千乘主(공지천승주) : 사모하여 알겠노라, 제후국 군왕으론
不用一葦航(부용일위항) : 조각배 써서는 안 되는 걸.
綠浪迷天委(녹랑미천위) : 푸른 물결 하늘 끝 아스라하고
流波截地綱(류파절지강) : 흐르는 물은 땅줄기 갈라놓는구나.
旌旗絢光影(정기현광영) : 수많은 깃발의 현란한 그림자
搖蕩無定方(요탕무정방) : 일정한 방향 없이 흔들려 나부낀다..
願爲烏與鵲(원위오여작) : 원하노니, 까막까치 위하여
塡河俾爾康(전하비이강) : 강물을 메워 너희들로 하여금 편케 하기를.

 
月三日寫景(칠월삼일사경)-丁若鏞(정약용)
칠월삼일 경치

 

龍氣吹腥過釣臺(용기취성과조대) : 용의 기운 같은 것이 비린내 풍기며 낚시터를 지나가고
紫筠簾戶黑成堆(자균렴호흑성퇴) : 자색 대발 주렴 밖에는 검은 구름 쌓이네.
二三點滴蛙先聒(이삼점적와선괄) : 두서너 방울 듣자 개구리가 먼저 떠들고
西北風兼犢亂回(서북풍겸독란회) : 곁들여 부는 서북풍에 송아지들 야단이로구나.
已看百谷噴飛溜(이간백곡분비유) : 골짝마다 뿜어 날리는 물방울은 보았지만
忽有孤雲曳斷雷(홀유고운예단뢰) : 갑자기 구름 하나가 천둥소리 끌고 오네.
薄晩溪橋虹彩歇(박만계교홍채헐) : 해질 녘 개울 다리에 무지개가 걷히더니
夕陽紅處數峯來(석양홍처수봉래) : 석양빛에 붉어진 봉우리가 눈앞에 닿아온다
 
踰秋風嶺(유추풍령)-丁若鏞(정약용)
추풍령을 넘으며

 

二白飛騰脊勢强(이백비등척세강) : 태백산 소백산 두산은 산세도 웅장하고
神龍於此地中藏(신용어차지중장) : 이곳의 신용은 땅속에 숨어있도다.
溪通北地趨黃澗(계통북지추황간) : 개울은 북쪽 땅으로 통하고 황간으로 달려
山出西枝繞赤裳(산출서지요적상) : 산은 서쪽 지류로 뻗어 적상산을 에워쌌도다.
每向高峯增塹壘(매향고봉증참루) : 높은 산봉우리 향해 우뚝우뚝 성벽은 쌓았지만
誰知平陸是關防(수지평육시관방) : 평평한 뭍이 요새란 걸 어느 누가 알겠는가.
淸州大野開千里(청주대야개천리) : 청주 고을 큰 들판은 천리나 열려있으니
一據秋風便搤吭(일거추풍편액항) : 한번 추풍령 빼앗기면 멱살을 잡히리라.

 
晩晴(만청)-丁若鏞(정약용)
늦게 개다

 

晩涼收雨氣(만량수우기) : 서늘한 늦바람에 비 걷히고
晴色入禪樓(청색입선루) : 갠 하늘 빛 절의 누대로 비춰든다.
映日峯黃嫩(영일봉황눈) : 빛나는 햇빛에 봉우리 누렇고
含風竹翠柔(함풍죽취유) : 바람 머금은 대나무 푸른 채 흔들린다.
心隨滄海遠(심수창해원) : 마음은 푸른 바다 따라 멀리 있는데
身與老僧謀(신여노승모) : 몸은 늙은 중과 함께 이야기한다.
怊悵玆山路(초창자산노) : 허전하고 서글픈 이 산길에서는
潮頭見小舟(조두견소주) : 밀려오는 물결에 작은 배만 보이는구나.

 
獨笑(독소)-丁若鏞(정약용)
혼자 웃다-丁若鏞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 : 곡식 있어도 먹을 사람 없는데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 : 아들 많은 자는 배고파 걱정이구나.
達官必憃愚(달관필창우) : 높은 벼슬아친 꼭 바보이어야 한다면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 : 재주 있는 자는 써먹을 곳이 없는 걸세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 : 모든 복 다 갖춘 집안 적고
至道常陵遲(지도상릉지) : 최고의 길은 늘 쇠퇴하기 마련이어라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 : 늙은 아비 인색하면 자식 방탕하기 마련이고
婦慧郞必癡(부혜랑필치) : 아내가 지혜로우면 사내는 꼭 어리석도다.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 : 달이 차면 구름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 : 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놓는구나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 : 천지만물 다 이러한 것이니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 혼자 웃는 내 웃음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라
 
曉坐(효좌)-丁若鏞(정약용)
새벽에 일어나 앉아

 

缺月生殘夜(결월생잔야) : 날 샐 무렵 뜬 조각달
淸光能幾何(청광능기하) : 그 맑은 빛 얼마나 갈까.
艱難躋小嶂(간난제소장) : 작은 산 간신히 기어올라
無力度長河(무력도장하) : 힘 없이 긴 강을 힘이 건너간다.
萬戶方酣睡(만호방감수) : 집집마다 단잠에 빠졌는데
孤羈獨浩歌(고기독호가) : 나그네 혼자 호탕하게 노래 부른다.

 
寺夕(사석)-丁若鏞(정약용)
저녁에 절에서

 

落日隱脩杪(낙일은수초) : 지는 해 긴 나무 끝에 숨어들고
池光幽可憐(지광유가련) : 잔잔한 못에 비친 빛이 사랑스럽구나.
新蒲猶臥水(신포유와수) : 새로운 부들 물 위에 누웠고
疏柳正含煙(소유정함연) : 성긴 버드나무는 연기를 품었구나.
小滴遙承筧(소적요승견) : 멀리서 흠대로 끌어온 물방울
餘流暗入田(여류암입전) : 차고 남으면 잠잠히 밭으로 흘러든다.
誰將好丘壑(수장호구학) : 누가 이렇게 좋은 골짜기 가져와
留與數僧專(유여수승전) : 중들에게만 남겨주었는가.
纖月風林外(섬월풍임외) : 초승달은 바람 부는 숲에 걸려있고
幽泉露碓邊(유천로대변) : 노천 방앗간에는 그윽한 샘물 흐른다.
巖巒收氣色(암만수기색) : 바위도 산도 기색이 잠기고
籬塢積雲煙(리오적운연) : 울타리와 언덕은 안개구름에 싸여 있다.
鍾動隨僧粥(종동수승죽) : 종소리 울리자 중들은 죽을 먹고
香銷伴客眠(향소반객면) : 향불은 꺼지고 객과 잠이 들었구나.
潛嗟古賢達(잠차고현달) : 아, 옛 성현과 도사들도
多少愛逃禪(다소애도선) : 중 되기 좋아한 자 많았었다.
百鳥眠皆穩(백조면개온) : 온갖 새들은 다 깊이 잠들고
悲鳴獨子規(비명독자규) : 슬피 우는 것은 오직 두견새뿐이구나.
畸孤寧有匹(기고녕유필) : 외로운 신세 어찌 짝인들 있겠는가.
棲息苦無枝(서식고무지) : 깃들 나무 가지조차도 없어 괴로워라.
眇眇春風憶(묘묘춘풍억) :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면 추억에 잠기고
蒼蒼夜色疑(창창야색의) : 창창한 밤이 되면 더 불안해진다.
月沈人正睡(월심인정수) : 달이 지고 사람들도 잠들어버리면
淸絶竟誰知(청절경수지) : 너무나 청아한 것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山亭値雨(산정치우)-丁若鏞(정약용)
산 속 정자에서 비를 만나다

 

小檻新成織錦坊(소함신성직금방) : 작은 집을 새로 직금 고을에 지으니
黃리啼歇綠陰長(황리제헐록음장) : 꾀꼬리 울음 그치고 녹음은 우거졌구나.
驚雷忽破層空暗(경뢰홀파층공암) : 갑작스런 뇌성벽력 터져 층층 하늘이 깜깜하고
快雨仍瀉半日涼(쾌우잉사반일량) : 쏟아지는 빗줄기에 한나절이 시원하다.
亂溜侵人移枕簟(란류침인이침점) : 어지러운 낙숫물 사람에 튀겨 자리를 옮기니
餘歡留客進茶湯(여환유객진다탕) : 기분 좋아은 나머지 손님을 붙들어 차 끓여서 권했다
朝官却在喧卑處(조관각재훤비처) : 조정관리 떠들썩하게 아래에 있더니
車馬衝泥入建章(차마충니입건장) : 거마가 진창을 지나 궁궐로 들어간다.

 
望龍門山(망용문산)-丁若鏞(정약용)
용문산 바라보며

 

縹渺龍門色(표묘용문색) : 아득한 저 용문산 빛
終朝在客船(종조재객선) : 아침이 다가도록 객선을 비춘다.
洞深惟見樹(동심유견수) : 골짜기 깊어 나무만 보일 뿐
雲盡復生煙(운진복생연) : 구름 걷히니 연기 피어오른다.
早識桃源有(조식도원유) : 복숭아 언덕 있는 줄을 알고 있지만
難辭紫陌緣(난사자맥연) : 화려한 서울 거리와 인연 끊기 어려워라.
鹿園棲隱處(록원서은처) : 보이지 않는 곳에 절이 있으리니
悵望好林泉(창망호림천) : 바라보니 숲과 물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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