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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하루를 백년같이/ 구본홍 통나무 울타리에 마음 한 자락 걸쳐놓고 취꽃 안주삼아 하늘같이 취하고 마음으로 끓인 차 향기 덧없는 마음 어디다 비할꼬 모닥불이 타고 있다 더는 가지라 하지마소 하루 뜨겁게 흔들리며 희게 엎드렸다 가는 박꽃 아닌가 마음은 언제나 가벼운 불꽃이다
미국에서/ 구본홍 지갑 속에 헝클어진 명함 간추리면서 여기까지 따라온 때 묻고 구겨진 십원짜리 그 반쪽 지폐 내 발자국 선명한 땅에 출렁이던 날들 환한 생각의 봉화들이 와글와글 불을 지핀다 낯선 길 위로 낮익은 비를 뿌린다 빗방울 똑똑 창문 두드리면 저 반쪽의 지폐 그리움의 뒷통수 내려친다
귀환 歸還/ 구본홍 가을, 낮게 엎드린 풀꽃 개망초 한 무리 엷어진 햇살 그 깊이로 마른 등 바싹바싹 비빈다 산 허리 돌아 쇠잔해진 차가운 모습 맑고도 따뜻한 기억 미란迷亂의 짙은 향기 한철의 절상 그어되는 침묵 이름 없는 풀꽃들의 고요 봄 되면 오리 귀환 歸還 하는 따뜻한 내 자리
붉은 벽 암 허물수록 더 깊이 구본홍 실직한 그가 훈장처럼 달고 온 붉은 벽 허물고 있을 때 그녀는 달고 쓴 나날 묵묵히 설거지 하고 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곰팡이 냄으로 덮어 쓴 바둥대던 생의 모서리들이 캄캄한 세상 흔들고 있다 높은 벽 그 두툼한 한가운데로 밀려난 뜨거웠던 생의 한 조각 거머쥔 그는 아슴푸레한 목청 소리죽여 뒤채던, 아프다 그 외마디 바람 끌어 덮어도 호흡 한 줄기 푸르게 와 키워내지 못하고 몇날며칠 아니 반년쯤 또 다른 삶의 굴절마다 검은 머리 흰 수염은 한사코 계속 자라고 있다 하얀 밥의 온기와 이빨로 손톱 물어뜯는 뜨거웠던 핏빛의 환청幻聽 버틸 수 없을 만큼의 무게로 탈진한 나날 팽팽히 끌어당긴다 지상을 검게 물들이던 거스름 없는 생의 소용돌이 휘감았을 더듬이들 이젠 푸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