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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海不讓水해불양수 바다는 강물을 물리치지 않는다 得魚忘筌득어망전 물고기를 잡고 나면 물고리를 잡은 통발을 잊어버린다는 뜻 兎死狗烹(토사구팽)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뜻 和氣自君子生宅 (화기자군자생택) 화목한 기운은 군자가 사는 집에 스 스로 생긴다 百忍堂中有泰和 (백인당중유태화) 항상 참는 집에는 큰 화목이 있다 無我 (무아) 자기의 존재를 잊는 것, 나라는 존재는 없다는 것 나도 없다는 뜻 林茂鳥有歸水深魚和聚 (림무조유귀수심어화취) 숲이 무성해야 새가 날아들고 물이 깊어야 물고기가 즐겨 노닌다 自勝者彊 (자승자강) 자기 스스로 이기는 자는 강하다 瑞氣集門 (서기집문) 상서로운 기운이 집안으로 모여든다 時雨 (시우) 때를 맞춰 비가 내리는 것 無涯 (무애)..
4월의 숲/ 동암 지나온 길 비뚤비뚤 숲속처럼 그늘진 길 물집 잡힌 세월 엉클어진 내력도 알음알음하다 깊고 무성했던 생의 4월의 아름다움도 침침한 눈가로 그림처럼 빛바래 가고 잎 진 자리처럼 가난의 허전함도 이젠 한 잎 매달린 아슬함이 떨어질 듯 매달려 숨 몰아 쉬며 걷는 생의 숲길 무임승차 한번 해 보지 못한 낡은 육신 보수 할 길 없지만 다시 찾아온 4월의 풍경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를 피우고 있다 가두고 싶었던 꿈들이 빗물처럼 흘러간 산과 산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적요하게 그리운 것들이 삶의 음율에 올라 날아오르고 싶은 당겼다 밀어내는 4월 바람과 바람 속에 빗소리도 횡하게 들리는 인생 우산 같은 생각 접었다 폈다 마음을 헹군다
늦가을의 고추밭 말없이 어둠 속을 고요히 머리 숙인 두 눈 감은 묵언 수행 등뼈 새운 저 가부좌 아무도 거두지 않은 저 마른 슬픈 나체 낮고 길게 가라앉은 밭가장이 잿빛 시간 휘어진 늑장 안개 직립의 늪 새바람 목이 쉰 허공의 입술 핥고 바랜 붉은 입술 붉어진 복사뼈로 버티고 섰던 짧은 계절 꿰매온 생의 수혈 맵도록 살았어도 아리던 푸른 등 허리 외발로 선 이랑에 새들도 짐승들도 울음 썩던 네 선 자리 일몰의 말 한마디 깨우치는 빈 가슴 질 팍한 생의 분진들 서릿바람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