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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退溪先生 詩 春來梨花白夏至樹葉靑 춘래이화백하지수엽청 秋涼黃菊發冬寒白雪來 추량황국발동한백설래 해설: 봄이 오니 배꽃은 희게 피고 여름이 이르니 나뭇잎이 푸르고 가을이라 서늘하니 누런 국화(菊花) 피고, 겨울이라 추우니 흰 눈이 온다 세종대왕의 필적 家傳忠孝 世守仁敬 가전충효 세수인경 해설: 가정에서는 충효의 법도를 전승하도록 하고, 사회에서는 남에게 인자하고 공경하는 가풍을 지키도록 한다 여덟 글자는 세종대왕이 손수 어필하여 전의 이성이신 효정공 이정간(貞幹)할아버님께 하사한 시다. 이시는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오직 하나의 세종대왕의 필적이다 雲牋闊展醉吟遲草樹 운전활전취음지초수 陰濃雨滴時起把如椽 음농우적시기파여연 盈握筆沛然揮洒墨淋 영악필패연휘세묵림 大淸湖上秋興 十月平湖落景幽 西風淅淅白蘆洲 십월평호락경유 서..
그물이 그물을 가두고 매듭도 실오라기도 없는 그물 걸음을 덮네 아버지가 쳐 놓은 그물에 아버지 날개를 옭아매고 밥상을 차리는 아내의 그물이 그물 속에서 손을 내미네 아내의 걱정은 그물이네! 그물이 첩첩산중이네 책 속에도 전화벨 소리에도 그물이 촘촘한 세상이네 그물이 말을 하네 꿈을 낚는 그물 아름다운 빛 그물에 땀을 흘리네 철학은 그물에서 빠져나가네 동네 어린아이들이 길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물을 쳐 놓고 대형 물고기를 낚으려 하네 애야 여기는 뼈 없는 짐승들뿐이야 마른 땅 위에서 짐승들이 헤엄을 치네 그물에 걸려 숨을 몰아쉬네 아~ 불쌍하다고 말을 해야 할까 아버지 아들이 또 그 아들이 그물을 치고 그물을 헤쳐 나가고 있네 땀을 뻘뻘 흘리며 산에 오르네 다리에 근육 강직의 그물에 걸려 허우적허우적 ..
어둠을 관통하는 바람 소리 어둠을 집어삼키는 이른 아침 네가 보고 싶다 물 얼리며 세월 감는 바람 켜켜이 무슨 소식 일 말로 오는지 갈밭에서 바람은 저리 우는가 저 울음 달래던 강물은 왜 얼어붙는가 강물에 스민 차가운 저 별빛 어디다 퍼 담아야 하리 잣나무 아래서 시린 풍경 지근지근 밟고 천둥 같은 생각을 퍼 올리면 차가운 술잔에 그대 그리움이 홍수처럼 흘러넘치네 부스럭거리는 삶이 찬 겨울에도 뜨겁게 달구는 몸뚱어리 두 거미 살처럼 풀려 퍼지고 갈대처럼 천만번 넘어졌다 일어섰다 하며 일러주던 바람의 일 말 점점이 그가 내게 주는 의미는 할 수 없는 외마디 외침이어라
기다리지 마라 기다리지 마라 기억엔 지워진 너란 걸 모르니 기다린다는 것은 암벽화처럼 되느니 바람 소리 물소리 삼키며 침묵하게 되느니 불평도 표정도 없이 망부석처럼 되느니 공연히 다시 올 수 없는 사람 기다리지 마라 기다리지 마라 겨울이면 찬바람 가슴으로 품고 여름 뜨거운 햇살 풀빛으로 삼키며 깊은 산속 적막강산처럼 되느니 가을이면 기다리다 지친 나뭇닢이 얼굴 붉히며 떨어지는 것이니 기다리지 마라 기다리지 마라 살다 보면 생각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더냐 괜히 기다림의 올들 생각의 깊이에 담그지 말라 물 들지 않으리 사는 것이 기다리다 잊고 사는 것이니 외롭고 그리워서 기다리다 지워 지는 것이다 누이야 바람 따라 바람이 머무는 곳에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아마도 그곳엔 그리운 얼굴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