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1)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지상의 마지막 꿈 구본홍 붉은 벽돌담 버티목삼아 앉아있는 등급은 노인을 내려놓고 있는 목2동 514-11번지 밤색 얼굴 볕살 안으로 구겨 넣고 무겁던 발걸음 앙알거림 달래는 파지의 무게 질곡의 맷돌에 한 쫓길 갈아 눕히던 등 휜 삶 가난의 업보 차가운 호흡으로 헹구어 낼수록 땀 절인 손바닥에 삶의 알갱이 들러붙어 서걱인다 옆구리에 차고 있던 이빨 빠진 가위와 검은 비닐봉지 난관 難關을 자르고 자른 것을 담고 그것을 풀어 이름 붙일 수 없는 그것 눌러 죽이고 가치만큼의 가치로 싹둑싹둑 잘려나간 시간 뼛속 깊이 가난의 촉수 너들 떨어진 날들 내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랬던 것처럼 삶은 난관 難關의 뼈들로 쌓인 교도소다 수레바퀴 회전의 수만큼 쌓여가는 냉혹한 수직의 길 뽑아 낼 수 없는 그들 앞에 마지막 꿈을 ..
그 다음 날 단단한 몸을 자랑하던학창시절 축구선수였던 내 친구 어제 병문안 다녀왔다 만삭인 듯 축구공처럼 탱탱하게 부푼 복부 바라보기조차 위태로웠다 세상은 월드컵경기로 들떠있는 해묵은 배터리얼룩 맑은 약물로 씻으며 씻어내며 지금 조용히 기도로 누워 넓은 운동장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푸석한 그의 눈빛 속에 빛바래가는 기억의 능선 울컥울컥 차올랐다 푸드덕 새처럼 날개를 펼치고 날고 싶은 따뜻했던 날개깃털은 많이 빠진 채 환자복을 축구유니포옴처럼 입고 있는 모습 먹물 먹은 한지처럼 해쑥하다 그는 링거 줄 뽑으면 금방이라도 운동장에 나가 뛸 듯이 입술에 힘주어 하던 말들이 꼬리를 물고 병실 문 밖으로 함께 따라 나셨다 그의 얼굴은 텅 빈 운동장 하프라인 중앙 점처럼 쓸쓸해 보였다 다음 날 오후 전화 한 통화 한 ..
겨울 수수밭 먼발치로 바라본 허공 치는 머리카락 억새 두엇 잎 벗 삼아 서리길 밟고서 겨울 늪 하얀 침묵에 두 입술을 깨물고 다갈색 세간들이 도를 닦는 혜가처럼 목을 꺾고 방황하는 헐쑥한 저 모습 능선을 타고 오르는 서릿바람 덮으면 적막의 살 한 토막 감내하는 빈 가슴 목뼈가 부러질까 햇살을 움켜잡고 목마른 생의 순간이 하늘 문 열고 있다 빛바랜 삶의 봇짐 한 덩이씩 부리고 멍 퍼런 등허리를 허공에 기대고서 선 채로 고승이 되어 혼자 가는 하늘 길 휘어진 복사뼈로 오름을 멈추고서 매듭 달 추스르던 거침 숨결 허옇게 내일이 기약 없는 오늘 온기마저 벗는다
바보, 당신은 내가 사는 동안 당신은 행주처럼 빗자루 같이 언제나 젖고 추환 내 자리 깨끗이 쓸고 닦아 주던 당신 당신은 물 같이 불 같이 삶의 갈증을 풀어 주었고 차가운 길을 따뜻하게 지펴주던 오늘도 가슴 뜨겁게 환한 미소를 머금은 당신 굉음처럼 펄럭이던 잡염의 깃발을 뽑아 뒷뚱 중심을 잃고 넘어질 때 당신은 지팡이가 괴어 준 당신 탕! 총소리처럼 깨진 불빛마져 빠져나간 허망한 어둠 속에서도 갖 헹구어 낸 햇살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이렇게 낙서를 하고 있습니다 바보, 당신은 나의 인생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