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0)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비행의 시간 내일을 겨냥할 수 없는 시간의 원거리 돌아서 허공에 몸을 맡기고 화살촉처럼 가벼워져 공 밖에서 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저 순한 순결이 더 깊이 내 속으로 파고들면 비행의 속도에서 허공의 무게 청각 끝에 매달린다 삶의 늪에서 엉키는 생의 다색 다형의 냄새 슬픔 발자국 흰 구름 위로 퀭한 눈도 그만큼 젖거나 어둡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생각 없이 허와 허의 둘레 안으로 한잠만 불러들인다
관악산이 만삭이다 구본홍 먼 바람의 발걸음 소리 봄을 예감하는 나무들 시인처럼 조용하게 더 깊이 뿌리 내린 관악산 중턱에 비명보다 투명한 하늘빛 품은 저 목각의 형상 제 몸 한 톨 물기마저 유산해 버린 죽음 밖으로 내몰린 명상들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되어 다시 태어났다 내 마음 어디를 깎아내야 둥근 영혼이 되나 차가운 바람 벗고 간 몸에서는 언젠가 몇 장의 바람의 뼈와 빛살 잉태한 후 청록색 눈 뜨는 진통이 한창인 오르막길 새소리 많이 들린다는 푯말을 지나 상수리나무 가지 끝에 핀 맑은 울음 보인다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시간 흥건한 까치둥지 지독한 산도의 잉잉거림 허공에 눌어붙는다 지상에 웃음소리 발걸음에 묻어 나르면 나무들의 몸속에서 만삭의 태동이 절걱 인다 고사목 등 뒤로 햇살 피워 자리 달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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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린에서/ 구본홍 하나둘 털어내고 비워가는 만큼의 가벼움으로 보내는 일월의 끝자락에서 봄날처럼 따뜻한 햇살 받으며 길가엔 이름 모를 꽃들과 나적막히 숨 내 쉬는 유채꽃들이 넓은 대지 위로 노란 얼굴로 양팔 벌리고 서 있다 비 갠 산등성이로 말과 소 떼들이 파릇파릇 돋아난 풀잎을 한가롭게 뜯고 있는 더불린 마을 주민들이 지어준 해리라는 이름을 가진 독수리 무리 흑인의 뒷모습 저만치 멀어져 간 발소리 뒤로 노루 한 마리 인연의 질긴 목숨 차게 끊고 뉜 자리 독수리 무리 내려 앉히고 죽음의 붉은 살점 치열한 생존의 다툼이 한창이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들판에 무소유로 선 풀꽃처럼 보일까 지상에 죽음으로 누워 아직 하늘 오르지 못한 붉은 욕망으로 보일까 연민으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 적요의 그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