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1)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밤夜이 일어서다 밤夜이 일어서다 산들빛 돌돌 말아 시린허공 점령한 어두어서 더 황홀한 빙점의 행간 뒤까지 둥지틀고 앉은 너 내 텃밭 푸른 꿈 녹슨칼에 베어진채 회유의 희망하나 검은 숲속 자맥질이 잊혀진 찬 유훈으로 기도하는 별 하나 어둠은 어느 풍화된 뒷모습 일 테지만 그 속에 선명하게 출혈 시키는 이 고요 내 안에 피안의 이름 되새겨본 저믄 밤 누군가 그리웁고 슬픈 가득 이 아픔에 번민으로 게워내는 소리없는 기도여 천지에 황홀한 고독 흰 달빛이 차갑다
늦 가을 고추밭/동암 말없이 어둠 속을 고요히 머리 숙여 두 눈 감은 묵언수행 허공에 기대고 선 아무도 거두지 앉은 저 마른 슬픈 나체 버티고 선 짧은 생을 보이지 않는 그곳 향해 지하층층 밀어올린 비밀스런 내력 이젠 조용히 거두고 있는 얼굴 없는 일몰 무릅 바람소리 수천 번 밭가장이 잿빛시간 깊디깊은 침묵으로 갈잎 베고 누운 자리 마른 잎 젖어있어도 짧은 여운 긴 번뇌 새들도 짐승들도 울음 썩던 네 선 자리 일몰의 말 한 마디 깨우치는 맨 발등 회색 빛 무언의 침묵 서릿바람 덮고있다
마른 잎의 반란 수 없는 발자국 지워가는 자신의 무게마저 지탱하기 힘든 그저 태어났으므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그림자 스며드는 반란의 촉수 독초보다 더 축축한 잿빛 하늘 찢어내는 흰머리 풀고 아름다운 무질서의 춤 그 억새 숲 갈 빛 등성이로 바람의 한풀이 보다 떨리던 사지로 그림자 없는 맨발이 되어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붉은 눈동자 속에 빈 하늘 가득 담아 무수한 불면의 생의 비탈 길에 눕는 너 한숨 희미하게 체념하는 보폭의 지문 떨어져 떨어져 떨어져서 차디찬 땅바닥에 뺨을 대고 깊은 사연으로 눈 감는 초취한 설움 얼굴 누이야 누이야 누이 같은 너 산골짜기만큼 적막했던 어떤 때는 자꾸만 네가 그립기도 했다 무겁던 나날 가볍게 너도 나도 난타하여 떨어져 처녀의 피 물 들인 일몰의 한 잎 그림자 하나씩 이끌..
끈 풀린 구두/동암 구본홍 여보게, 땀 흘리는 여름 자신이 머물 공간 찾으려고 뜨거운 숨 몰아쉬고 있네 비가와도 목이 마르던 당신도 서투른 각도 틈 사이에서 언젠가는 뙤약볕 중심 열반 위에 떠 있을지 모르는 삶이라네 여보게, 삶은 음악처럼 늘 즐거운 가락이 아니잖아 멀리 응시하며 걸어가다 보면 구름 속 비집고 나오는 햇살 같은 찬란한 황홀을 생의 뼈마디 어디쯤에서 한 번쯤 허락하시리라 기도드려 보지만 엇박자로 세속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는 멜로디 같은 것이잖아 여보게, 당신 앞에 깊은 숲속에 짙은 그늘이 자리 펴고 눕는다 해도 다시 한번 이른 아침 동해 바다 위로 떠오르는 붉은 빛을 도마 위에 올려 보는 거야 풀리지 않던 목마름의 그 의문들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다시 바람에 희석되어 새벽이 일어나는 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