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0)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처녀 따오기/동암 어둠을 핥고있는 우물 속 같은 기억의 뒤란에서 문득 이명처럼 우는 그 노래 개밥바라기 뜨는 저녁답 끌고 오던 따오기 발소리도 없이 노래로 와 대문밖에 섰던 그래서 이름이 되어버린 거지 처녀 낮고 음울한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오옥 따오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찬샘골 마을 영원히 늙지 않는 노래 오오, 기억 속에 남은 내 사랑 같은 이여 머리에 꽃을 꽂고 웃던 분이의 슬픈 맨발처럼 지개위의 나뭇단 속에서 떨던 진달래 같은 파리한 얼굴, 그 여자 덕지덕지 달라붙은 가난의 자국위로 돌멩이를 던지지 마세요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 그냥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려고 삶이 곱파 따오기를 부르고 싶었을 뿐이에요 폭력적인 그 질곡의 시대에 한 때 음악 선생님이었다던 따오기 구겨지고 접혀졌던 생의..
4월의 숲 지나온 길이 비뚤비뚤 숲처럼 무성한 길 숲의 엉클어진 내력도 아름아름 하다 깊고 무성하던 숲의 아름다움도 침침한 눈가로 그림처럼 빛바래 가고 가파르던 가난도 계곡처럼 깊은 걱정도 이젠 민둥산 보다 더 허전하다 떨어 질 듯 매달린 푸르던 몇몇 날 무임승차 한번 해 보지 못한 헐은 육신 보수 할 길 없지만 4월의 풍경은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를 꽃길마다 피우고 있다 가두고 싶었던 꿈들이 빗물처럼 흘러간다 산과 산 사이 나무와 나무 숲사이 적요처럼 그리운 것들 강풍에 흔들릴 때 날아 오르고 싶었던 컴컴한 시간 당겼다 밀어 내는 4월 냄새로 물 들이는 바람과 바람속에 물빛과 귓가로 봄비 빗소리가 부풀고 우산 같은 생각 접었다 폈다 마음을 헹군다
귀환歸還/ 구본홍 가을, 낮게 엎드린 풀꽃 개망초 한 무리 엷어진 햇살 그 깊이로 마른 등 바싹바싹 비빈다 산허리 돌아 쇠잔해진 차가운 모습 맑고도 따뜻한 기억 미란迷亂의 짙은 향기 한철의 절상 그어대는 침묵 이름 없는 풀꽃들의 고요 봄 되면 오리 다시 귀환 歸還 하는 따뜻한 내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