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지는 달과 뜨는 해 본문
지는 달과 뜨는 해을 보다
언젠가 멈춰버린 뻐꾸기시계
묵은 먼지만 덮어쓴 채
시침과 분침의
회전 그 그늘 깊이로 한 해가 저물 때
기대치의 수치처럼
반쯤 남은 커피 잔은
책상위에서 졸고 있고
어느 서실 노파의 굽은 등 허리처럼
삐걱삐걱 소리 내던 나무의자는
방향을 잃은 채 말이 없다
언젠가 일궈야 할
무두질로 앓던 나의 체취 가득한 자리 위에
낙엽처럼 쓰다 버린 화선지가
어지럽게 들어 누워있다
새해 아침
그래도
소리 없이 신록 같은
맑은 해가 떠오르고
나는 다시 뻐꾸기시계 태엽을 감는다
우리집
행운 목 꽃망울이 뾰족 보인다
2010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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