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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천안함 46용사 영결식을 보며

동암 구본홍 2022. 11. 27. 09:09

 

천안함 46용사 영결식을 보며

 

구본홍

 

꽃잎, 떨어진 꽃잎 앞에서

이별, 이렇게 가볍게 떨어지는 것인가

피지 못한, 갓 핀 그리고

이제 막 향기 품은 꽃

그러나 불러도 대답 없는 대답

침울한 마음 출렁이는

가슴에 닿지 못할 파도만 남았구나

그들에게 갚아야 할 빚에 얽맨 우린

떨어진 꽃잎 앞에서

하루해 또한 따갑다

뜨겁던 사랑 거둬내는 잔인한 4월

운명이라 하기엔 너무나 가슴 아픈

꽃잎, 떨어진 꽃잎 앞에서

나뭇 뿌리 째 떨면서

이제 보내야 하기에

보낼 수밖에 없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무겁던 어깨 늘어뜨린 여울이라는 슬픈 말

돌아오라 소리쳐 보아도

끓어오르는 울분 식히는 바람 한 점의 냉소

국화 한 송이로 영전에 고개 숙인

떨어진 꽃잎 앞에서

하늘도 애도의 눈물 같은 비를 뿌리고

영혼의 맑은 미소 같은

4월의 때아닌 함박눈이 내리는

간절히 그리운

이젠 마음 깊이 묻어야 할 꽃잎 앞에서

가을빛같이 맑게 싸 이별을 하는

꽃잎, 꽃잎 앞에서

그보다 큰 슬픔은 없었다

그보다 더 예절 한 그리움은 없었다

잘 가거라

돌아보지 말고 편히 가거라

마른 눈물의 외마디로 말하는

떨어진 꽃잎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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