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1)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산다는 것이 별거냐 구본홍 얘야! 모켓불 연기가 덥다. 여름나기 전에 한번 들러 거라 텃밭에 심어놓은 옥수수 장마철 장비 올 때 몇 놈은 허리가 부러지고 남은 것들 눈알이 제법 또랑또랑 해가 졌다 요즘 회사들이 어렵다던데 너그들 다니는 곳은 어떠냐 경기는 좋아진다고 하지만 네 애미는 자꾸 걱정이 팔자인가 보다 야 방앗간 집 큰아들 지난 주말 왔다 갔는디 손자를 보았다나 어찌 다나 동이 엄마는 동동동 떠벌리고 다닌다 잘 보이지 않는 바늘귀 더듬더듬 실 끝 허공에 찔러 되며 네 애미 옆집 큰아들 애기를 자꾸 들먹인다 아무래도 한번 다녀가야 것다 작년 봄 늦추위에 매화 다 떨어져 해거리했던 매실나무에 올해는 제법 많이 달렸단다 충실한 놈 골라 너희들 주려고 매실즙 내려놓았다 산다는 것이 별거냐 너그들 보는 자..
기억의 모스리 내가 만약 옛 사람 되어 생각의 숲을 펼쳐 시를 적는다면 밤 밤을 적시는 가을비를 정갈히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추적추적 먹 먹토록 먹을 갈아 먼 먼 그때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낙엽의 뮥언으로 가을비를 이해하고 먼 길 돌아 올 수 없는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먹 먹물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연서를 쓰리
쥐는 본래 좀도둑이라 피해가 적지만 너는 없던 힘 보태어서 맘씨까지 거칠어지고 쥐가 못하는 것을 제멋대로 저지르니 지붕까지 들쑤시다가 흙벽까지 무너뜨리고 들락날락 웃어대며 수염 기른 양반처럼 행세하며 훔친 물건 모아다 윗전에게 상납하고 오르고 또 오르고 싶어 가마 타고 교태부리는 네 앞에서 쥐 떼들이 하인들처럼 너를 떠받들고 나팔 불며 북 치고 온갖 추태 다 부리고 끝 모르고 땅 속 괴물 두더지 큰 도둑이 다 되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