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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미국에서 지갑 속에 헝클어진 명함 간추리면서 여기까지 따라온 때 묻고 구겨진 십 원짜리 그 반쪽 지폐 내 발자국 선명한 땅에 출렁이던 날들 환한 생각의 봉화들이 와글와글 불을 지핀다 낯선 길 위로 낯익은 비를 뿌린다 빗방울 똑똑 창문 두드리면 저 반쪽의 지폐 그리움의 뒤통수 내려친다
보일 듯 말 듯 세상은 흐리고 바람이 불어 키 낮고 힘없는 것 파르르 떠네 비마저 오지 않는 가뭄 날 어찌 저리 풀벌레들 저리 울까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외로움의 떨림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나는 하나의 그림자를 내려놓고 서 있다 한 획의 먹빛같이 아침이면 천 근으로 졸린다 한 사내가 걸어간다 어둠의 과녁 정 조준하면서 피 뜨거운 그가 찬 배속을 조율하는 밤 밤새워 몸 팔아 허기를 흥정하는 차가운 밤 구겨진 작업복으로 초라한 몸 가려 보지만 눈 뜨고 살아도 어찌 이리 어두울까 새벽 포장마차 장터국수 한 사발 하늘 찌르는 저 높은 빌딩보다 더 부릅다 소태보다 쓴 입안이 졸린다
시작詩作의 모서리 날 선 파석의 애리 한 꼭짓점처럼 시간의 둘레는 언제나 두려움이다 한 번도 깎아 세우지 못한 소음만 난무하던 얼룩진 자리 그을린 불빛 닦아 내며 음지에 엎드려 빛살 캐는 한 송이 꽃이다 환각 된 상태처럼 비틀거리던 지난 시간 그 투박한 노선 모서리 굴려 나와 또 다른 나의 뒷면 바라보면서 억새 손 흔드는 저 언덕 넘어오는 둥글고 투명한 저 환청 들어 볼 일이다 하늘 문 여는 한 줌의 바람 구차한 형식도 뭣도 없이 쓰 내려가는 휘~이휘~이 싸~ 시, 나는 가벼움이다 그러하듯 한 영혼의 무게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미치도록 가슴 떨리게 하는 언어는 없을까? 에이던 깡마른 정서 情緖 모서리의 틈서리서 갈구에 견뎌온 무게 화석으로 굳은 저 명상 그 어둠과 적막, 부서지기 위해 맷돌 눌림 당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