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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새벽에 젖다. 내 작은 방 밤새 울림으로 혼자 울다 밤새운 부재중 전화 셋 통 몸의 사이클조차 풀렸다. 다시 나사못처럼 팽팽하게 조여 지는 새벽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뇌관 속에 새긴 한때 허름하게 녹슨 기억들 물무늬 멈출 때까지 희미한 백열등 중얼거림으로 감추면서 애타는 열망 강렬하게 솟구치는 새벽어둠에 푹푹 빠지는 맥박 소리 아직 미명인데 졸음을 털어내지 못한 수척한 가로등이 호흡 한 줄기 가볍게 생각하는 힘을 풀어내면서 사투리로 쏟아지는 빗소리 망망하게 바라보면 새벽바람이 귓가에서 펄럭인다 나의 꽃잎 이유 없이 빗물에 젖는 새벽 새벽 비 참 조용히 내린다. 불빛들을 말끔히 닦으면서 차갑게 시달리는 주소 불명의 체류자처럼 창문에 빗방울들이 쓰디쓴 이빨을 갈며 흘러내린다 누군가 하얗게 떠오른다
夜坐有感(야좌유감) - 李秉休(이병휴) 秋堂夜氣淸 危坐到深更 추당야기청 위좌도심경 獨愛天心月 無人亦自明 독애천심월 무인역자명 가을 당에 밤 기운은 맑아서 단정히 앉아 깊은 밤까지 이르렀네 하늘 한 가운데 떠 있는 달을 홀로 사랑하니 사람이 없어 절로 밝구나 淸夜吟(청야음)- 邵康節(소강절) 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월도천심처 풍래수면시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 일반청의미 요득소인지 달이 중천에 이르고 바람이 수면에 닿을 때 이처럼 청량한 멋을 아는 이 있으랴 述志(술지) - 吉再(길재) 臨溪茅屋獨閑居 月白風淸興有餘 임계모옥독한거 월백풍청흥유여 外客不來山鳥語 移床竹塢臥看書 외객불래산조어 이상죽오와간서 시냇가 오막살이에 홀로 한가히 사니 달은 희고 바람 맑아 흥이 절로 나네 바깥 손님 오지 않고 멧새들만 지저귀고 ..
묵장보감 22 水國秋光暮警寒雁陣高 수국추광모경한안진고 憂心輾轉夜霜月照弓刀 우심전전야상월조궁도 해설: 해변가 가을 풍경은 늦어가는데 추위에 놀란 기러기 때는 하늘 높이 있네 근심스러워서 전전하는 밤이면 서늘한 달빛이 활과 칼에 비치고있네 목장보감 22 採藥忽迷路千峰秋葉裏 채약홀미로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林末茶煙起 산승급수귀림말다연기 해설: 약을 캐다가 홀연히 길을 잃게 되니 봉마다 단풍 속에 있구나 산 속에 중들은 물을 길어서 돌아 가는데 숲속에는 차 끓이는 연기가 일어나는 구나 묵장보감 21 秋風惟苦吟世路少知音 추풍유고음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燈前萬里心 창외삼경우등전만리심 해설: 가을 풍경을 애써서 시로 지어 놓으니 새상에 아는 사람이 적구나 창밖에는 밤비가 내리는데 등잔 앞에 앉았으니 원대한 마음이 생기네 묵..
황당한 일 겪어 보았는가 생각하고 또 생각 해 보아도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문제를 잃으키면 문제가 된다" 정말 그런 것인가 무심코 던진 돌에 이마가 깨지 듯 가슴 깊이 파열음 일으킨 자 누구 일까 그런 문제를 잃어킨 사람은 늘 곁에 가깝게 지내는 가면 쓴 인물이다 무뇌아처럼 무너진다 전신이 혼미 해 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환멸을 느낀다 너를 죽이고 나도 죽어 버리고 싶어진다 시퍼런 오기가 아니다 살아나는 붉은 감정이다 그믈처럼 얽힌 정들을 영원히 이젠 일어서지 못하게 자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