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0)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보이쇼, 그 길 걸어 가 본기라 구본홍 물음표 투성이 생의 뼈 마디 마디 삐걱거리던 시러웠던 삶 얼룩으로 남은 풍경을 더듬머서 옛 그 길을 걸어가 본기라 안있나, 지난 삶의 주름살 골골이 푸른 향기 출렁이던 고향 동숭과 뛰놀던 그때를 생각해 본기라 비포장도로 양쪽 버드나무 줄을 서서 무성한 숲을 이루던 추억의 길 한 세월 삭이면서 있제에, 물러터진 어미의 속마음처럼 꼬인 내장 같은 군내 까-악 차 있는기라 정스럽던 옛길 다스운 꽃 냄새 사라져 버렸는기라 골다공증 허리 굽은 질까에, 아지매 몬쓰는기 까 -악 찻는기라 아부지 삽깽이 달가닥 소리 스민 물 내려가는 도랑에도 개똥벌레 불빛 다 삼켜버린 아픈 잿빛들 안 있나, 날품팔이 하루살이 떠받고 있는기라 요시는 몬씨는 찐지래기 쭈우 갈 엿장사 아제도 없다 아..
비행 중에는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 구본홍 전원을 꺼 주세요 단단한 뼛속에서 단 한 번도 깃털이 자라는 것 보지 못했지만 열리지 않는 작은 창밖 잠들지 않는 구름의 미소를 보며 무릎 꾸부리고 둥둥 새처럼 날고 있는데요 삶이 흔들려요. 당신, 이젠 낡은 깃털 뽑아 버려요. 살 찢어지는 소리 흥건한 혀 감아올리던 자리 창에 낀 성에 같은 차가운 이빨 끼워 오목하게 씹을 때마다 바깥세상 뜨겁게 못질하는 햇살처럼 아파요 전원이 끓긴 전화기에서 그림 속 바람처럼 보고픈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요. 기억에 양각으로 돌출된 그리움 눌러지 마세요. 숫자의 행간들이 겨울밤처럼 잠들었네요 둥둥둥 수신할 수 없는 날들이 귓속에서 윙윙거려요. 앞 의자에 붙은 모니터가 내 마음 홀랑 벗긴 데도 어깨 둥글게 웅크려 잠든 마누라는 ..
아카시아 꽃 질서가 없어도 좋아 저 깔깔 거리는 수다들 아름다운 모습 향기로운 웃음 지천이네 평화로운 연기를 보네 오늘 맑은 하늘 하이얀 구름 등달아 춤을 추네 나도 어깨가 절로 꿈털꿈털 피네
좀들이쌀 이사하면서 지하실 구석진 곳에 슬그머니 놓고 왔다 묶인 짐들이 제자리를 찾는 사나흘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주소 바뀐 집에서 놓고 온 좀들이쌀 항아리를 생각했다 오래된 기억들이 출렁거렸다 뒤주 옆 좀들이쌀 항아리 바닥 긁는 소리 단잠을 깨우는 날이면 만장기도 없는 상여 한 채가 절뚝절뚝 뚝방 길을 밀고 떠나갔다 둘째 언니는 여전히 아침저녁 놋숟가락으로 어른 수만큼 쌀을 덜어냈다 항아리에 조금씩 쌓이는 좀들이쌀 이장집 할머니가 함지박 이고 사립문을 들어서면 반도 못 찬 항아리가 텅 비었다 그런 날이면 상여 한 채가 뚝방 너머로 사라지거나 타지에서 흘러온 영월댁이 몸을 풀었다며 어른들의 근심이 우물가로 모여들었다 이사한 지 두 주일 지나 손잡이 떨어져 나간 그 항아리를 찾아 나섰다 마음 앞세우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