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0)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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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오늘 나무새가슴 과녁에 명암의 파문이 겹쳐 꽂힌다 내 속에 똬리 튼 그리운 바람새 알집 같은 둥근 의자에 웅크린 저 등 굽은 산새, 아버지 왠지 금방 잿불처럼 꺼질 듯 위태롭다 숲 울음 와글와글 스며들면 산새 아버지 오줌 지린 습한 팬티 생각이 난다 들숨 날숨 모으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속옷 꺼내 주시던 폐암 걸린 바람새 어머니, 허공에 그림자 내리지 않아도 오늘은 보인다! 저 능소화에 몸 비비는 바람의 모습 지난 메우지 못한 생의 쉼표를 가늠하며 가벼운 산새 아버지 모습 바라보고 계신 바람새 끝과 끝 나란히 바람으로 내통하며 여울 물살같이 멀리 달아나는 생의 페이지 아버지란 이름 너무 높고 깊어서 한 번도 업어보지 못했다 가깝고도 먼 것이 무엇이었을까 절필한 내 목소리 능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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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여백 살아있는 것이 죽은 것인지 죽은 것이 살아있는 것인지 나는 지금 죽었어! 살아서 죽음으로 살아나는 것이고 살아있으므로 죽은 것 이상한 것 없지만 헷갈리는 말이다 헷갈리는 것은 생각일 뿐이다 이렇게 죽은 채로 살아있으므로 우리는 누구도 누구의 분신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널브러져 사는 비애 같은 것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안락한 의자에 앉아 책갈피 넘기며 한 줄 시 음미하고 있으면 죽음의 평온처럼 안락한 세상을 본다 지금 굶주림에 허덕이며 비포장 길 위로 걸어가면 아마 산 영혼이 그래도 좋은걸 보이지 않은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느끼고 어둠에서 밝은 빛이 타오르고 삶이 바로 영원한 죽음인 것을 죽은 자들이 전신에 메이크업한다 캄캄한 알갱이에다 삶 메이크업하고 있다. 살아서 마당 한 귀퉁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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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형상/ 구 본 홍 일어서지 못하는 풍선 하나 생명을 불어넣어요 둥근 얼굴이 생겼어요. 눈코 그려 넣으면 따뜻한 바람의 얼굴에 핏빛이 도내요 탯줄 자르면 말을 해요 하늘과 땅 사이로 둥글게 살면서 삶의 무게 안으로 영원한 죽음의 수의 壽衣로 집요한 집을 짓는데요 흔들리다 매운 삶의 한 가운데로 꽃향기의 비명 같은 생의 서툰 아우성 그 따뜻한 상처와 저울질할 수 없는 아픈 파편들이 둥근 모습으로 태어났어요 일몰의 붉은 빛 둥근 등을 떠밀던 서풍이 가끔은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요 망각 妄覺의 늪 속에서 건져 올린 삶 그 이전의 무의식의 한 올 과거와 미래 넘나드는 그 꽉 찬 내면의 밀도로 팽창하는 삶 밀면 시선이 직진하는 수평 먼 영원불변의 길을 생각해요 내공을 회전하던 바람, 아! 어머니 당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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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동암 언제나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일리에 오면 바람과 풀꽃의 관계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키 큰 나무보다 풀꽃이 더 아름답다 하시던 어머니 당신은 한 포기 풀꽃이 되어 바람의 발걸음 숨죽인 듯 바라보고 계시나요? 다시 오고 싶다던 두물머리 늙은 느티나무 그 아래 낡은 목선 한 채 물길 낼 수 없는 뼈마디로 주저앉은 하얀 뼈로 남은 잔해 위로 바람이 스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열어 청청 깊은 물에 생의 뿌리 담그고 계시나요 어머니, 그때 그 자리 걸음 멈추시던 연분홍빛 절뚝거리는 연밭에서 빛이 빛을 삼켜버리는 순간에도 꽃을 먼저 보낸 성급했던 푸른 잎이 시간 바깥으로 무성한 잎마저 보내려는 그 숙명의 소용돌이 바라보고 계시나요? 한낮의 공허 속으로 하얗게 증발하는 시간 물 한 모금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