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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너는 나의 일상이다 숯덩이처럼 검은 얼굴로 찾아오는 너는 내 마음 설레게 하는 친구이다 단 하루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너이지만 항시 너를 대 할 때 마다 긴장의 끈 놓을 수 없는 너 백지의 마음을 더듬어가는 붓끝의 절임으로 써 내려가는 시간 아침 햇살처럼 마음에 내 걸린다 눈 녹은 물방울 땅 위로 한획 치듯 쓰고 또 쓰 내려가는 낱장들만 속없이 허공에 포로롱 마음을 내 걸고 있다 형광 불빛 아래 널브러진 검은 얼굴 방랑자의 내공을 들여 마신다 왜 내 이름을 여기 새겨 넣어야 하나 총 칼로 무장하고 점령한 공화국 깃발처럼 어쩜 흔들리는 내 맘이 궁금했을지도 모르지만 벽에 걸린 부표 같은 부력들이 촘촘히 허탈한 근조 증으로 얇아져 있다 누구도 서예를 하는 사연을 묻지 않지만 진통 겪는 순간 눈 감아도 환..
봄비가 올 때면/동암 도시의 마음 슬퍼 보일 땐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빗방울들은 바람의 앓는 소리엔 관심조차 없었다 만장처럼 펄럭이던 나뭇잎들은 새 울음소리를 흠뻑 적시고 있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물기 머금은 기왓장들은 비늘처럼 번들거리고 우산 받쳐 들고 가는 발걸음은 무겁던 습기 털어 내며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와 복잡한 도시의 내부 속으로 흡입되고 있다 높은 건물 안에서는 마우스를 옮겨가며 아직 인화되지 않은 꿈들을 복사하지만 축축해지는 꿈들이 강물처럼 불어 오른다 처마에 끝에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한때의 울음소리처럼 슬프다 식은 밥사발에 고향의 흙냄새가 흥건하다 고향에도 비가 내리고 있을까 어린 시절 기억하고 있을 봄비 소리에서 검은 고무신 발소리가 들린다 풍요가 만찬이어도 비 오는 날이면 꼬..
매월당 김시습 한시 모음 방 2013-02-15 17:54:27 매월당 김시습 시 다산 정약용선생 시 동림청선(東林聽蟬) 林亭蒙密不窺天 臥聽風枝嘒嘒蟬 임정몽밀불규천 와청풍지혜혜선 聲滿人間身尙隱 神飄空外坐如仙 성만인간신상은 신표공외좌여선 澁時艱似更張瑟 沸處紛如競渡船 삽시간사경장슬 비처분여경도선 爾亦知音難再得 選枝須近曲欄邊 이역지음난재득 선지수근곡란변 동림청선(東林聽蟬) 본문 무성한 숲 속의 정자 하늘도 안 보이는데 / 林亭蒙密不窺天 흔들리는 가지의 매미 소릴 누워서 듣노니 / 臥聽風枝嘒嘒蟬 소리는 인간에 가득하나 몸은 숨겨져 있고 / 聲滿人間身尙隱 정신은 허공을 날면서 신선같이 앉았네 / 神飄空外坐如仙 소리가 막힐 땐 고쳐 맨 비파 줄 소리 같고 / 澁時艱似更張瑟 한창 울어댈 땐 경도하는 배처럼 시끄러워 ..